주간동아 465

2004.12.23

‘미아찾기 지원 법안’도 미아 신세

정쟁 탓 국회에서 표류 … 한 해 미아 발생 3000여건, 전담기구 설치 등 정책적 지원 ‘절실’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4-12-16 15: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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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아찾기 지원 법안’도 미아 신세

    서울 청량리역 인근의 컨테이너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있는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 모임.

    현재 우리나라 미아찾기 사업의 현주소는 어떨까. 2003년 9월26일 사건 발생 11년 만에 대구 개구리소년 변사체가 발견되고, 올해 초 경기 부천 초등학생 및 포천 여중생 실종·피살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미아찾기와 실종자 수사의 중요성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됐다.

    미아찾기 사업에 대한 경찰의 노력은 올해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경찰청은 5월27일 미아찾기센터(국번 없이 182)를 설립했으며, 18세 미만 무연고 아동 및 미아 부모 등 9762명의 시료를 채취해 유전자 DB(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또 5월부터 SK텔레콤과 협정을 맺고 휴대전화를 활용한 미아찾기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한편 전국 15개 지방경찰청에 ‘장기미아 추적 전담반’을 설치, 전국 보호시설 일제 수색 정례화, 장기미아 사건 전면 재수사, 미아 등 불법 양육자 자수기간 설정 등을 통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미아 발생 건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고, 장기간 발견되지 않는 실종자 사건도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 올해 발생한 미아 사건은 11월 말 현재 3861건(신고 기준)으로 2003년 총 발생건수인 3206건을 이미 훌쩍 뛰어넘었다. 9월 실종된 경기 광주의 우정선양(6), 10월 실종된 충남 천안 여고생 박수진양(16)과 화성 여대생 노모양(21) 등 실종사건에 대한 수사도 오리무중 상태다. 사회복지기관인 한국복지재단 어린이찾아주기종합센터에 등록된 장기미아만 700여명에 달한다.

    초동수사 강화 ‘필수’ … 미인가 보호시설 실태 파악도 급선무

    실종자 가족의 자발적 모임으로 구성된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 모임’이 요구하는 미아찾기 대책은 명확하다. △미아·실종자 전담수사기구 설치 △인가 및 미인가 보호시설 실태 파악 △무연고 아동 사진 공개 및 유전자 DB 구축 △해외입양아 및 불법 호적 취득자 신원 자료 확보 등이 그것. 이 단체의 나주봉 회장은 “현재 시행하는 장기미아추적반이나 DNA 자료 구축 수준으로는 장기미아를 찾아내기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실종자 가족들이 특히 강조하는 것은 초동수사 강화. 경찰이 실종사건을 단순 가출로 보고 며칠씩 수사를 미루는 사이 목격자나 증거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무사히 부모 품으로 돌아가는 미아들 대부분은 실종된 지 48시간 이내에 발견되었다. 미인가 보호시설에 수용된 아동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 또한 실종자 가족들이 애타게 바라는 바다. 대다수 미아 부모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인가 보호시설에 무작정 찾아갔다가 문전박대당한 경험이 있다. 나 회장은 “이런 시설에 보호된 무연고 아동들 중에서 미아가 상당수 발견되고 있다”면서 “시설에 수용된 무연고 아동들의 유전자 정보 자료를 구축해 미아찾기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해외로 입양된 아동들, 비정상적으로 호적을 취득한 아동들 중 상당수가 실종된 아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실종자 가족의 요구는 2002년과 2003년 16대 국회에서 ‘실종어린이찾기 지원법안’으로 국회에 상정된 바 있으나, 의원들의 무관심으로 16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이 법안은 17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이 다시 발의했으나,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논의조차 안 되고 있는 실정.

    ‘발본색원’하는 미아 실종자 찾기에 힘을 실어줄 법안이 국회에서 표류되는 동안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는 높아져만 가고 있다. 나 회장은 “올 4월 총선을 앞두고 각 당 지도부가 앞다투어 사무실을 찾아와 17대 국회에서 가장 시급한 민생법안으로 다루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쟁에 몰두하느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질타했다. 2000년 딸을 실종한 뒤 법안 마련에 힘을 기울여온 최용진씨는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이 이 법안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논의를 미룬다고 설명하지만, 두 의원의 법안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며 “자신의 공으로 만들려고 꼼수를 부리는 사이 계속 장기미아만 발생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10년째 실종한 딸을 찾고 있는 조병세씨는 “국회의원 자녀 두세 명이 유괴되면 당장에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겠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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