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4

2004.12.16

최철한 “피 같은 돌 왜 버려!”

  • 정용진/ Tygem 바둑 웹진 이사

    입력2004-12-10 16: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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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한 “피 같은 돌 왜 버려!”
    사람에게도 인연이 따로 있듯, 프로기사에게도 궁합이 맞는 기전이 있다. 최철한 9단에게 ‘천원전’이 그렇다. 생애 첫 타이틀이었던 박카스배 천원전에서 최철한 9단이 안달훈 6단을 3대 0으로 이기며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한국 바둑계의 ‘열쇠말(키워드)’은 단연 ‘최철한’이다. 천하제일 이창호 9단에게서 국수와 기성 2개의 타이틀을 접수한 것도 놀라운데, 우승상금 40만 달러가 걸린 ‘바둑올림픽’ 응씨배 8강에서 또다시 이창호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올해 59승23패로 다승 부문 1위를 확정한 최철한 9단은 12월 말 중국의 창하오(常昊) 9단과 응씨배 결승5번기 홈 2연전을 펼친다.

    바둑계의 영화배우로 통하는 ‘미남스타’ 안달훈 6단은 준결승에서 이세돌 9단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 국가대항 단체전인 농심신라면배에 국가대표로 선발될 만큼 상승 기류를 타고 있었지만 ‘독사’ 최철한의 ‘독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백이 중앙 쫔 넉 점을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 그런데 놀랍게 최철한 9단은 백1·3으로 실리를 챙기며 딴청을 피운다. 흑2·4에 당하면 백쫔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는데도 말이다. 다들 그렇게 백 넉 점을 버리는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이때 백5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최철한 “피 같은 돌 왜 버려!”
    백7·9의 히든카드가 있었다. 흑8로 9에 이으면 백8 때 대책이 없고, 백9에 흑A로 잇는다면 백B로 젖혀 타개한다. 해서 흑은 1에 따낼 수밖에 없었는데, 백2로 강력하게 단수치자 상황이 다급해졌다. 바로 흑5의 곳에 끊어 패싸움을 결행하자니 팻감이 없다. 안달훈 6단은 결국 패싸움을 못하고 흑3(쫔의 곳)으로 물러섰고 이하 백10까지, 두 눈 뜬 채 당해 승부가 결정되고 말았다. 216수 끝, 백 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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