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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기름장어 반기문의 타이밍 정치

내년 1월 조기 귀국 의도는 설 민심 잡기 위한 것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기름장어 반기문의 타이밍 정치

서울과 지방, 도시와 농촌의 민심이 교류하는 민족 대명절 추석의 밥상머리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사진)이 가장 많이 올랐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등 대한민국 입법부를 움직이는 네 사람이 한꺼번에 미국 뉴욕을 찾아 반 총장과 면담한 것이 계기였다.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반 총장으로서는 손 안 대고 코 푸는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 같은 상황이 연출된 것.

우상호 원내대표는 방미 이후 가진 9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귀국 시점’과 ‘귀국 이후 행보’를 이유로 반 총장이 대통령선거(대선) 출마 결심을 굳혔다고 설명했다.

“(반 총장이) 내년 1월 초순에서 중순 사이 한국에 들어오겠다는 것은 이례적이고 빠른 것이다. 귀국 시점을 정한 건 정치 활동 시점을 이미 결정했다는 의미다. 보통 10년간 국제기구 수장으로 일하면 1~2개월은 쉬면서 정리를 하는데, 귀국 시점을 묻는 질문에 (반 총장이) ‘바로 짐을 싸겠다’고 답한 것을 보면 이미 결심한 듯하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반 총장에게 ‘귀국하면 국민에게 크게 보고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을 때도 반 총장은 ‘그런 기회가 오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조기 귀국 후 국민과 광범위한 접촉을 하겠다는 취지는 정치 행보에 나서겠다는 의사표현이라고 봐야 한다.”

대선을 1년 3개월 앞둔 이번 추석에 반 총장은 뉴욕에서 여야 원내 지도부를 면담한 것만으로도 대선 이슈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대선을 11개월 앞둔 내년 1월에는 반 총장이 귀국해 ‘보고’를 겸해 전국을 돌며 대선몰이를 할 가능성이 커졌다. 내년 1월 말 설 명절 밥상머리에 ‘반기문’ 이름 석 자가 이번 추석에 비할 바 없이 더 자주, 더 크게 회자될 수 있다는 것을 일찌감치 예고한 셈이다. 유엔 사무총장 임기 종료 직후 귀국해 ‘충청대망론’ ‘반기문 대세론’에 불을 지펴 내년 대선 국면을 주도하려는 반 총장의 심모원려(深謀遠慮)가 1월 조기 귀국 의지에 담겼다고 볼 수 있다.

5월 말 반 총장이 일주일간 한국을 방문한 것도 반기문 대세론의 불씨를 키우는 계기로 작용했다. 4월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해 책임을 지고 당대표에서 물러난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서울 종로에 출마했다 낙선해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에 제동이 걸린 오세훈 전 서울시장, 그리고 공천 파동 끝에 새누리당을 떠나야 했던 유승민 의원 등 여권 차기 대권주자가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전격 귀국한 반 총장은 전국을 돌며 여권 지지층에게 자신이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온 몸으로 과시했다. 총선 패배 이후 맘 둘 곳을 몰라 방황하던 여권 지지층 일부가 반 총장을 눈여겨보기 시작하면서 반 총장은 방한 이후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곤란한 질문에도 잘 빠져나간다고 ‘기름장어’라는 별명이 붙은 반 총장이지만, 유력한 대권주자로서 언제가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때인지를 잘 아는 그는 이제 치고 빠지는 타이밍 정치 대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주간동아 1056호 (p12~12)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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