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상호 원내대표는 방미 이후 가진 9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귀국 시점’과 ‘귀국 이후 행보’를 이유로 반 총장이 대통령선거(대선) 출마 결심을 굳혔다고 설명했다.
“(반 총장이) 내년 1월 초순에서 중순 사이 한국에 들어오겠다는 것은 이례적이고 빠른 것이다. 귀국 시점을 정한 건 정치 활동 시점을 이미 결정했다는 의미다. 보통 10년간 국제기구 수장으로 일하면 1~2개월은 쉬면서 정리를 하는데, 귀국 시점을 묻는 질문에 (반 총장이) ‘바로 짐을 싸겠다’고 답한 것을 보면 이미 결심한 듯하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반 총장에게 ‘귀국하면 국민에게 크게 보고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을 때도 반 총장은 ‘그런 기회가 오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조기 귀국 후 국민과 광범위한 접촉을 하겠다는 취지는 정치 행보에 나서겠다는 의사표현이라고 봐야 한다.”
대선을 1년 3개월 앞둔 이번 추석에 반 총장은 뉴욕에서 여야 원내 지도부를 면담한 것만으로도 대선 이슈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대선을 11개월 앞둔 내년 1월에는 반 총장이 귀국해 ‘보고’를 겸해 전국을 돌며 대선몰이를 할 가능성이 커졌다. 내년 1월 말 설 명절 밥상머리에 ‘반기문’ 이름 석 자가 이번 추석에 비할 바 없이 더 자주, 더 크게 회자될 수 있다는 것을 일찌감치 예고한 셈이다. 유엔 사무총장 임기 종료 직후 귀국해 ‘충청대망론’ ‘반기문 대세론’에 불을 지펴 내년 대선 국면을 주도하려는 반 총장의 심모원려(深謀遠慮)가 1월 조기 귀국 의지에 담겼다고 볼 수 있다.
5월 말 반 총장이 일주일간 한국을 방문한 것도 반기문 대세론의 불씨를 키우는 계기로 작용했다. 4월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해 책임을 지고 당대표에서 물러난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서울 종로에 출마했다 낙선해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에 제동이 걸린 오세훈 전 서울시장, 그리고 공천 파동 끝에 새누리당을 떠나야 했던 유승민 의원 등 여권 차기 대권주자가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전격 귀국한 반 총장은 전국을 돌며 여권 지지층에게 자신이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온 몸으로 과시했다. 총선 패배 이후 맘 둘 곳을 몰라 방황하던 여권 지지층 일부가 반 총장을 눈여겨보기 시작하면서 반 총장은 방한 이후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곤란한 질문에도 잘 빠져나간다고 ‘기름장어’라는 별명이 붙은 반 총장이지만, 유력한 대권주자로서 언제가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때인지를 잘 아는 그는 이제 치고 빠지는 타이밍 정치 대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주간동아 1056호 (p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