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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민의 일상 경영

복잡성을 제거하라

메뉴는 단 하나!

  • 열린비즈랩 대표 facebook.com/minoppa

복잡성을 제거하라

복잡성을 제거하라

1921년 ‘모델 T’(원 안) 앞에 선 포드자동차 창업자 헨리 포드(왼쪽) [동아DB]와 그의 아들 에드셀 포드. [사진 제공·사이언스북스]

부산 여행을 다녀오던 길에 경북 청도에 들렀습니다. 식사 때가 돼 인터넷으로 ‘청도 맛집’을 검색해보니 ‘청도할매김밥’이 뜨더군요. 찾아간 곳은 청도공영버스정류장 근처 어느 허름한 건물. 한산해 보이는 가게 문을 열었는데 웬걸, 손님이 가득했습니다. 긴 줄을 따라 앞으로 가보니 작은 방이 하나 있는데 그 유명한 ‘청도할매’는 그 방 안에서 무척이나 절제된 동작으로 묵묵히 김밥을 말고 계셨습니다. 매콤한 무말랭이김치를 따끈한 밥과 함께 말아 넣은, 유일한 메뉴 할매김밥. 두 줄에 1000원입니다. 한참 기다려 산 김밥을 한입 가득 베어 무니 그 맛이 명불허전입니다.

김밥 이야기로 글을 연 이유는 ‘복잡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많은 기업이 고객의 눈길을 끌고 발길을 잡겠다는 생각에 제품 종류를 늘립니다. 가격대뿐 아니라 무이자 할부 등 판매조건도 고객 입맛에 맞춰 쫙 펼쳐놓습니다. 이런저런 구색이 갖춰지니 매출이 올라갑니다. 그러나 이게 웬일. 매출이 늘어나긴 하는데 동시에 비용 또한 늘어납니다. 이유는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제품 종류가 늘어나니 생산 원자재의 종류와 양도, 그걸 쌓아놓을 공간도 늘어납니다. 품목이 복잡해지니 단순하던 작업공정이 이리 꼬이고 저리 얽힙니다. 현장 직원들의 숙련도도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어느새 ‘생산’이 아닌 ‘관리’가 더 큰 일이 돼버립니다. 이 모든 게 오롯이 비용으로 쌓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겁니다. 이른바 ‘복잡성의 위험’입니다.

1913년 모델 T를 시장에 내놓은 포드자동차는 직원 1만3000명이 연간 26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했습니다. 당시 다른 회사들은 직원 6만6000명으로 29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데 그쳤다니 생산성 차이가 현격합니다. “미국인의 모든 지갑 사정과 모든 목적에 부합하는 자동차를 만들겠다”며 다양한 브랜드의 자동차를 출시한 GM(제너럴모터스)은 도요타와 렉서스, 단 2개 브랜드만 운영하는 도요타에 고전했습니다. 41개 컴퓨터 모델로 고객의 다양한 선택권을 강조하던 델 역시 단 6개 모델만 시장에 내놓은 애플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미친 듯이 심플’을 강조하던 스티브 잡스, 그는 복잡성의 위험을 꿰뚫어보고 있었던 겁니다.

이런 복잡성 관리는 생산 관리에서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정보가 엄청나게 넘쳐나는 정보 과잉 시대입니다. 그러니 고객과 소통에서도 단순함은 미덕이자 경쟁력입니다. 24가지 잼을 갖다놓은 매대와 6가지 잼을 갖다놓은 매대의 판매율이 각각 3%와 30%였다는 실험 결과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세상, 고객을 위한다며 고객의 선택지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것은 고객에게는 또 다른 고통이라는 방증입니다.

다시 ‘청도할매김밥’으로 돌아가봅니다. 메뉴는 단 하나! 재료는 김과 밥, 그리고 무말랭이김치가 다입니다. 그러니 만드는 공정이 효율적이고 손님과 소통도 심플합니다. 청도할매, 알고 보니 그는 단지 김밥의 고수만이 아니었습니다. 복잡성 관리에 정통한 경영의 달인이었습니다. ‘완성이란 더 하는 게 아니라 더 떼어낼 것이 없을 때 이뤄지는 것이다.’ 청도할매에게서 김밥을 사먹으며 배운 또 하나의 경영 통찰입니다. 



보통마케터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핀란드 알토대(옛 헬싱키경제대) 대학원 MBA를 마쳤다.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마케팅 연구· 강의와 자문, 집필 활동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일탈 정답은 많다’,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주간동아 2016.08.31 1053호 (p4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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