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0

2001.06.28

책도 외모가 중요 … 판형 바꿔 바꿔!

  •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입력2005-02-11 16: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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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도 외모가 중요 … 판형 바꿔 바꿔!
    책의 모양이 달라지고 있다. 획일적 단행본 판형에서 벗어나 이제 사각형의 자유를 누린다. 프랑스 작가 다니엘 윌레의 ‘임몽디스’(현실문화연구)는 처음부터 ‘정사각형만화’를 표방했다. 가로 세로 30×30의 판형은 만화보기의 시선을 새롭게 함으로써 만화를 규격에서 자유롭게 했다. 이 책을 번역한 유재명씨는 “30×30의 판형은 도판을 큰 컷으로 만드는 만큼 이야기도 늘어나지만, 이야기 전개를 늦추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한다. 현실과 악몽 세계를 오가는 ‘임몽디스’는 큰 정사각형의 판형과 만남으로써 독자들을 어두운 무의식의 세계로 끌고 다니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반면 이자벨 로시뇰의 ‘작은 죽음’(이룸 펴냄)은 ‘임몽디스’의 4분의 1 크기인 아주 얇은 책이다. 손바닥만한 정사각형 위의 검정벌레와 제목 ‘작은 죽음’은 묘한 조화를 이룬다. 13개의 곤충의 성을 앞세워 한 여성의 삶에 관한 13개 삽화가 이어진다. 성장과정에서 굴절된 성의식을 갖게 된 소녀가 진정한 사랑과 섹스에 눈뜨기까지의 과정을 이 얇은 책에 다 담을 수 있는지 의문이지만 놀랍게도 간결하고 압축된 글쓰기를 보여준다.

    다음으로 날씬한 직사각형의 아름다움을 담은 창해 ABC북 시리즈. 주제별 사전형식의 이 책은 전면 컬러인쇄에 손에 잡히는 크기 등 디자인적 요소가 돋보이는 시리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쥐의 똥구멍을 꿰맨 여공’(‘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개정 증보판)도 ABC북과 같은 긴 직사각형 판형을 취했다. 사전·교과서가 주는 고루한 냄새를 디자인이 싹 바꿔주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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