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2

2000.05.04

물량 공세로 童心 울궈먹기?

  • 입력2005-10-17 13: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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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량 공세로 童心 울궈먹기?
    공연계에서 어린이날은 이미 4월 중반부터 시작됐다. 초대형 뮤지컬과 같은 빅 이벤트는 5월5일을 전후로 집중되어 있고, TV에서는 연일 스폿광고로 어린 관객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어린이날 때문에 마음이 약해진 부모들이 기꺼이 아이들 손을 잡고 공연장을 찾는 것은 이 때뿐이다. 5월 중반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아동극은 자취를 감춘다.

    이처럼 불과 2주 정도의 반짝 성수기를 겨냥한 어린이 프로그램이 수준 높고 진지해지기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늘 되풀이되는 현상이지만, 크게 한탕하고 막 내리면 그만인 듯 아동극들이 점점 번쩍거리는 호화판 쇼처럼 되어간다. 창작극을 보기 어렵고, 재탕 삼탕 수준에 당의정만 입혀 맛만 내는 꼴이다.

    이런 물량 경쟁을 주도하는 것은 방송사다. 올해는 드디어 제작비가 10억원인 뮤지컬이 탄생했다. MBC와 서울시 뮤지컬단의 ‘우주전사 손오공’(세종문화회관 4월27일~5월7일)은 250여벌의 테크노 의상과 손오공의 특수변신효과에, 거대한 우주선과 청룡이 등장하는 초호화 볼거리로 알려져 있다.

    이에 질세라 SBS는 ‘테크노 피노키오’(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 4월28일~5월12일)를 무대에 올린다. 이번에는 나무 인형이 아니라 로봇 피노키오가 등장한다. 인기 연예인들이 등장한다는 점과 우주정거장 세트, 바닷속 등 이색적인 무대장치로 변화를 준 것 외에 별다른 감동을 얻기는 어려울 것 같다.

    소극장 프로그램도 빈곤하기는 마찬가지여서 5월에 올리는 아동극 메뉴는 디즈니의 ‘백설공주’나 ‘피터팬’ 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린이 전용극장 한 곳 없는 현실에서 5월만 되면 아동극 한다고 떠들다 끝나버리는데, 작품 수준이 높아질 수 없죠. 저희는 10여 년 동안 꾸준히 아동극을 해왔지만 이제는 그만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아요. 서울에서는 장소를 마련하기도 힘들고, TV에서 광고하는 공연이 아니면 관객도 별로 없습니다.”(김현주, 양평 바탕골예술관 기획팀장)

    그러나 광고에 현혹되지 않고 찬찬히 살펴보면 참신한 기획력이 돋보이는 공연들도 눈에 띈다. 국립국악원의 ‘꿈동이의 이야기 숲 나들이’(5월3~5일)는 현대무용 발레 한국무용 세 가지 춤이 국악합창 및 연주와 어우러지는 새로운 형식의 무용극이다.

    양평 바탕골예술관에서는 음악회 ‘첼로와의 데이트’(4월30일), 무용극 ‘아낌없이 주는 나무’(5월5일), 가족용 오페라 ‘사랑의 묘약’(5월11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있다. 예술의전당 공연물 중 아동극 전문 극단 사다리의 재치 넘치는 작품 ‘내 친구 플라스틱’(5월5일 서예관 4층)은 3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국립극장 놀이마당에서는 5월5일부터 5월14일까지 창작 마당극 ‘백두거인’이 공연된다. 결국 아이에게 좋은 작품을 골라 보여주는 것은 부모의 안목에 달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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