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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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선거운동 ‘꿀알바’? 천만에!

유급 선거운동원, 하루 평균 11시간 노동에 최저임금도 못 받는 경우 수두룩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6-04-18 09: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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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료가 현실적이지 못하다.” “최저임금도 못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파업 현장에서나 나올 법한 불만이지만, 이는 4월 13일 실시된 20대 총선거에 참여한 선거운동원들의 입에서 터져나온 볼멘소리다. 선거운동원 아르바이트는 속칭 ‘꿀알바’(다른 아르바이트와 비교해 임금이 높거나 일이 편한 직종)로 알려졌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공직선거법상 정해진 선거운동원의 하루 급료(일급)는 7만 원으로, 하루 평균 11시간 일하면 최저임금(시간당 6030원)보다 조금 많은 시간당 6364원을 받는다. 일급 7만 원 가운데 임금 성격의 정식 일당은 3만 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식사비(2만 원)와 교통비(2만 원)다. 만약 선거사무실에서 이런저런 핑계로 식사비와 교통비를 줄이면 일급 5만 원도 못 건지는 것이다. 그러나 하루 3만 원만 줘도 법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선거운동원 김모(44) 씨는 “아침 7시에 유세를 시작해 보통 오후 8시 30분 퇴근 유세를 마쳐야 일이 끝난다”며 “더 늦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12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은 선거 막바지로 갈수록 더욱 심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영등포구의 한 선거사무장은 “지역구가 어디든 유세는 출퇴근시간에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출근시간 한 시간 전, 퇴근시간 한 시간 후까지 유세를 하다 보면 12시간은 쉽게 넘는다”고 털어놓았다.





    출퇴근 유세하다 보면 12시간도 훌쩍

    최저임금과 긴 노동시간 외에도 선거운동원의 고충은 많다. 서울 서초구의 선거운동원 이모(31) 씨는 “잠깐이라도 운동원들이 쉴 공간이 마땅치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는 “선거사무실에는 운동원들을 위한 자리가 없다. 유세 중 쉴 공간을 찾는 데도 시간이 허비된다”고 했다. 투표일 바로 전날인 4월 12일 저녁 서울 구로구 신림역 일대에서는 유세차량 뒤편에 쪼그려 앉아 숨을 돌리는 선거운동원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짧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 후보 이름을 많이 알리는 게 목적이다 보니 선거운동원의 업무 강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서울 관악구의 선거운동원 황모(41) 씨는 “목이 쉬는 것은 부지기수고, 90도로 인사하다 보니 허리도 아프다”며 “황사에 일교차도 심해 유세 기간 내내 감기를 달고 산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서초구의 선거사무장 이모 씨는 “법정 선거운동원들만으로는 선거구 전체에서 유세를 진행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 “결국 선거운동원들이 무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긴다”며 안타까워했다.

    현재 공직선거법상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서 각 후보가 둘 수 있는 선거운동원 수는 선거 지역구 내 읍, 면, 동 수의 3배에 5를 더한 인원으로 제한된다. 예를 들어 지역구 내 10개 동이 있다면 35명을 쓸 수 있다. 선거자금이 넉넉한 후보는 법정 인원을 다 동원해도 모자란다고 호소하지만 가난한 후보는 이마저도 언감생심이다. 아예 유급 운동원을 쓰지 못하는 후보도 많다.  

    각 후보 사무실에서 만든 행동지침을 따르는 일도 고충 가운데 하나다. 선거운동원은 항상 후보자의 기호와 이름이 적힌 옷을 입고 어깨띠를 두르고 있기 때문에 말과 행동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그릇된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곧장 후보자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각 후보 사무실에서는 운동원들에게 선거 기간 꼭 지켜야 할 행동지침을 강조한다. 서울 동대문구의 선거운동원 한모(26) 씨는 “이 옷을 입고 있을 때는 담배도 내 마음대로 피울 수 없다. 언제, 어디에서나 후보자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도 큰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이토록 고된 일이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선거운동원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공직선거법 제60조에 선거운동원이 될 수 없는 사람이 명시돼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선거권이 없는 자 △국가공무원 △향토예비군 중대장 이상 간부 △통장이나 반장 같은 주민자치위원 △국가 보조를 받는 국민운동단체의 상근 임직원 △선상투표신고를 한 선원이 승선하고 있는 선박의 선장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서울지역에서 선거운동원으로 일했던 이모(26) 씨는 “실제 일을 해보니 시스템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절감했다. 법으로 정해진 일급 7만 원 가운데 실제 임금은 3만 원뿐인데, 적어도 식대와 교통비를 제외하고 최저임금을 보장해주는 것이 옳다. 선거운동원 활동이 보람 있고 즐거웠지만 한편으로는 최저임금도 못 되는 대우를 받았다는 사실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구멍 뚫린 공직선거법

    선거운동원의 처우를 개선할 방법은 없을까. 문제는 구멍이 숭숭 뚫린 공직선거법이다. 2007년 대법원의 ‘선거운동원이나 사무원을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에 따라 선거운동원에게 근로자의 지위가 주어졌지만 공직선거법에는 임금 규정만 있을 뿐 업무시간 같은 세부 내용에 대한 규정이 전혀 없다. 이 때문일까. 후보사무소는 대부분 선거운동원을 모집하면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다. 근로시간을 정한 법규도, 근로계약도 없으니 법정 근로시간(8시간)을 초과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더욱이 후보사무실에서 더 주고 싶어도 하루 7만 원이 넘어가면 더 줄 수 없는 형편이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원에게 하루 7만 원을 초과한 급여를 지급할 경우 후보를 뇌물공여죄로 처벌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노무법인 신영의 양우연 노무사는 “세부 검토가 필요하지만 원칙적으로 유급 선거운동원은 일용직 근로자에 해당한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일용직 근로자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하고, 계약서에는 반드시 노동시간이 명시돼야 한다. 만일 초과 수당을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 법정 근로시간만 일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적으로 선거운동원의 근로자 지위를 확실하게 규정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시급이 높아질수록 가난한 후보자는 선거운동원 수를 줄여야 하고 결국 당원이나 자원봉사자, 가족에게 기대는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자금에 따라 유세 규모가 결정된다는 얘기다. 선거운동에서조차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어나는 것. 서울 노원갑 지역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후보의 아들 고병훈(24) 씨는 “유급 선거운동원의 임금을 최대한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에 저녁시간이 지나면 운동원들을 모두 퇴근시키고 자원봉사자들과 당원, 후보자의 가족들로만 야간 유세를 진행했다. 적은 사람으로 넓은 지역구를 감당해야 해 힘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원외정당인 관계로 정당교부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당, 녹색당과 국회의원 수가 적은 정의당은 유급 선거운동원을 거의 쓰지 않고 자원봉사자로 선거 유세 인력을 충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의원 사이에서도 선거운동원의 급여를 올려야 한다는 얘기가 많았다고 들었다. 정확한 조사를 통해 급여를 인상하거나 초과 근무수당을 지급하는 등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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