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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현대건축의 거장 안도 다다오 “건축 너머 자연환경과 역사를 본다”

  •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독문학

현대건축의 거장 안도 다다오 “건축 너머 자연환경과 역사를 본다”

현대건축의 거장 안도 다다오 “건축 너머 자연환경과 역사를 본다”

사진 제공·안도다다오건축연구소

일본이 배출한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74)의 건축 세계를 알게 된 것은 강원 원주시에 있는 ‘뮤지엄 산(Museum SAN)’이라는 박물관을 통해서였다. 이 박물관은 골바람이 심한 산등성이에 위치해 있다. 산등성이라 물이 있을 리 없다. 그런데 그곳에 박물관이 들어섰다. 높은 벽(담장)은 바깥바람을 막고, 담장 안의 바람을 부드럽게 가두었다. 또 건축물 주변에 연못을 만들어 물을 채웠다. ‘바람(風)을 갈무리하고 물(水)을 얻는 것’이 풍수의 목적이다. 뮤지엄 산은 풍수를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었다.
안도는 건축가지만 풍수에 정통한 게 아닐까. 그러한 생각은 제주 섭지코지에 있는 ‘지니어스 로사이(Genius Loci)’ 갤러리를 봤을 때 거의 확신으로 바뀌었다. 지니어스 로사이는 라틴어로 ‘땅을 지키는 수호신’이란 뜻으로, 곧 ‘장소의 혼’을 가리킨다. 풍수에서 말하는 혈(穴·신령스러운 땅 기운이 모인 곳)과 같은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안도의 대표작 ‘빛의 교회(光の敎會)’ ‘물의 절’ ‘물의 교회’가 가진 공통점은 건축물의 목적과 자연이 환상적으로 조합됐다는 데 있다. 특히 바람과 물, 즉 풍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행운이 찾아왔다. 2016년 2월 초 필자는 일본 오사카시립대의 초청으로 오사카를 방문했다. 그곳 노자키 미쓰히코 교수에게 안도 선생과의 인터뷰를 부탁했다. 안도는 2003년 도쿄대에서 정년퇴임을 한 이후 오사카에 있는 안도다다오건축연구소에서 작품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인터뷰는 2월 4일 오후 2시간가량 안도다다오건축연구소에서 이뤄졌다. 안도는 한국에 있는 작품들을 먼저 언급했다. 앞서 소개한 지니어스 로사이와 뮤지엄 산 외에 ‘마음의 교회’(경기 여주시), ‘본태박물관’(제주 안덕면), 재능교육의 ‘JCC’(서울 종로구 혜화동) 등 그의 작품은 어디서나 이미 관광명소가 됐다.



안도 건축의 3요소는 바람, 물, 빛

김두규 “안도 건축의 핵심은 바람(風), 물(水), 빛(光)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건축에서 빛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안도 “건물 안으로 스며드는 빛의 움직임 자체가 살아 있는 것이기 때문에 딱딱하고 차가운 느낌의 콘크리트 건물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수단으로 빛을 활용합니다.”
풍수고전 ‘청오경(靑烏經)’은 ‘하늘의 빛이 내려와 비출 때(天光下臨) 그곳은 진룡(眞龍)이 머무는 곳’이라 했다. ‘진룡이 머무는 곳’이란 길지를 뜻하는 것으로, 안도의 빛 개념과 상통한다. ‘풍수의 인식론적 방법론’과 관련해서도 질문이 이어졌다.
김두규 “풍수에서는 땅을 보는 데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등섭지로(登涉之勞), 즉 ‘산을 오르고 물을 건너는’ 수많은 답사를 통해 땅을 보는 안목을 키우는 것입니다. 둘째는 한 장소를 오랫동안 자세히 보는 것입니다. 그럼 어느 순간 땅이 ‘직관(直觀)’됩니다. 선생은 어떻게 땅을 보십니까.”
안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주변 자연환경이고, 다른 하나는 역사입니다. 건물 자체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장소의 역사성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모든 장소는 그 장소만이 가지는 기억, 문맥, 성격, 힘 등이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그 장소가 아니면 안 되는 건축을 만든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김두규 “선생의 작품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거대한 콘크리트 벽(壁)입니다. 벽을 강조하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안도 “대자연이라는 거대한 우주 속에서 벽을 통해 또 하나의 소우주를 만듭니다. 벽 안에 나무, 빛, 물 등 자연요소들을 활용함으로써 자신의 세계(소우주)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벽’에 대한 관념은 풍수에서 말하는 사신사(四神砂·사방을 둘러싸는 4개의 산, 즉 청룡·백호·주작·현무)와 흡사하다. 현무(주산)는 후손의 번창에, 청룡은 명예와 재물의 기운에, 백호는 재물의 기운에, 주작은 후손·명예·재물의 규모나 유형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단순히 바람과 외적을 막아주는 담장이나 성곽 그 이상의 기능을 갖는 것이다. 따라서 사신사의 모양, 규모, 원근에 따라 그 안에 거주하는 공동체(소우주)의 삶의 질과 내용(즉 공동체의 운명)도 달라진다는 것이 풍수 논리다. 안도의 벽은 바로 그와 같은 사신사를 만드는 것이었다.


현대건축의 거장 안도 다다오 “건축 너머 자연환경과 역사를 본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강원 원주시 ‘뮤지엄 산’의 워터가든. 사진 제공·뮤지엄 산.

창조적 파괴 통한 풍수의 부활

대화하는 내내 안도야말로 ‘21세기 진정한 풍수사(風水師)의 화신(化身)’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물론 옛것에 대한 답습이 아닌, ‘창조적 파괴를 통한 풍수의 부활’이었다. 이에 비해 풍수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중국과 한국은 어떠한가.
2005년 8월 중국 건설부는 ‘문건 200577호’를 하달했다. “풍수는 중국 전통 건축문화의 주요 구성 인자다. 풍수가 강조하는 화해(和諧)·순환·평형 등과 같은 관점은 현재 중국이 추진하는 순환경제와 지속발전전략에 참고할 가치가 있다.” 2012년과 2014년 중국 쓰촨성 랑중시는 ‘풍수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풍수문화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그곳 초청으로 필자는 두 대회 모두 참관했다). 한때 미신이라고 금지했던 풍수의 화려한 복권이었다.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최근 한국 풍수의 수준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있었다. 2015년 12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묘지를 조성하던 중 광중(壙中)에서 큰 돌들이 나왔다. 조선왕조에서는 광중에서 돌이 나올 경우 해당 지관들의 곤장을 치거나 장기 유배를 보냈다. 그만큼 광중의 돌은 흉지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김 전 대통령 묘지를 선정한 술사는 그 돌을 “봉황의 알”이라 얼버무렸고, 언론사들은 그대로 받아썼다.
물론 한국의 도시개발, 건축, 조경 분야에서 풍수는 중시된다. 관련 석·박사 및 일반 논문의 양산이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응용 가능한 구체적 대안들이 없다. 응용할 수 없는 논문과 저서는 의미가 없다. 한국의 풍수는 아직도 미신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안도 같은 ‘창조적 풍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카를 마르크스는 말했다. “지금까지 철학자들은 세계를 단지 여러 가지로 해석해왔을 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혁하는 일이다.” 마르크스의 화법을 빌려보자. “지금까지 한국 풍수사들은 땅과 건축물을 해석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안도 다다오처럼 변혁하는 일이다.”
안도는 ‘도시게릴라’를 자처한다. 혁명을 통해 사회를 바꿀 수는 없지만, 건축을 통해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21세기 한국 풍수가 지향해야 할 점이다.









주간동아 2016.03.23 1030호 (p68~69)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독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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