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79

2023.03.03

‘31+α’ 반란표 파동… “이재명 사퇴” 목소리 3번의 변곡점 남았다

[이종훈의 政說] 검찰 기소, 민주당 지지율 하락, 대규모 물갈이 총선 공천 시 민주당 내부 갈등 커질 듯

  •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입력2023-03-0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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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의 체포동의안과 관련해 신상 발언을 한 후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의 체포동의안과 관련해 신상 발언을 한 후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반대 138표.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받아든 성적표다. 체포동의안 반대표가 모두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의 손에서 나왔다고 전제하면 169명 가운데 81.66%가 이 대표 편을 들었다는 뜻이다. 외견상 나쁘지 않아 보이지만 정의당 의원 6명과 친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의원 중 일부가 반대표를 던졌다고 고려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경우 민주당 내 31명 이상이 ‘반란표’를 던진 것으로 추산된다. 기권 9표와 무효 11표에 민주당 소속 의원이 포함됐을 것으로 전제하면 반란표는 더 늘어난다.

    민주당 의원들이 공모를 한 정황이 드러나지 않은 만큼 ‘조직적 반란’이 일어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여의도 정치권이다. 공모를 했다면 어떻게든 알려졌을 것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움직인 쪽은 이 대표다. 비이재명(비명)계 의원과 일대일 면담을 통해 설득하는 절차를 밟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2월 21일 의원총회에서 자율투표로 부결시키기로 총의를 모으기도 했다.

    비명계도 놀란 반대 138표

    조직적으로 공모하지도 않았는데 반란표가 31표 이상 나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민주당 내에 이재명 비토세력이 적잖게 존재한다는 의미다. 예상 밖 결과에 비명계 의원들조차 놀라는 눈치다. 혹시 불똥이 튈까 우려해 표결 다음 날인 2월 28일로 예정됐던 비명계 의원들이 주도하는 ‘민주당의 길’ 모임의 정례 회동까지 취소했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살생부가 나돌고, 비명계 의원을 향한 문자메시지 테러도 자행되는 상황이다.

    비명계는 향후 어떤 선택을 할까. 이 대표의 사퇴를 압박할 수도 있고, 선처를 바라며 쥐 죽은 듯 지낼 수도 있다. 투표 결과를 볼 때 전자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이번 표결로 ‘힘의 최소치’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당대표 앞 의원 개개인은 미약하다. 자신의 공천이 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리를 짓는다면 당당하게 일정한 지분을 요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31명은 민주당 의원 중 18.34%다. 수가 많아질수록 지분은 더 늘어난다.

    이들은 검찰이 이 대표를 기소하는 때를 사퇴 압박의 ‘1차 디데이(D-Day)’로 잡을 가능성이 크다. 당헌 제80조 개정으로 기소 후에도 대표직을 유지할 근거가 만들어졌지만, 선당후사 정신을 명분으로 사퇴를 요구할 수 있다. 비명계도 이 대표가 해당 요구에 응할 것이라고 기대하진 않을 것이다. 다만 ‘세력을 확대해가며 다음 기회를 노리자’는 포석 차원에서 이를 추진할 개연성이 있다.



    이 대표를 향해 집단적 반발 목소리를 내는 ‘2차 디데이’는 민주당 정당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시점일 것이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정국에서 민주당 정당 지지율은 반등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2월 21일부터 이틀간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정당 지지율은 34%로 전주 대비 4%p 상승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일시적으로 진보 지지층이 결집한 결과겠지만 이 대표가 기소된 후에도 추세가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혐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유죄 가능성이 높아지면 진보 지지층 내에서도 ‘손절’ 분위기가 확산될 것이다(상자기사 참조). 정당 지지율이 하락할 경우 이 대표 사퇴론이 다시 힘을 얻을 것으로 봐야 한다.

    李, 입막음용 사퇴 카드 꺼낼까

    3차 디데이’는 공천 시기일 것이다. 이 대표가 만일 그때까지 대표직을 유지한다면 대규모 물갈이를 시도할 것으로 봐야 한다. 좋게 말하면 ‘쇄신공천’이고, 나쁘게 말하면 ‘공천학살’이다. 최대 약점인 민주당 내 조직 기반을 공고히 하면서 자신에게 설움을 안긴 친문재인계를 중심으로 한 비명계를 정리하는 과정이다. 정리 대상으로 전락한 비명계는 집단적으로 반발할 테다.

    내부 갈등이 정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면 비명계는 극적인 빅딜을 추진하려 할 수 있다. 이 대표를 사퇴시키려 했으나 실패한 상황에서 택할 수 있는 궁여지책이다. 비명계가 집단 탈당한 뒤 신당을 창당할지 모른다는 관측도 있지만 가능성이 크지 않다. 과거 여러 차례 비슷한 시도가 있었고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 대표가 탈당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도 있다. 비명계가 사퇴론을 거듭 제기할 경우 입막음용으로 사퇴 카드를 꺼내는 전략이다. 물론 이 또한 실행 가능성이 그다지 크지 않다. 얼마 전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았던 신평 변호사가 “대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힘 당대표가 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신당을 창당할지 모른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 의원을 당대표로 만들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을 당원들에게 전한 것이다. 이 대표의 탈당 카드도 이와 유사한 전략적 언설로 봐야 한다.

    끝까지 버티려는 이 대표와 끝까지 밀어내려 할 비명계의 한판 승부는 어느 쪽의 승리로 귀결될까. 아직까지는 당권을 쥔 이 대표가 유리해 보이지만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사법 리스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면 이 대표가 당내 권력투쟁에서는 승리하더라도 총선에서는 국민의힘에 참패하는 기묘한 성적표를 다시 받아들지 모를 일이다.

    “단군 이래 최대 손해… 후불죄 뇌물” 한동훈 설명한 李 혐의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뉴스1]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이 사건은 일견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매우 단순합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했다. 한 장관은 15분 동안 쉬지 않고 관련 내용을 설명했는데 법률용어 사용을 최소화하고 비유를 적극 활용하며 의원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데 집중하는 듯 보였다. 그는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대해 “영업사원이 100만 원짜리 휴대폰을 주인 몰래 아는 사람에게 미리 짜고 10만 원에 판 것”이라고 비유했다. 특히 이 대표 측이 과거 사업 참여자였던 남욱, 김만배 씨와 논의해 공모지침서를 만들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아예 수험생이 시험 문제를 직접 출제하게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배임,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다. 한 장관이 국회에서 설명한 이 대표의 주요 범죄 혐의를 요약 정리했다.

    ①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

    한 장관은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대해 “성남시가 일은 다 해놓고 이익은 성남시민이 아닌,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측과 유착된 김만배 일당이 독식하게 한 것이 범죄 혐의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부동산 개발은 토지 확보와 인허가가 사실상 전부인데 이 과정에서 이 대표 측이 수용권을 활용하거나 경쟁 사업자들을 막는 등 부당하게 개입한 탓에 남욱, 김만배 등 대장동 일당이 리스크 없이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한 장관은 “시민 입장에서는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 아니라 단군 이래 최대 손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이 대표의 측근인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김만배 씨와 의형제를 맺으며 대장동 개발사업의 사업자 선정을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 전 실장이 대장동 특혜 대가로 428억 원의 뇌물을 받기로 약속한 범죄 혐의가 소명돼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사실을 짚었다.

    ②성남FC 후원금 의혹
    한 장관은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해서는 “해결해야 할 현안이 있는 만만한 관내 기업체를 골라 이 시장 측이 먼저 흥정을 걸고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 범죄 혐의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업이 광고비를 내고도 광고를 비밀로 하길 원했다는 사실이 이 돈의 실질이 부정한 돈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한 장관은 뇌물을 받는 과정에서 “희극적 상황들이 속출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후불죄 뇌물, 할부식 뇌물 방식으로 뇌물이 지급됐다”는 이유에서다. 기업들이 성남시에서 청탁을 들어주는 것을 건건이 확인하고서야 광고비를 지급한 점을 이같이 표현했다. 한 장관은 “불법 대가성이 이렇게 명확하고 노골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돈을 (직접) 받았다는 내용이 영장에 전혀 없다”는 이 대표의 해명도 반박했다. 한 장관은 “제3자 뇌물죄는 본인이 한 푼도 받지 않아야 하는 것이고, 한 푼이라도 받으면 단순 뇌물죄가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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