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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커밍아웃, 바람직한 것 같아요[SynchroniCITY]

다양한 가족상도 존중해야죠

  • 안현모 동시통역사·김영대 음악평론가

취향 커밍아웃, 바람직한 것 같아요[SynchroniCITY]

리스 위더스푼, 드루 배리모어, 케빈 하트 등 셀럽 의뢰인이 출연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넷플릭스 ‘THE 정돈된 라이프’. [넷플릭스]

리스 위더스푼, 드루 배리모어, 케빈 하트 등 셀럽 의뢰인이 출연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넷플릭스 ‘THE 정돈된 라이프’. [넷플릭스]

영대 현모 님이 추천해준 거 드디어 아내와 함께 봤어요.

현모 오! 넷플릭스 ‘THE 정돈된 라이프’요?

영대 네. 몇 편 봤더니 이제 주인공들 캐릭터를 파악하겠더라고요.

현모 ㅋㅋㅋ 어떠셨어요. 집 정리하고 싶어지죠?

영대 ㅎㅎ 말씀하신 대로 여자들이 엄청 시끄럽게 오버하면서 떠드는 게 전형적인 미국식인데, 재밌더라고요.



현모 큼직한 미국 집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집 꾸미기 노하우도 얻을 수 있어 유익하지만, 시상식에서나 볼 법한 대형 스타들이 살림살이를 적나라하게 공개하니까 흥미롭더라고요.

영대 맞아요! 첫 회부터 할리우드 톱 배우 리스 위더스푼이 옷장 좀 정돈해달라며 맡기고 나가잖아요.

현모 전 시즌2가 1년 반 만에 드디어 나와서 이틀 만에 정주행해버렸어요. 시즌2는 뭔가 살짝 업그레이드되고 반가운 뮤지션도 여러 명 등장해요. 싱어송라이터 켈시 발레리니나 컨트리 듀오 플로리다 조지아 라인의 타일러 허버드도 나오고요. 영화배우 크리스 프랫은 차고 정리를 부탁하는데 영화가 아닌 리얼리티에서 만나니까 평소 그가 어떤 취미를 갖고 있는지도 알겠더라고요. 프랫이 마치 옆집 아저씨처럼 친근하게 느껴졌어요.

영대 오, 하나씩 천천히 아껴가면서 기회 될 때마다 봐야겠네요.

현모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 같은데, 영대 님이 아내분이랑 같이 챙겨 봤다고 하니까 웃겨요. 실제로 진행자들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만 봐도 팬덤이 주로 여성 시청자거든요.

영대 저희는 워낙 리얼리티 예능을 좋아해서 ‘아메리칸 아이돌’이나 ‘도전! 협소 주택’도 전부 챙겨 봤고, 예전에는 ‘도전! 슈퍼모델’ ‘프로젝트 런웨이’도 둘이 같이 봤답니다.

현모 푸하하하하하! 아니 이런 걸로 웃으면 안 되는데, 왜 이렇게 웃기죠.

영대 흐흐, 제가 약간 특이한 건 맞아요. 주변에 저 같은 아저씨가 흔하진 않으니까요.

현모 아놔! 꼰대같이 여자, 남자 구분하려는 건 아니고, 전 오히려 덕분에 대화도 잘 통해서 좋다고 생각해요. 이런 아저씨는 거의 처음이라 웃음이 터져 나오네요.

영대 그… 일본 료칸에 가면 ‘고타쓰’라는 따뜻한 탁상난로 있잖아요. 아이들 태어나기 전에는 저랑 와이프랑 딱 그런 고타쓰에서 손잡고 도란도란 밤새워 놀 수 있는 부부였어요.

현모 부럽다. ㅋㅋㅋ 저는 남편이 밤마다 보는 낚시채널이나 스크린골프 프로그램도 5분을 못 봐주겠더라고요. 이젠 아예 각자 TV 한 대씩 끼고 원하는 거 따로 봐요.

영대 저희 부부는 취향이 워낙 잘 맞아서 연애하기 전 친구 사이였을 때도 밤새도록 전화기 붙들고 통화한 적이 허다해요.

현모
그러고 보면 점점 취향 존중 시대라, 갈수록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이렇고 하는 성별에 따른 획일적인 경계가 사라지는 거 같아요. 요즘 제가 다니는 도예공방에도 남자들끼리 배우러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깜짝 놀랐거든요.

영대 그죠. 취미나 관심사를 더 깊이 탐구하고 넓혀갈 수 있는 정보와 도구,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 맞는 동지들이 온오프라인에 널려 있다 보니, 자기 하고 싶은 거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할 수 있는 시대죠.

현모 그리고 신기하게 도예공방 바로 옆이 붙임 머리 전문 미용실인데, 여성 손님보다 남성 손님이 대낮에도 쉴 새 없이 들락거려요. 요즘에는 머리숱을 늘리려는 목적으로 증모술을 하거나 장발로 기장을 연장하는 남성도 많더라고요. 또 레게 헤어스타일 같은 특수머리도 많이들 하니까요.

영대 오호! 표현의 방식조차 자유로워진 거죠.

현모 전 정말 바람직한 현상 같아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자기표현을 억압받았겠어요. 이제는 온라인으로 연결된 세상이다 보니 아무리 소수 집단에 속한다 해도 국가당 100명씩만 있어도 전 세계적으로 2만 명가량은 결집할 수 있는 거잖아요. 소위 말해 ‘독특하다’고 여겨지는 누군가가 도시 전체를 통틀어 단 1명뿐이라 해도 국내를 합치면 160명 정도는 모일 수 있는 거고요.

영대 그죠. 게다가 지금까지는 다수의 절대적 힘 앞에서 주도권이나 결정권을 빼앗긴 채 자신도 모르게 선택을 강요당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우리가 절대다수라고 믿었던 집단에도 허수가 많다는 사실을 점차 깨닫는 거 같아요. 그야말로 모든 방면에서 개인이 가진 고유성의 커밍아웃이 이뤄지고 있다고나 할까.

현모 흠… 마침 5월이 가정의 달이잖아요. 전통적인 가정의 기능과 형태에 대한 축하, 감사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제는 개인성과 다양성에 대한 배려도 필요할 거 같아요.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 같은 뜻깊은 날도 자칫 누군가에게는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이벤트가 될 수도, 나아가 차별이나 폭력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영대 그건 그래요.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 현모 님이 SNS에 가족 다양성 관련 챌린지 사진을 올리신 것에 저도 매우 동감했어요.

현모 감사해요. 요즘 챌린지가 많아서 어쩔 땐 식상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사회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겠다 싶으면 참여하는 편이에요.
영대 훌륭합니다. 그런 노력이 전해지기도 하고요.

현모 하지만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사회 분위기나 가치관이 변화할 거 같아요. 좀 전에 이야기한 미국 예능들만 봐도, 여자 출연자가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아내’를 소개하기도 하고, 남성 동성 커플이 아이 놀이방을 예쁘게 꾸며주고 싶다며 출연을 신청하기도 해요. 다양한 가족 모습이 그 자체로 전혀 유난스럽지 않게 저절로 프로그램 내용에 녹아들어 자연스럽게 비치잖아요. 아직 한국에서는 드물지만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성 소수자로서 수상소감을 전한 아리아나 드보스. [GETTYIMAGES]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성 소수자로서 수상소감을 전한 아리아나 드보스. [GETTYIMAGES]

영대 대중문화에서 자연스레 엿볼 수 있는 다양한 가족상은 무수하죠.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아리아나 드보스도 성 소수자로서 벅찬 감격을 소감으로 전했죠. 여우주연상 후보로 올랐던 ‘스펜서’의 크리스틴 스튜어트 또한 레드카펫 행사에 동성 약혼녀와 손을 꼭 잡고 등장해 애정을 뽐냈고요.

현모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마더스 데이(Mother’s Day), 파더스 데이(Father’s Day)… 진짜 없는 날이 없는데 ‘나의 날’, Day of Me는 없네요. ㅎㅎㅎ

영대 ㅎㅎㅎ 사실 5월에 있는 각종 날이 기업 마케팅에는 좋은데, 나의 날은 나에게 선물을 사주는 날인가요?

현모 음… 나다움을 기리고 발현하는, 나답게 사는 날!

영대 생일이 나의 날 아닌가요?

현모 그건 사람마다 다르잖아요. 그리고 축하 연락이 쏟아지니까 온전히 나다움을 고민하거나 나답게 있기도 힘들다고요.

영대 ㅎㅎ 전 세계 인구가 다 함께 나다움을 기념하는 날도 웃기겠네요.

현모 11월 11일은 독신자의 날이니 4월 4일 어때요?

영대 4월 4일? 왜요???

현모 ‘나’라는 글자가 숫자 4랑 닮았으니까요! 나월 나일!!

영대 아쉽게도 얼마 전에 지났네요. 내년을 기약해요 우리! ㅎㅎㅎㅎ

(계속)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





주간동아 1338호 (p60~62)

안현모 동시통역사·김영대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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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40호

202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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