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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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의 선물? 진정한 연결에 대한 갈망이 커졌어요 [SynchroniCITY]

‘친밀한 관계’와 ‘느슨한 연대’ 필요한 시기

  • 안현모 동시통역사·김영대 음악평론가

    입력2021-11-0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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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모 원래 이 시간에 쌩쌩한데, 오늘은 일찍 일어났더니 너무 졸리네요.

    영대 주말인데 일이 있으셨어요?

    현모 아침에 모임이 있었어요.

    영대 무슨 모임이요?

    현모
    음, 제가 새로 뭘 만들었어요.



    영대 잉? 동호회 같은 거예요?

    현모 ㅎㅎ 동호회라고 하니까 웃기고요. 명상하는 거예요.

    영대 아, 원래 알던 분들과요?

    현모 네. 오래전부터 명상을 통해 알고 지낸 분들도 있고, 명상을 한번 접해보고 싶다던 친구도 불렀고요. 어차피 방역수칙상 8명까지밖에 안 되니까 널찍한 연습실에서 딱 8명이 마스크를 쓰고 했어요.

    영대 오, 그럼 명상만 하는 거예요?

    현모 네. ㅋㅋ 정시에 칼같이 시작해 딱 한 시간만 하고 헤어져 각자 주말을 알차게 보내는 게 목적이에요. 절대로 수다 떨고 늘어지고 장소 옮겨서 밥 먹고 차 마시고 이러지 않기로 했어요. ㅋ 어쩌다 원하는 사람들끼리는 그럴 수 있겠지만요.

    영대 딱 깔끔하니 좋네요! 근데 궁금한 점이 원래 명상을 좋아하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혼자 하는 것과 함께 하는 게 무슨 차이가 있어요?

    현모 하… 설명하기 어렵지만, 쉽게 말해서 에너지가 달라요. 물론 혼자서도 헤드폰 끼고 가이드 들으면서 꾸준히 할 수 있지만, 가끔은 여럿이 할 경우 몰입이 더 잘 되고 전후좌우 사람들의 좋은 기운이 합쳐지는 느낌도 들죠.

    영대 약간 도서관에 가는 이유랑 비슷한 건가요?

    현모 그죠 그죠! 집에 아무리 책상이 있어도 일부러 도서관이나 독서실에 가고, 스터디 그룹을 짜는 것과 마찬가지인 거죠.

    영대 다이어트나 운동도 버디가 도와주면 잘 되듯이.

    현모 아, 그거 아세요? 며칠 전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데, 그 넓디넓은 공간에서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하필 제 옆자리에 앉더니 몇 시간 동안 책을 읽으시는 거예요. 처음엔 왜 이리 가까이 앉으시나 했는데, 오히려 그분 덕분에 저도 집중이 엄청 잘 됐어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해주신 거죠. 저도 그런 지속적인 서포터 그룹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추운 겨울이 되면 더 움츠러들고 게을러질까 봐 나 자신을 동굴에서 꺼내는 장치가 필요하겠다 싶기도 했고요.

    영대 좀 의외인데요? 현모 님은 그런 걸 자발적으로 조직하고 이끄는 스타일이 아니지 않나요? 완전 새로워요.

    현모 어쩌면 정확히 그 이유 때문에 시작하게 된 거 같아요. 보통 ‘모임’ 하면 왁자지껄하게 먹고 마시며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다 끝나는 경우가 많잖아요. 하지만 그런 자리가 꼭 깊은 연결감을 보장하진 않거든요. 그러다 보니 좀 생산적인 충전을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갈증이 생겼어요. 소위 저랑 ‘바이브’가 비슷한 사람들이랑요.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오래 겪으면서 그런 갈증이 더더욱 강해진 거 같아요.

    코로나19 사태로 삶이 간소화됐음에도 공감에 대한 갈망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GETTYIMAGES]

    코로나19 사태로 삶이 간소화됐음에도 공감에 대한 갈망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GETTYIMAGES]

    영대 그죠, 그건 그래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사람들이 많이 깨달은 거 같아요. 그동안 얼마나 많은 불필요한 활동들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는지를요. 그래서 막상 사회적 모임의 인원 제한이 완화됐음에도 예전처럼 괜히 일 끝나면 회식하고 그러는 방향으로 돌아가진 않는 거 같더라고요.

    현모 그럼요. 습관이란 게 무서워요. 아무리 규제가 완화됐다지만 아직 조심해야 하는 것도 맞고요.

    영대
    으레 인사말처럼 “언제 한 번 밥 먹자, 술 마시자”라고 주고받았던 말들도 요새는 확실히 줄어든 거 같아요. 현실적으로 방역상 그게 불가능한 시기를 거쳐 온 탓도 있지만, 그사이 우리 의식이 바뀐 거죠.

    현모 동의해요. 처음 팬데믹이 터졌을 때만 해도 직장인들이 갑자기 저녁 스케줄이 텅 비는 낯선 상황에 다들 어쩔 줄 몰라 했는데, 1년 8개월 사이 저마다 식물을 기른다거나, 요리를 배운다거나, 아니면 누워서 책이나 넷플릭스를 본다거나 하는 새로운 생활 패턴을 찾은 거 같아요. 중요한 점은 활동들이 간소화되고 삶이 편리해진 측면이 있음에도 외로움이나 사람에 대한 그리움, 진정한 연결과 공감에 대한 갈망은 오히려 커졌다는 거예요.

    영대 어떻게 보면 분명하게 내가 원하는 거, ‘진짜’에 대한 열망이 더 커진 거네요.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1년 8개월, 비대면 생활에 지쳐가고 있다. [GETTYIMAGES]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1년 8개월, 비대면 생활에 지쳐가고 있다. [GETTYIMAGES]

    현모 네, 나아가 그 ‘진짜’를 오프라인, 대면으로 마주하고 싶은 열망도 자라났죠. Zoom fatigue(줌 피로증)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대면, 화상, 랜선 이벤트들에 살짝 지친 측면도 있잖아요.

    영대 으악, 이따가 온라인 콘퍼런스 참석해야 되는데. ㅠㅠ

    현모 사실은 며칠 전 책을 한 권 읽고 통찰을 많이 얻었어요. 존 리비라는 미국 행동 심리학자가 쓴 ‘당신을 초대합니다(You’re Invited)’라는 신간이에요. 우리가 어떻게 서로 인플루언스, 즉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지, 코로나19 사태 이후 커뮤니티 형성에 대한 지침서였어요. 한 장의 초대장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확 와 닿더라고요. 저도 영감을 얻어 실제로 몇몇 분에게 초대장을 보내본 건데, 세상에 다들 무척 기뻐하더라고요. 바로 이런 걸 원하고 있었다면서요!

    영대 말씀하신 책을 지금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있어요. 목차를 보니 “커뮤니티의 기본은 ‘친밀한 관계’와 ‘느슨한 연대’”라는 게 있네요. 완전 공감해요.

    현모 ㅎㅎㅎ 그죠? 그걸 다른 말로 바꿔 내적으로 친밀하되 외적으론 느슨한 관계라고 해석했어요. 명상모임 멤버들이 딱 그래요. 겉으로는 어떠한 의무감도 없지만, 명상 특성상 내가 당신이고 당신이 나라는 연결성이 내면에 존재해 그 어떤 술자리에서보다 더 충만하게 느끼고 의식하거든요. 술기운을 빌리지 않아도 마음속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요.

    영대 그런 측면에서는 우리 둘도 그렇지 않나요? 우리가 가끔 시상식 때 얼굴 보고, 어쩌다 밥이나 먹고 차나 마시는 사이였다면 이렇게 서로에게 영향을 미쳤을 거 같지 않은데, ‘싱크로니시티’라는 공통의 정기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더 깊은 대화를 자연스레 나누게 됐으니까요.

    현모 그게 또 모든 걸 공유해야 하고 항상 붙어 다니는 ‘베프’ ‘절친’이랑은 다른 개념이기도 하죠.

    영대 언제 저도 명상 모임에 초대해주세요! 베프 할래요!

    현모 파주에서… 오시게요?

    영대 줌으로… 하면 안 돼요…?

    (계속)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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