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게이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더뎌 보인다. 검찰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 기획본부장에게 일단 배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10월 25일 경기도지사 사퇴 기자회견에서 “장담하건대 나를 아무리 뒤져도 100% 뭐가 나올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검찰 수사와 언론 취재로 밝혀진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관련 의혹을 시차별로 정리해보자.
당시 대장동 지역구 시의원은 한나라당 소속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이었다. 2010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3선을 기록한 그는 같은 해 8월 성남시의회 행정기획위원회에 참석해 성남시 택지지원팀장을 상대로 한 질의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대장동 개발 우선협상자로 선정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런데 ‘동아일보’ 단독 보도(‘최윤길, 2010년부터 대장동 관계자와 한 몸처럼 움직인 원팀’ 제하 기사)에 따르면 해당 질의는 그해 3월 이강길 전 대표를 돕던 정영학 회계사가 제공한 문건과 같았다. 검찰은 지방선거 무렵 최 전 의장이 성남시 빙상경기연맹 사무실에서 정 회계사로부터 현금 1억 원을 받았다 돌려준 사실도 확인했다.
2010년 지방선거 직전 성남시 분당구 한 아파트 리모델링추진위원회 조합장을 하던 유동규 전 본부장. 그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후보를 지지해 선거운동에 적극 참여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재명 시장 당선 후 유 전 본부장은 2010년 10월 15일 성남시설관리공단(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에 임명됐다. 이러한 유 전 본부장을 최 전 의장이 저격하고 나섰다. 2010년 11월 22일부터 시작된 성남시의회 제174회 행정기획위원회에서 유 전 본부장을 향해 “답변하는 태도를 고쳐야 할 필요가 있다” “임원 자격에 맞지 않는다”고 맹공한 것이다.
2011년 8월 유 전 본부장은 성남시설관리공단에 대장동 개발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다만 성남시설관리공단 차원에서는 개발사업에 참여할 수 없기에 도시개발공사를 세울 필요가 있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듬해 ‘매일경제’(4월 26일자), ‘한겨레’(5월 2일자)와 인터뷰에서 “(대장동을) 민관 공동개발 방식으로 추진해 성남시와 민간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당시 시장의 공약과 다른 주장을 한 것인데, 이 시장은 그를 제지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성남시의회에서 한 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2012년 7월 성남시의회 후반기 의장 선거에서 최윤길 전 의장이 당선한 것이다.
당시 성남시의회는 새누리당이 민주통합당에 비해 다수당이었다. 새누리당은 박권종 전 성남시의회 부의장을 의장 후보로 내세웠는데, 최 전 의장이 이를 무시하고 출마했다. 야당의 지지와 새누리당 내 이탈표로 최 전 의장이 최종 당선했다. 새누리당이 제명 절차에 착수하자 8월 28일 그는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민주통합당에 입당했다. 성남시 시장(이재명)과 의회 의장(최윤길)이 같은 당적을 갖게 된 것이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이때 유동규 전 본부장은 최윤길 전 의장 소개로 남욱 변호사를 만나 “공사 설립을 도와주면 민간사업자로 선정돼 민관 합동으로 대장동을 개발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이듬해 2월 최 전 의장이 이끄는 시의회는 성남도공 설립 조례안을 통과시켰는데, 이 또한 다수당인 새누리당에서 이탈표가 나왔기에 가능했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으로 구속되기 전 이강길 전 대표는 법조계를 잘 아는 당시 ‘머니투데이’ 기자 김만배 씨(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최대주주)를 만난 바 있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는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PFV)’를 세워 이강길 전 대표의 채무를 이어받는 조건으로 사업권을 인수했다. 부도 난 부산저축은행 등은 판교PFV 측에 빌려간 돈을 갚으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2014년 그러한 판교PFV에 김만배 씨가 80억 원을 투자해 참여했다. 김씨가 80억 원을 혼자 마련했는지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2014년 11월 유 전 본부장은 성남도공 전략사업팀을 신설해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가 추천한 정민용 변호사, 김민걸 회계사를 채용했다. 황무성 당시 사장이 “성남시청 변호사가 있는데 왜 변호사를 또 고용하느냐”며 반대 의사를 피력했으나 막지 못했다.
성남도공 투자심의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성남도공은 2015년 1월 26일까지 대장동 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 지분 50%를 확보하고 지분 비율에 따라 전체 사업 수익의 50%를 가져오는 안을 검토했다. 투자한 만큼 수익을 가져오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그 와중에 같은 해 2월 6일 유한기 당시 성남도공 개발사업본부장이 황무성 사장을 찾아가 사퇴하라고 압박한 사건이 일어났다. 유한기 전 본부장은 ‘유원(one)’으로 불리던 유동규 전 본부장에 이어 ‘유투(two)’로 통하는 성남도공 실세였다고 한다.
종합편성채널 채널A가 확보한 2015년 2월 6일 황 전 사장과 유한기 전 본부장의 면담 녹취파일에 따르면 황 전 사장은 “내가 (사직서) 써서 줘도 시장(이재명)한테 갖다 써서 주지, 당신(유한기)한테는 못 주겠다” “어쨌거나 하여튼 내가 유동규를 한 번 만날게”라고 말했고, 유한기 전 본부장은 “(유동규가) 복귀할 때부터 얘기가 나온 것이다. 결정을 다하고 돌이킬 수 없다”고 말했다. 견디지 못한 황 전 사장이 사직서를 쓴 날 김만배 씨가 이끄는 화천대유가 설립됐다.
이재명 당시 시장은 3월 10일에야 황 전 사장을 면담하고 사직서를 처리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지사직을 사퇴하는 날 이 대선후보는 “황 전 사장은 우리가 (공모절차를 통해) 모셔온 분이다. 그 양반이 그만둘 때 내게 퇴임 인사하러 왔다. 그때 ‘왜 그만두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직과) 잘 안 맞아서 그런가’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10월 17일 황 전 사장은 경기남부경찰청의 참고인 조사에 응했다. 황 전 사장은 이 전 시장을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사람을 좀 가려서 좋은 사람을 써야 되겠다’고 한마디 하고 나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 사장 사퇴 후 유동규 전 본부장은 성남도공 사장 직무대리가 됐다. 그 후 성남도공은 화천대유가 포함된 하나은행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어서 해당 컨소시엄과 초과이익 환수 조항 없이 대장동 개발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을 만드는 사업협약 및 주주협약을 맺었다. 성남도공 이사회에서 통과된 해당 협약에 따라 성남의뜰 지분 50%+1주를 보유한 성남도공은 1822억 원만 배당받고 각각 1%, 6% 지분을 가진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은 4040억 원을 배당받게 됐다. 검찰은 공소장에 “(유동규 전 본부장이) 성남도공 수익을 1822억 원으로 제한하고, 나머지 배당수익(4040억 원)과 5개 블록의 분양 수익(3000억 원 추정)을 모두 화천대유 측에 돌아가게 했다” “그래서 700억 원을 사후뇌물로 받게 됐다”고 밝혔다.
김만배 씨는 두 사람과 함께 돈 마련 방법, 유 전 본부장 측에 이를 합법적으로 전달할 방법 등을 논의했는데 이를 정 회계사가 녹음했다. 검찰은 이 돈 중 극히 일부만 유 전 본부장 측에 송금한 상태에서 대장동 게이트가 터졌다고 보고 있다. 최윤길 전 의장은 2014년 지방선거에는 출마하지 않았다. 이재명 당시 시장은 최 전 의장을 이듬해 성남시 체육회 부회장에 임명했다. 2020년 대장동 분양이 끝나 임직원을 내보내던 즈음, 화천대유는 최 전 의장을 부회장에 임명했다. 올해 초 화천대유는 5년간 직원으로 일한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 곽병채 씨에게 퇴직금 등 50억 원 가운데 세금을 제외한 28억 원을 송금했다. 검찰은 이 돈을 곽 전 의원에게 준 뇌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정 회계사의 녹취파일에는 김만배 씨가 “성남시의회 의장에게 30억 원, 성남시 의원에게 20억 원이 전달됐다. 실탄은 350억 원”이라고 말한 대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의장 측은 “녹취록의 30억 원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다른 임직원처럼 화천대유와 약 40억 원 성과급 약정을 맺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직원을 내보내는 ‘파장’ 분위기의 회사에서 부회장으로 1년도 안 되는 기간을 근무했는데 성과급으로 40억 원을 받기로 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받기로 한 700억 원을 사후뇌물로 보고 있고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지만, 최 전 의장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 사장 직무대리를 지낸 유 전 본부장이 성남도공 몫을 제한한 사업협약·주주협약을 맺은 것을 배임으로 보지도 않았다. 이재명 대선후보는 10월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유 전 본부장에 대해 “들은 바로는 이혼 문제로 집안에 너무 문제가 있다고 한다. 압수수색 당시 침대에 드러누웠다는 보도가 있던데 당시 자살한다고 약을 먹었다고 한다”는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이 후보는 이러한 일을 어떻게 알았을까. 유 전 본부장에게 ‘뒤’는 과연 없는 것인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동아DB]
유동규 공격한 최윤길, 남욱 소개
대장동 민간개발을 처음 추진한 이는 부동산개발업체 ‘씨세븐’ ‘대장AMC’의 이강길 전 대표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부산저축은행 등에서 약 1800억 원을 빌려 대장동 땅을 매입하고 정영학 회계사와 남욱 변호사를 통해 공영개발을 중지시키는 대(對)국회 로비를 했다. 이러한 그가 2012년 부산저축은행 부실 대출 사건으로 수감되면서 민간개발사업권을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 위례신도시 개발 민간사업자 ‘위례자산관리’의 대주주 정재창 씨 등에게 넘겼다.당시 대장동 지역구 시의원은 한나라당 소속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이었다. 2010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3선을 기록한 그는 같은 해 8월 성남시의회 행정기획위원회에 참석해 성남시 택지지원팀장을 상대로 한 질의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대장동 개발 우선협상자로 선정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런데 ‘동아일보’ 단독 보도(‘최윤길, 2010년부터 대장동 관계자와 한 몸처럼 움직인 원팀’ 제하 기사)에 따르면 해당 질의는 그해 3월 이강길 전 대표를 돕던 정영학 회계사가 제공한 문건과 같았다. 검찰은 지방선거 무렵 최 전 의장이 성남시 빙상경기연맹 사무실에서 정 회계사로부터 현금 1억 원을 받았다 돌려준 사실도 확인했다.
2010년 지방선거 직전 성남시 분당구 한 아파트 리모델링추진위원회 조합장을 하던 유동규 전 본부장. 그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후보를 지지해 선거운동에 적극 참여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재명 시장 당선 후 유 전 본부장은 2010년 10월 15일 성남시설관리공단(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에 임명됐다. 이러한 유 전 본부장을 최 전 의장이 저격하고 나섰다. 2010년 11월 22일부터 시작된 성남시의회 제174회 행정기획위원회에서 유 전 본부장을 향해 “답변하는 태도를 고쳐야 할 필요가 있다” “임원 자격에 맞지 않는다”고 맹공한 것이다.
2011년 8월 유 전 본부장은 성남시설관리공단에 대장동 개발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다만 성남시설관리공단 차원에서는 개발사업에 참여할 수 없기에 도시개발공사를 세울 필요가 있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듬해 ‘매일경제’(4월 26일자), ‘한겨레’(5월 2일자)와 인터뷰에서 “(대장동을) 민관 공동개발 방식으로 추진해 성남시와 민간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당시 시장의 공약과 다른 주장을 한 것인데, 이 시장은 그를 제지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성남시의회에서 한 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2012년 7월 성남시의회 후반기 의장 선거에서 최윤길 전 의장이 당선한 것이다.
당시 성남시의회는 새누리당이 민주통합당에 비해 다수당이었다. 새누리당은 박권종 전 성남시의회 부의장을 의장 후보로 내세웠는데, 최 전 의장이 이를 무시하고 출마했다. 야당의 지지와 새누리당 내 이탈표로 최 전 의장이 최종 당선했다. 새누리당이 제명 절차에 착수하자 8월 28일 그는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민주통합당에 입당했다. 성남시 시장(이재명)과 의회 의장(최윤길)이 같은 당적을 갖게 된 것이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이때 유동규 전 본부장은 최윤길 전 의장 소개로 남욱 변호사를 만나 “공사 설립을 도와주면 민간사업자로 선정돼 민관 합동으로 대장동을 개발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이듬해 2월 최 전 의장이 이끄는 시의회는 성남도공 설립 조례안을 통과시켰는데, 이 또한 다수당인 새누리당에서 이탈표가 나왔기에 가능했다.
판교PFV 80억 원 투자한 김만배
2013년 4~8월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 정재창 씨는 현금 총 3억5200만 원을 서울 강남 룸살롱과 일식집 등에서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했는데, 해당 금품을 정 회계사가 사진으로 찍어놓았다. 같은 해 9월 12일 성남시 100% 출자 형식으로 성남도공이 출범했다. 사장으로는 공모를 통해 한신공영 사장을 지낸 황무성 씨가 임명됐고, 유 전 본부장은 기획본부장을 맡았다. 2014년 4월 지방선거가 다가오자 유 전 본부장은 성남도공에서 퇴사해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이 시장이 연임에 성공하고, 그는 7월 성남도공으로 들어와 다시 기획본부장을 맡았다.부산저축은행 사건으로 구속되기 전 이강길 전 대표는 법조계를 잘 아는 당시 ‘머니투데이’ 기자 김만배 씨(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최대주주)를 만난 바 있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는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PFV)’를 세워 이강길 전 대표의 채무를 이어받는 조건으로 사업권을 인수했다. 부도 난 부산저축은행 등은 판교PFV 측에 빌려간 돈을 갚으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2014년 그러한 판교PFV에 김만배 씨가 80억 원을 투자해 참여했다. 김씨가 80억 원을 혼자 마련했는지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2014년 11월 유 전 본부장은 성남도공 전략사업팀을 신설해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가 추천한 정민용 변호사, 김민걸 회계사를 채용했다. 황무성 당시 사장이 “성남시청 변호사가 있는데 왜 변호사를 또 고용하느냐”며 반대 의사를 피력했으나 막지 못했다.
성남도공 투자심의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성남도공은 2015년 1월 26일까지 대장동 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 지분 50%를 확보하고 지분 비율에 따라 전체 사업 수익의 50%를 가져오는 안을 검토했다. 투자한 만큼 수익을 가져오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그 와중에 같은 해 2월 6일 유한기 당시 성남도공 개발사업본부장이 황무성 사장을 찾아가 사퇴하라고 압박한 사건이 일어났다. 유한기 전 본부장은 ‘유원(one)’으로 불리던 유동규 전 본부장에 이어 ‘유투(two)’로 통하는 성남도공 실세였다고 한다.
종합편성채널 채널A가 확보한 2015년 2월 6일 황 전 사장과 유한기 전 본부장의 면담 녹취파일에 따르면 황 전 사장은 “내가 (사직서) 써서 줘도 시장(이재명)한테 갖다 써서 주지, 당신(유한기)한테는 못 주겠다” “어쨌거나 하여튼 내가 유동규를 한 번 만날게”라고 말했고, 유한기 전 본부장은 “(유동규가) 복귀할 때부터 얘기가 나온 것이다. 결정을 다하고 돌이킬 수 없다”고 말했다. 견디지 못한 황 전 사장이 사직서를 쓴 날 김만배 씨가 이끄는 화천대유가 설립됐다.
이재명 당시 시장은 3월 10일에야 황 전 사장을 면담하고 사직서를 처리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지사직을 사퇴하는 날 이 대선후보는 “황 전 사장은 우리가 (공모절차를 통해) 모셔온 분이다. 그 양반이 그만둘 때 내게 퇴임 인사하러 왔다. 그때 ‘왜 그만두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직과) 잘 안 맞아서 그런가’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10월 17일 황 전 사장은 경기남부경찰청의 참고인 조사에 응했다. 황 전 사장은 이 전 시장을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사람을 좀 가려서 좋은 사람을 써야 되겠다’고 한마디 하고 나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 사장 사퇴 후 유동규 전 본부장은 성남도공 사장 직무대리가 됐다. 그 후 성남도공은 화천대유가 포함된 하나은행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어서 해당 컨소시엄과 초과이익 환수 조항 없이 대장동 개발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을 만드는 사업협약 및 주주협약을 맺었다. 성남도공 이사회에서 통과된 해당 협약에 따라 성남의뜰 지분 50%+1주를 보유한 성남도공은 1822억 원만 배당받고 각각 1%, 6% 지분을 가진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은 4040억 원을 배당받게 됐다. 검찰은 공소장에 “(유동규 전 본부장이) 성남도공 수익을 1822억 원으로 제한하고, 나머지 배당수익(4040억 원)과 5개 블록의 분양 수익(3000억 원 추정)을 모두 화천대유 측에 돌아가게 했다” “그래서 700억 원을 사후뇌물로 받게 됐다”고 밝혔다.
경기 성남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사무실. [동아DB]
“성남시의회 의장에게 30억 원, 시의원에게 20억 원”
대장동 개발은 2019년 즈음 거의 마무리됐다. 김만배 씨는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에게 로비 자금을 분담하자고 요구했다. 정 회계사는 유 전 본부장의 광주 대동고 후배고, 48세인 남 변호사도 52세인 유 전 본부장보다 젊다. 2019년 유 전 본부장을 만난 두 사람은 그에게 줄 돈 액수를 논의하다 뺨을 맞았는데, 정 회계사가 당시 상황을 녹음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해 10월 30일 분당구 한 노래방에서 있었던 김씨와 유 전 본부장의 만남에 더 주목한다. 이날 유 전 본부장은 “그동안 도와준 대가를 지급하라”고 했고, 김씨는 “그동안 기여를 감안해 700억 원 정도를 지급하겠다”고 했다. 같은 해 12월 유 전 본부장은 경기관광공사(2018년 10월 취임) 사장직을 사퇴했다. 두 사람은 올해 2월 22일부터 4월 사이 수차례 만나 700억 원 중 세금과 공통 경비를 뺀 428억 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김만배 씨는 두 사람과 함께 돈 마련 방법, 유 전 본부장 측에 이를 합법적으로 전달할 방법 등을 논의했는데 이를 정 회계사가 녹음했다. 검찰은 이 돈 중 극히 일부만 유 전 본부장 측에 송금한 상태에서 대장동 게이트가 터졌다고 보고 있다. 최윤길 전 의장은 2014년 지방선거에는 출마하지 않았다. 이재명 당시 시장은 최 전 의장을 이듬해 성남시 체육회 부회장에 임명했다. 2020년 대장동 분양이 끝나 임직원을 내보내던 즈음, 화천대유는 최 전 의장을 부회장에 임명했다. 올해 초 화천대유는 5년간 직원으로 일한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 곽병채 씨에게 퇴직금 등 50억 원 가운데 세금을 제외한 28억 원을 송금했다. 검찰은 이 돈을 곽 전 의원에게 준 뇌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정 회계사의 녹취파일에는 김만배 씨가 “성남시의회 의장에게 30억 원, 성남시 의원에게 20억 원이 전달됐다. 실탄은 350억 원”이라고 말한 대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의장 측은 “녹취록의 30억 원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다른 임직원처럼 화천대유와 약 40억 원 성과급 약정을 맺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직원을 내보내는 ‘파장’ 분위기의 회사에서 부회장으로 1년도 안 되는 기간을 근무했는데 성과급으로 40억 원을 받기로 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받기로 한 700억 원을 사후뇌물로 보고 있고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지만, 최 전 의장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 사장 직무대리를 지낸 유 전 본부장이 성남도공 몫을 제한한 사업협약·주주협약을 맺은 것을 배임으로 보지도 않았다. 이재명 대선후보는 10월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유 전 본부장에 대해 “들은 바로는 이혼 문제로 집안에 너무 문제가 있다고 한다. 압수수색 당시 침대에 드러누웠다는 보도가 있던데 당시 자살한다고 약을 먹었다고 한다”는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이 후보는 이러한 일을 어떻게 알았을까. 유 전 본부장에게 ‘뒤’는 과연 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