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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블록스에서 구찌 디지털 핸드백 4115달러에 팔렸다

페이스북도 메타버스 기업으로 변모키로… 가상공간 주도권 경쟁 불붙었다

  •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로블록스에서 구찌 디지털 핸드백 4115달러에 팔렸다

메타버스 가상공간에서 콘서트와 패션쇼가 열리고 입학식이 개최된다. 정치권은 3D(3차원) 세상에 대선캠프를 꾸리고, 기업은 전 사원 미팅을 실시한다. 비대면 교육과 원격 의료 서비스도 새 길이 열렸다.

가상현실에서 디지털 핸드백을 구매하고 NFT (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 형태의 일러스트를 판매하는 메타버스가 현실화됐다. 거대 IT(정보기술) 기업은 물론, 전 산업에 걸쳐 메타버스가 화두가 되는 가운데 페이스북이 메타버스 기업으로 전환 계획을 밝히면서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페이스북은 7월 메타버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을 밝혔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5년 내 페이스북을 소셜미디어 네트워크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변모시키겠다”며 “소셜테크놀로지의 궁극적 표현인 메타버스를 통해 손쉽게 다른 공간으로 텔레포트(순간이동)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느낌을 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공간의 3D 버전

네이버제트의 메타버스 서비스 제페토에서 실시된 입학식(왼쪽). 래퍼 릴 나스 엑스는 지난해 로블록스 플랫폼에서 가상 콘서트를 개최해 3000만 명 넘는 관객을 유치했다. [SK텔레콤, 로블록스]

네이버제트의 메타버스 서비스 제페토에서 실시된 입학식(왼쪽). 래퍼 릴 나스 엑스는 지난해 로블록스 플랫폼에서 가상 콘서트를 개최해 3000만 명 넘는 관객을 유치했다. [SK텔레콤, 로블록스]

페이스북은 2014년 가상현실(VR) 기기업체 오큘러스 인수에 20억 달러(약 2조2870억 원)를 투자하고 2019년부터 VR 기반의 ‘호라이즌’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가상현실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 에픽게임즈, 네이버 등 굵직한 IT 기업은 메타버스가 모바일 인터넷의 뒤를 이을 패러다임이 될 것으로 보고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meta(초월)’와 ‘universe(세계)’의 합성어다. 미국 로펌 노턴 로즈 풀브라이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월드 와이드 웹을 넘어서는 더 큰 동시성을 가져옴으로써 엄청난 수의 사람이 동시에 모일 수 있는 가상환경이다. 인터넷 공간의 3D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VR, 증강현실(AR) 기술로 가상세계를 체험할 수 있다. 더욱 몰입도 높은 혼합현실(XR)은 메타버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메타버스가 급부상한 것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비대면 시대의 도래와도 관련 깊다. 메타버스를 통해 자유롭게 타인을 만나고, 새로운 장소에 있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MZ세대가 선호하는 게임성과 크리에이팅

제페토에 진출한 현대자동차(왼쪽)와 아이돌그룹 블랙핑크. [제페토]

제페토에 진출한 현대자동차(왼쪽)와 아이돌그룹 블랙핑크. [제페토]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1992년 미국 닐 스티븐슨의 SF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 처음 등장했다. 이 소설은 일찍이 스마트 안경과 이어폰을 통해 가상의 3D 세계에 접속해 사회활동을 하는 개념을 그리고 있다. ‘아바타’라는 개념 또한 이 소설에서 처음 탄생했다. 메타버스의 요소 중 하나인 아바타는 디지털 세상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또 다른 자아로, 일종의 ‘부캐’다.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는 나이, 인종, 성별의 제약 없이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다. 아바타라는 디지털 개체를 통해 다중정체성을 갖고 현실 세계에서보다 더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초기 메타버스는 게임이나 아바타 꾸미기 위주로 발전해왔다. 2000년대 반짝 인기를 끈 ‘세컨드 라이프’는 가상세계에서 자신의 아바타로 물건이나 부동산을 거래하며 생활하는 게임이다. 아바타를 꾸미는 ‘싸이월드’ 같은 서비스도 메타버스의 시조 격이다.

최근 등장한 메타버스 서비스는 MZ세대가 선호하는 게임성에 사회관계망을 확장하고 창조적 활동을 하는 기능을 접목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나 인플루언서처럼 가상세계에서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하고 콘텐츠를 창작하면 일정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인크래프트 등 사용자가 직접 블록을 조립하듯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 즐기는 게임들도 대표적인 메타버스 서비스다. 미국 10대가 틱톡이나 유튜브보다 더 즐겨 찾는 게임 애플리케이션(앱) 로블록스는 월 이용자 수가 약 1억5000만 명에 달한다. 로블록스의 게임 스튜디오를 이용하면 누구나 쉽게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배포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로벅스’라는 가상화폐로 수익 창출까지 할 수 있다. 로블록스에 따르면 2020년 10만 달러 이상 수익을 올린 크리에이터가 300명이 넘는다.

한국에서는 네이버제트의 제페토가 2018년 출시 이후 2억 명 넘는 가입자를 확보했다. 제페토는 AR와 소셜미디어가 혼합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10대가 사용자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메이크업과 헤어, 옷과 악세사리 등으로 3D 아바타를 꾸미고 팔로어를 늘리는 소셜 활동을 할 수 있다. 제페토 또한 아바타의 의상이나 아이템 등을 직접 만들어 판매할 수 있다. 연예기획사, 패션업체, 유통업체, 카드사 등 메타버스에 심취한 MZ세대의 마음을 얻고자 다양한 기업이 제페토에 진출하고 있다.

그렇다면 메타버스에는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 메타버스는 물리적 세계와 가상세계를 연결하는 일종의 하이브리드 플랫폼이다. 소프트웨어적으로는 가상현실을 구축하고 운영하기 위한 3D 엔진과 VR 기술이 필요하다.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를 개발하고자 소셜네트워킹 기능을 추가하고 3D 모델링 회사 스케치팹을 인수해 가상세계를 구현하는 그래픽 기반 언리얼 엔진(3D 핵심 요소를 담은 소프트웨어)을 구축했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메타버스는 게임을 초월하는 현상”이라며 “3D, AR, VR 기술로 개방적이고 상호 연결된 크리에이팅 환경을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이 더해지고 있다. 나아가 아바타와 똑같이 냄새를 맡거나 촉각을 느낄 수 있는 고도의 인공감각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빠른 데이터 통신을 지원하는 네트워크와 함께 프로젝션 및 추적 시스템, 스캐닝센서 같은 하드웨어 장비가 필요하다. VR 헤드셋, 햅틱 장갑, 스마트 안경, 웨어러블 슈트 등은 몰입감을 더욱 높여준다. 무엇보다 메타버스는 기업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용자는 그 안에서 콘텐츠를 직접 만들고 소비하는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점이 기존 게임들과 차별성이다. 따라서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 NFT나 기타 블록체인을 통한 금융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는 디지털 통화 운영을 위한 지원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에픽게임즈가 개발한 포트나이트. [에픽게임즈]

에픽게임즈가 개발한 포트나이트. [에픽게임즈]

소비 참여 동시에 일어나는 신흥 경제

메타버스 인기는 점점 더 많은 소비자가 가상상품과 서비스에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메타버스에 수많은 기업과 자본이 몰려들고 있다. 분명한 것은 모바일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메타버스가 대다수 산업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는 점이다. 메타버스를 활용하면 새로운 잠재고객에게 도달할 수 있고 적극적인 참여도 유도하므로 브랜드 광고를 더욱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일례로 로블록스에서 구찌 디지털 에디션 핸드백은 4115달러(약 472만 원)에 판매된 바 있다. 현실 세계에서 판매되는 진짜 가방보다 800달러나 더 비싸게 팔리면서 메타버스의 놀라운 가치를 입증했다.
아마존 스튜디오에서 글로벌 전략 책임자를 역임한 매슈 볼은 미국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틱톡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메타버스 또한 사용자가 어떻게 행동하느야에 따라 수익 창출 모델 및 사회에 대한 광범위한 영향을 예측하기 힘들다”며 “경험, 공간, 가상상품 등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상호 운용성과 이식성을 갖춘 긍정적 생태계로 발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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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02호 (p28~30)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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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06호

2021.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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