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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까지 웃기다” 신세계 정용진 ‘소통경영’ 득? 실?

인스타·유튜브에 클럽하우스까지 섭렵… 신규 사업 홍보도 ‘척척’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그림자까지 웃기다” 신세계 정용진 ‘소통경영’ 득? 실?

골프장 벙커에서 포즈를 취한 정용진 부회장. [정용진 인스타그램 캡쳐]

골프장 벙커에서 포즈를 취한 정용진 부회장. [정용진 인스타그램 캡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재계에서 소문난 인플루언서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개인 계정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토록 열심히 하는 이는 정 부회장을 제외하면 찾아보기 어렵다. 인스타그램 팔로어만 55만5000여 명. “디지털 총수 시대에 딱 맞는 개방형 CEO”라는 평가와 함께 “자칫 오너 리스크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정 부회장의 거침없는 행보가 회사 경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정 부회장이 3월 2일 올린 ‘벙커에 같이 들어간 기념 짤’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에는 하루 만에 2만1206개 ‘좋아요’가 달렸다. 사진 속 정 부회장은 벙커에 빠진 골프공을 치려고 엉거주춤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밑에는 ‘그림자까지 웃기다’ ‘선글라스, 노브랜드 가면 살 수 있나요?’ ‘회장님도 벙커에! 골프는 평등하다’ 등 위트 있는 댓글이 300여 개나 달렸다. 최근 신세계가 야구단 SK 와이번스를 인수한 것에 착안해 ‘용진이형, 골프보다 야구죠’라고 쓴 댓글도 눈길을 끈다. 


사랑스러운 부녀 모습뿐 아니라, 실내화와 가스레인지까지 
주목받은 정용진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사진. [정용진 인스타그램 캡쳐]

사랑스러운 부녀 모습뿐 아니라, 실내화와 가스레인지까지 주목받은 정용진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사진. [정용진 인스타그램 캡쳐]

SNS 공간에서 정 부회장은 대기업 총수가 아닌, 두 아이의 아빠이자 운동과 요리를 좋아하는 50대 남성으로서 친근함을 어필한다. 그렇다고 대기업 오너의 위용이 전부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무심한 듯 ‘툭’ 올린 사진에도 팔로어들은 다양한 해석과 반응을 보이며 정 회장의 ‘특별함’에 찬사를 보낸다. 최근에는 요리하는 아빠와 그런 아빠를 뒤에서 꼭 껴안은 딸아이의 모습을 공개했는데, 이를 본 팔로어들은 사랑스러운 부녀 모습에 감탄하는 동시에 정 부회장이 신고 있는 ‘에르메스 슬리퍼’와 럭셔리 대형 가스레인지에 열광했다.

“우승 반지 끼고 싶어 야구단 인수”

1월 유튜브를 통해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 제공 · 신세계]

1월 유튜브를 통해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 제공 · 신세계]

정 부회장은 유튜브 출연도 마다하지 않는다. 1월 정 부회장이 출연한 이마트 유튜브 채널 ‘배추밭 동영상’은 두 개 합쳐 조회수가 230만 건을 넘었다. 영상에서 정 부회장은 전남 해남에 내려가 배추를 직접 수확한 뒤 배추쌈, 배추전, 겉절이 등을 만들어 요리 솜씨를 뽐냈다. 이 영상이 공개된 후 2주간 이마트 배추 판매 실적은 전년 대비 20%가량 늘었다. 지난해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합심해 어려운 농가의 판로를 열어줬을 때도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당시 이마트는 정 부회장의 적극적인 홍보에 힘입어 못난이 감자 30t, 왕고구마 450t을 완판했다. 

정 부회장은 신규 사업에도 본인의 ‘셀럽’ 이미지를 적극 활용한다. 지난해 12월 사명에서 ‘신세계’를 떼고 새롭게 시작한 조선호텔앤리조트(옛 신세계조선호텔)는 사업 확장 과정에서 정 부회장의 덕을 톡톡히 봤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지난해 10월 신규 특급 호텔 브랜드 ‘그랜드조선’의 첫 호텔 ‘그랜드조선 부산’을 오픈했다. 또 지난해 말에는 독자 브랜드 호텔인 ‘그래비티 서울 판교 오토그래프 컬렉션’(그래비티), 올해는 켄싱턴 제주를 리모델링한 그랜드조선의 두 번째 호텔 ‘그랜드 조선 제주’를 오픈하는 등 호텔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에 조선팰리스 신축 현장을 암시하는 게시물을 올리고, 그래비티 오픈 직전에는 해당 호텔 사진을 게재하는 등 초반 마케팅에 적극 협조했다.




“오너 리스크 빌미 될 수도”

최근 정 부회장은 세간에서 화제인 음성 기반 SNS ‘클럽하우스’까지 섭렵했다. 정 부회장은 2월 28일 클럽하우스에 처음 등장해 최근 신세계가 인수한 야구단 SK 와이번스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이날 정 부회장은 “우승 반지를 끼고 싶어 야구단을 인수했다”며 “야구단 명칭은 인천, 공항과 관련 있는 이름으로 정했고, 야구단 상징색으로 이마트의 노란색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인천 SK행복드림구장(문학구장)에 스타벅스와 노브랜드를 입점시키고, 당초 인천 청라에 테마파크를 건설하려던 비용으로 돔구장을 건립할 계획이 있다고도 알렸다. 

이날 방송의 화룡점정은 ‘용진이 형’이었다. 정 부회장은 야구팬들이 NC 다이노스 구단주인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를 ‘택진이 형’이라고 부르는 것이 부러웠다며 자신을 “‘용진이 형’이라고 불러도 좋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이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이유는 소비자, 대중과의 소통을 중요시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고객의 불만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 데 이어 올해도 “고객을 향한 불요불굴(不撓不屈)”을 주요 목표로 제시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불황에도 매출 22조33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5%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2372억 원)도 전년 대비 56% 증가했다. 신세계그룹 전체 매출 또한 지난해 사상 처음 30조 원을 돌파했다.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의 SNS 소통법에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SNS 속성상 한번 부정적인 이슈가 터지면 그 여파 또한 상당하기 때문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까지는 정 부회장의 남다른 행보가 대부분 긍정적으로 비치지만, 본인도 모르는 사이 부정적 이슈에 휘말릴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며 “사생활 공개와 고객과의 소통 사이에서 적절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1279호 (p18~19)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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