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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가 ‘친구’를 부른 그날, 한국 포크가 시작됐다

[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김민기가 ‘친구’를 부른 그날, 한국 포크가 시작됐다

김민기(왼쪽)와 한국 
포크의 대모 양희은.  [동아DB]

김민기(왼쪽)와 한국 포크의 대모 양희은. [동아DB]

1월 21일 SBS에서 방영된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는 서울 대학로 학전소극장(학전)을 다뤘다. 1991년 김민기가 개관해 아직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국 대중음악사의 문화유산 같은 공간이다. 강산에, 여행스케치, 윤도현 등 학전이 배출한 가수들이 출연해 대학로 라이브 문화를 증언했다. 방송 말미에 김민기의 페르소나이자 한국 포크의 대모 양희은이 출연했다. 자신의 음악적 고향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청개구리죠.” 

한국 포크의 산실은 1960년대 명동에 있던 ‘쎄시봉’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윤형주, 송창식, 조영남 등은 당시 자작곡을 부르지 않았다. 트윈폴리오의 ‘웨딩 케이크’도 번안곡이다. 다들 그랬다. 팝송을 그대로 부르거나 가사만 한국어로 번안해 불렀다. 모두 당연하게 여겼다. 스스로 곡을 만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쎄시봉은 1969년 5월 문을 닫았다. 

1년이 지났다. 1970년 6월 명동 YWCA에 ‘청개구리’라는 공간이 문을 열었다. 직원 식당을 개조해 ‘갈 곳 없는 젊은이들의 쉼터’라는 슬로건과 함께 시작됐다. ‘와이틴’으로 불리던 YWCA 고등학생 회원들이 주로 모였지만 대학생도 종종 왔다. 청소년들이 마땅히 갈 곳이 없던 시절이다. 개관과 동시에 호황을 누렸다. 이곳에서는 매주 수요일 시낭송, 토론, 노래 부르기 같은 이벤트가 열렸다. 누구나 자유롭게 노래할 수 있었다. 개관에 관여한 음악방송 PD들과의 연줄로 송창식, 서유석 같은 당대 스타들도 가끔 공연했다. 대학 신입생이던 김민기도 청개구리를 자주 찾았다. 어릴 때부터 독학한 클래식 기타 솜씨로 인기가 꽤 많았다. 밥 딜런, 피터 폴 앤드 메리의 노래를 자주 불렀다. 청개구리 탄생의 주역 중 한 명은 음악평론가이자 CBS 라디오 PD였던 이백천이다. 그는 청개구리에 모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종종 강연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김민기가 이백천 바로 앞에서 강연을 듣고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엘리트는 말에 종종 영어를 섞어 썼다. 그런 이백천에게 혈기왕성한 청년 김민기가 한마디 툭 내뱉었다. “에이, 영어 아니면 말 못 하나.” 둘의 나이 차이는 열여덟 살이었다. 밥 딜런의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를 부르는 김민기에게 이백천은 말했다. “에이, 영어 노래 아니면 노래할 게 없나.”


하고 싶은 이야기 노래에 담다

다시 2주일이 지났다. 김민기가 청개구리에 나타나 기타를 잡았다. 이백천 역시 그 자리에 있었다. 앰프도, 마이크도 없이 김민기는 노래를 시작했다. ‘검푸른 바닷가에 비가 내리면/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이요’. 그가 고3 때인 1968년, 친구 동생의 사고사 소식을 듣고 만든 노래 ‘친구’였다. 혼자만 갖고 있다 2년 만에 처음으로 남들 앞에서 불렀다. 팝송만이 전부인 줄 알았던 청개구리의 학생들, 그리고 관계자들 모두 충격을 받았다. 이 ‘자작곡’의 여진은 다른 이들에게도 퍼져나갔다. 송창식, 서유석 같은 기존 스타들도 이에 영향을 받아 자작곡을 만들기 시작했다. 

청개구리는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하지만 청개구리 이후 한국 청년문화는 불처럼 일어났다. 그 중심에 포크가 있었다. 번안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노래에 담는’ 의미로서 포크 말이다. 양희은의 ‘아침이슬’을 비롯해 그 시절 포크 명곡들은 청개구리에서 시작됐다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김민기가 ‘친구’를 처음 부른 그날, 한국 포크가 시작됐다.







주간동아 1277호 (p57~57)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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