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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 개발’ 외길 황희가 문체부 장관 후보자?

“차라리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지명했으면…”

  •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국토 개발’ 외길 황희가 문체부 장관 후보자?

더불어민주당(민주당) 황희 의원의 ‘무경력’ 논란이 깊어지고 있다. 황 의원 보좌관이 1년여 동안 목동 지역구 주민들이 모인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에서 황 의원에 대한 비판이 나올 때마다 반대 의견을 내는 방식으로 여론몰이를 시도한 사실이 1월 25일 알려지면서 논란을 더했다. 야당은 2월 9일 국회 청문회에서 황 의원의 전문성 문제와 여론몰이 시도 정황을 중점적으로 짚을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월 20일 신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에 황희 의원을 내정했다. 외교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는 각각 정의용 대통령외교안보특별보좌관과 민주당 권칠승 의원을 지명했다. 

황 의원은 1997년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 비서로 정치에 입문했다. 참여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을 지냈고 이후 민주당 원내부대표 등을 맡으며 친문(친문재인) 인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2018년 해체된 친문 인사 친목 모임인 ‘부엉이 모임’ 멤버이기도 하다. 황 의원은 지난해 9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특혜휴가 의혹이 불거졌을 때 당직사병의 실명을 언급하며 ‘단독범’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정권을 보호하려 했다. 황 의원이 당직사병에게 사과하며 사안은 마무리됐다. 

황 의원은 여타 후보자와 달리 관련 분야에 경험이 없다. 권칠승 후보자 역시 부엉이 모임 출신이지만 20대 국회에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을 지내는 등 관련 활동을 해왔다. 황 의원을 수식하는 표현으로는 문화체육 분야 전문가보다 ‘친문 의원’ 혹은 ‘도시계획 전문가’가 적합하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의정 활동에서도 이런 성향이 두드러졌다. 20대 국회에서는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위원으로 활동했다. 자연히 황 의원의 정책 분야는 국토 개발에 치중됐다. 20·21대 국회에서 황 의원은 67건의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중 국토위 소관 법률안이 37건으로 과반을 차지했다(표 참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7건), 기획재정위원회(6건), 행정안전위원회(4건) 순이다. 전체 법률안 중 본회의에서 가결된 법률안은 5개로 모두 국토위 소관이다. 황 의원은 2019년 지역구에 속한 목동아파트 1~3단지의 종상향을 이끌어냈다. 

황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률안 중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체위) 소관은 20대 국회 때 ‘이벤트산업 진흥법안’이 전부다. 문체부가 이벤트 산업을 육성하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 해당 법안은 △개념의 불명확성 △기존 법령과 중복 문제 △비(非)시급성 등을 이유로 문체위와 문체부가 모두 반대했다. 결국 해당 법안은 20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문체위 소속인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1월 26일 “황 의원의 경우 학력과 경력, 언행 어느 부분에서도 문화·체육·관광 분야에 대한 관심이 나타나지 않는다. 황 의원을 문체부 장관으로 지명한 청와대도, 스스로를 도시재생 전문가라고 하면서 이를 수락한 황 의원도 모두 문체부 장관을 우습게 보는 것 아니겠느냐”며 “차라리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지명했다면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켈레톤 국가대표 감독 출신인 국민의힘 이용 의원도 같은 날 “코로나19 시국이 장기화하면서 문화·체육·관광업 종사자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관련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장관이 돼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할 때인데 도시, 건축에 관심이 많은 황 의원이 현안에 어떻게 대응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선거용 포석”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 [뉴스1]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 [뉴스1]

청와대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월 20일 “(황희 후보자는) 다양한 정책 분야에서 활동하며 뛰어난 정책기획력과 소통 역량을 발휘해왔다”며 “기획력과 업무 추진력, 의정 활동을 통해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문화예술·체육·관광 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스포츠계 인권 보호 및 체육계 혁신, 대국민 소통 강화 등 당면 핵심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관 업무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부처 장에게 요구되는 지휘·관리 역량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원론적으로는 맞지만 현실은 다르다”고 지적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 정권이 전문 관료들의 전문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상황이라면 정부의 설명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관료 출신인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할 정도로 관료의 전문성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 문체부에만 예외 상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야당에서는 “이번 인사가 다가오는 선거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예술 업무를 담당하는 1차관실이 아닌, 정책 홍보 등을 담당하는 2차관실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국정 홍보 강조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 기조이기도 하다. 올해 국민소통실 예산은 405억 원으로 전년 대비 39.4% 증가했다. 문체부 예산(6조8637억 원)이 1%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문체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국회 청문회에서 황 의원의 전문성 논란과 여론몰이 시도 정황을 집중적으로 알아볼 계획이다. 김승수 의원은 “문체부의 대표 업무는 국정 홍보다. 부처 예산도 6조8000억 원이 넘는다. 선거를 염두에 두고 선거캠프에 몸담았던 황 의원을 문체부 장관으로 기용해 정권 홍보에 활용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짙다. 청문회에서 이를 따져보려 한다”고 밝혔다. 이용 의원은 “황 의원 보좌관이 지역 주민 단체 채팅방에서 신분을 위장한 채 여론몰이를 한 정황의 경우 21대 총선에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본다. 그 시점이 정확이 언제부터인지, 당시 어떤 말을 했는지 등도 알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1275호 (p22~23)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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