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68

2020.12.11

진중권 등 ‘조국 흑서’ 저자 3인, ‘힘 못 쓰는’ 야당에 주문 강도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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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0-12-07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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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율 “야당임에도 물고 늘어지지 못한다”

    • 서민 “민주당 어그로에 당하지 말고 이슈 선점하라”

    • 진중권 “과거 아닌 미래를 비추는 전조등이 돼라”

    일명 ‘조국 흑서’(원 제목: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나온 지 석 달이 넘었다. 진보 논객인 조국 흑서 저자들은 지금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도 민심을 얻지 못하고 있는 야당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저자 한 명인 진중권(57) 전 동양대 교수가 보수를 향해 펜을 들었다. 

    ‘보수는 과거 반성 위에서 새 출발을 해야 한다. 반성에는 냉정한 자기 인식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들에게 자신을 객관화할 능력이 없어 보인다는 데 있다.’ 

    진 전 교수는 ‘보수가 주류였을 때, 그리하여 자기들의 생각이 곧 사회의 지배적 생각이었을 때는 굳이 남의 눈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그 좋은 시절은 이미 오래전 지났다’고 말했다. 12월 7일 발간된 신간 ‘진중권 보수를 말하다’에는 진 전 교수가 파악한 한국 보수의 문제점이 오롯이 담겼다. △공포와 습관의 정치 △공감 능력 결여 △윤리적 책임감 결여 등이 보수 실패의 주요인으로 꼽혔다. 진 교수는 보수를 향해 “과거로 눈을 돌리지 말고 어둠을 향해 앞으로 빛을 던지는 전조등이 돼라”고 주문했다.

    정권교체 위해 ‘조국 흑서’ 필자들 보수 지원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동아DB]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동아DB]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최근 펴낸 책 ‘진중권 보수를 말하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최근 펴낸 책 ‘진중권 보수를 말하다’

    진 전 교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조국 흑서 공동저자였던 서민(53) 단국대 의과대학 기생충학과 교수와 김경율(51) 경제민주주의21 대표도 야당에 대안을 주문하고 있다. 다수의 횡포를 엿보인 현 정권에 대한 견제 세력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서 교수는 11월 11일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인 ‘명불허전 보수다’의 초청으로 ‘야당의 길’을 주제로 강연했다. 서 교수는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권교체다. 현실적으로 이를 이룰 수 있는 세력은 (제1)야당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에는 보수가 이겼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보수 정당에 표를 준 적이 한 번도 없다. 하지만 이후 선거에서는 보수 정당을 뽑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경율 대표는 1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로운보수당 당원들을 대상으로 ‘낡은 진보와 낡은 보수를 넘어’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이후에도 야당과의 접촉은 이어졌다. 김 대표는 “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생애 처음으로 보수 인사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청년모임도 참관해봤는데 여러 이슈에 대해 괜찮은 논의가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세월호 진상규명에 먼저 나서라”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동아DB]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동아DB]

    서민, 김경율 두 사람은 야당과 교류 과정에서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의 의제 설정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 세월호 참사와 5·18광주민주화운동 등 더불어민주당이 선점한 이슈에 대한 주도권을 야당이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 두 사람의 공통된 견해다. 

    서 교수는 “여당은 매번 야당이 협력하지 않아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혀내지 못했다고 변명한다. 껄끄러운 부분이 있어도 야당이 주도적으로 진상 규명을 제안해 여당이 물고 늘어질 빌미를 줘선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국민의힘 핑계를 대면서 ‘어그로(aggro)’를 끌 때마다 아연실색한다. 오랜 시간 진상 규명이 진행된 만큼 추가적으로 규명될 내용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여기에 당한다”고 말했다. 박주민 의원은 12월 3일 페이스북에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사회적참사 진상규명특별법) 법안 통과를 위해 국민의힘과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진척되지 않고 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은 전향적인 자세로 법안 통과에 협력해주길 요청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 대표 역시 국민의힘이 “진보는 어떠해야 하고, 보수는 어떠해야 한다고 여기며 주눅 들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의힘 청년모임을 참관했을 당시 자살 및 인구 문제 등에서 좋은 의견이 오갔다. 이 와중에 ‘민주당 식의 방법이다’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좋은 방법이면 좋은 방법이지, 민주당 식의 방법은 도대체 무엇인가. 보수와 개혁이 상반된 언어가 아님에도 야당이 스스로 벽을 만들며 수구적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임에도 물고 늘어지는 맛이 없다”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 [뉴스1]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 [뉴스1]

    야당이 각종 이슈에서 ‘야성(野性)’을 보이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 대표는 “야당임에도 물고 늘어지는 맛이 없다. 시민단체 활동을 하다 보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와 일을 해봤다. 더불어민주당과 일할 때가 7점이라면 국민의힘은 3~4점 수준”이라고 평했다. 이어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등 각종 이슈가 터질 때마다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자료를 요청해왔다. 자료를 받아도 이를 활용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악력(握力)이 떨어진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야당이 의석수가 적은 탓에 두드러지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증인 신청을 해도 번번이 무산되는 실정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외부 활동이 제약되는 상황 역시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발랄한 야성’을 주문했다. 아스팔트 보수 세력이 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아직까지 보수 정당은 태극기부대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했다. 가까이에서 보니 당내에서 청년 정치인을 위한 몫을 키우고 있다. 이러한 점이 제대로 국민에게 알려져야 한다. 향후 국민의힘이 발랄한 방식으로 여당의 잘못을 꼬집었으면 한다. 이미 유튜브에는 이러한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내는 유튜버가 많다. 엄숙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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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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