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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때린 도우미 재취업에 워킹맘 분노

도우미의 아동 학대 등 범죄 이력 등록 명시한 법안 국회 계류 중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아이 때린 도우미 재취업에 워킹맘 분노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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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 불구하고 부모에게 부탁하는 것뿐인가 싶다.” 

최근 복직을 계획하고 있는 정모(31·여) 씨의 말이다. 하지만 정씨는 아기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고심 중이다. 돈이 좀 들더라도 육아 도우미를 쓸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일부 육아 도우미가 신생아를 학대하는 사건이 연달아 터져 나왔기 때문. 

일각에서는 육아 도우미의 영아 학대를 막으려면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는 육아 도우미가 영아를 학대하더라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를 폭행한 사람은 한동안 육아 도우미로 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물론 취업 제한 규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영아와 관련해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보육시장에는 소속 없이 활동하는 이른바 ‘프리랜서’ 육아 도우미가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취업 제한 처벌을 받아도 얼마든지 재취업에 나설 수 있다. 상대적으로 믿을 만한 곳은 정부의 보육 지원 사업인 ‘아이돌봄서비스’지만 최근 아이돌봄서비스에서도 학대 사건이 발생해 부모들 사이에서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이 없다는 한탄이 나오는 실정이다.


아동 학대 사건 해마다 큰 폭 증가

14개월 된 영아를 학대하는 등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모 씨가 4월 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14개월 된 영아를 학대하는 등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모 씨가 4월 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육아 도우미의 학대가 널리 알려진 것은 14개월 된 영아를 수십 차례 학대한 ‘금천구 아이 돌보미’ 사건이 계기였다. 어린아기의 머리와 뺨을 때리거나 발로 차는 등 폭행과 폭언이 3개월간 이어진 것. 해당 도우미는 자신이 해고를 당했으며 6년간의 노고가 물거품이 됐다는 내용을 담은 사과문을 아이의 부모에게 전달했다. 진정성보다 변명에만 급급한 사과문을 받아 든 부모는 이 내용을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올렸다. 이 사건의 피의자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고, 2심에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1000만 원, 5년간 아동 관련 취업 제한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사 단계부터 구속 상태로 있으면서 충분히 자숙의 시간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피해자 측과 진행한 민사소송 결과 15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하는 점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금천구 학대 사건 외에도 아동 학대 피해 경험률은 5년 사이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아동 학대 피해 경험률은 인구 10만 명당 학대를 경험한 아동 수를 의미한다. 11월 19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아동 학대 피해 경험률은 264.2명으로 2013년 72.5명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피해 경험률은 해마다 크게 늘어 2014년 109.9명, 2015년 131.7명, 2016년 215.6명이었다. 아동이 아닌 영아는 학대받은 사실을 알리기 어려운 만큼 실제로는 더 많은 영아 학대가 있었을 개연성이 높다. 



모든 아동 학대가 위험하지만 영아 학대는 그중에서도 더욱 질이 나쁘다. 자칫 학대에 그치지 않고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아동 학대를 집계한 2001년 이후 지금까지 학대로 세상을 떠난 아이는 총 279명. 이 중 지난해 사망한 28명을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0~1세가 18명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에도 강서구 한 어린이집 교사가 생후 11개월 된 아이를 몸으로 눌러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올해는 위탁모가 15개월 된 아이를 때리고 굶겨 숨지게 했다. 피의자는 아이를 돌보는 열흘 동안 하루 한 차례 분유 200cc만 먹였다. 설사가 잦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외에도 꿀밤을 때리고 발로 머리를 차는 등 수시로 폭행한 사실이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 위탁모는 다른 가정의 두 영아도 코와 입을 막은 채 욕조에 얼굴을 담그거나 목욕 대야에 뜨거운 물을 부어 화상을 입히는 등 지속적으로 학대했다. 

일각에서는 영아 학대가 줄지 않는 이유가 낮은 처벌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피해자인 영아가 말을 못하기 때문에 적발이 쉽지 않은 데다, 적발된다 해도 처벌 수위가 높지 않아 관련 범죄가 줄지 않고 있다는 것. 제주에서는 한 어린이집 원장이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고 만 1세 영아의 머리와 등을 때리는 사건이 있었다. 해당 사건의 판결은 벌금 1000만 원과 아동 학대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였다. 피해자의 부모는 합의 없이 피의자 처벌을 원했지만, 재판부는 초범이라며 비교적 낮은 처벌을 내렸다. 아이를 죽게 한 강서구 한 어린이집과 위탁모는 각각 징역 6년, 징역 15년의 처벌을 받았다.


믿을 만한 곳은 정부 보육 지원 사업뿐?

김희경 여성가족부 차관이 4월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안전한 아이돌봄서비스를 위한 개선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김희경 여성가족부 차관이 4월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안전한 아이돌봄서비스를 위한 개선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법적으로는 아동 학대 사실만으로도 엄한 처벌을 받게 돼 있다. ‘아동복지법’ 제17조에 따르면 아동을 신체 및 정신적으로 학대하면 5년 이하 징역,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또 아동 학대로 형 또는 치료감호가 선고되면 일정 기간 관련 업계 취업이 제한된다. 이에 어린이집 교사나 원장 등은 최대 10년간 보육 업무를 할 수 없다. 

하지만 일반 가정집에서 고용하는 육아 도우미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민간 육아 도우미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중개업체에서 검증하겠지만 범행 사실을 숨긴다면 이를 걸러내기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중개업체를 통해 계약하면 비교적 덜 위험하지만, 육아 및 가사 도우미가 하는 일의 특성상 지인 소개로 직접 계약하는 사례가 많다. 이 경우 신원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모들이 육아 도우미를 뽑을 때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신원이었다. 3월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육아민간 육아도우미 이용실태 및 관리방안 연구’ 보고서는 민간 육아 도우미 이용 경험이 있는 영유아·초등학생 부모 939명을 설문조사했다. 그 결과 도우미 구인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범죄이력 확인 등 ‘신분 보장’(40.8%)이었다. ‘경력’(35.4%), ‘학력’(6.8%), ‘건강 상태’(5.22%), ‘연령’(3.4%)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구인 경로는 ‘친인척 소개’가 75.5%로 가장 많았고, 산모 도우미 소개가 9.4%로 뒤를 이었다. 중개업체를 통하는 경우는 6%에 불과했다. 육아 도우미를 고용한 임모(35·여) 씨는 “업체를 통하면 돈은 돈대로 들고 알려주는 내용은 거의 없다. 도우미의 연락처와 이름이 부모가 알 수 있는 정보의 전부다. 집에 와 애들을 봐줄 분인데, 빈약한 정보에 의지하기는 어렵다. 결국 주변 사람이 한 명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그나마 안전장치가 가장 많은 곳은 정부의 보육 지원 사업인 ‘아이돌봄서비스’다. 민간 육아 도우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데다, 정부 사업이니 신원도 확실하다. 아이돌봄서비스의 육아 도우미는 ‘아이돌보미’로 불린다. ‘아이돌봄 지원법’에 따르면 아동 학대로 처벌받은 이력이 있는 사람은 아이돌보미가 될 수 없다. 벌금형은 10년간, 징역이나 집행유예는 20년간 아이돌보미로 일할 수 없다. 여기에 근무 중 아이를 학대한 정황이 확인되면 최소 한 달 이상 자격이 정지된다. 이 정지 처분을 3회 이상 받거나, 아이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상처를 입히면 아이돌보미 자격이 취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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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아이돌보미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아이돌봄서비스를 신청하고도 10년 넘게 대기만 하는 경우도 많다. 직장인 박모(37) 씨도 최근 아내와 아이돌봄서비스를 신청했지만, 사실상 포기했다. 박씨는 “기관에 찾아가 서류를 제출했지만 대기하는 사람이 많아 언제 이용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이가 다 커야 서비스 이용이 가능할 것 같아 포기하고 민간 육아 도우미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도 아이돌보미를 늘리려 노력하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2018년과 2019년 각각 7000명, 2만여 명을 늘리겠다고 나섰으나 실제로 늘어난 인원은 목표치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교육만 받고 아이돌봄서비스에는 참여하지 않는 사람도 많기 때문. 게다가 민간에서 일하는 것이 금전적으로 더 유리한 상황이라 굳이 정부 도우미로 나서려 하지 않는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2019년 활동 수당이 시간당 기본 8400원에 맞춰져 있다. 올해 최저임금인 8350원에 맞춰진 시급인데, 이는 생계가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민간 보육시장도 정부가 관리, 감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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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부 소속 아이돌보미라고 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금천구 학대 사건의 육아 도우미가 아이돌보미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원성이 더 컸다. 담당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아이돌보미를 고용할 때 인적성 검사 항목을 추가하고 아이돌보미의 이력 공개 및 폐쇄회로(CC)TV 설치 등의 대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어린아이를 둔 부모들의 반응은 차갑다.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한 적 있다는 직장인 양모(36·여) 씨는 “정부는 CCTV 설치, 인적성 검사 등 표면적인 이야기만 내놓는다. 어린이집에도 대부분 CCTV가 있지만 학대가 여전히 발생하지 않나. 아이돌보미가 학대를 못 하도록 처우 개선, 교육, 처벌 등 실질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특히 학대 행위를 했을 때 자격 정지뿐 아니라 어디서도 평생 보육일을 못 하게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민간 육아 도우미도 정부가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이 6월 ‘육아 도우미 제도 개선을 위한 아이 돌봄 지원법 일부 개정 법률안’(아이돌봄지원법)을 발의한 것. 개정안은 정부에 등록 신청을 한 육아 도우미에 한해 여성가족부 장관이 범죄 이력 등을 확인해 등록하고, 보호자의 요청이 있을 시 해당 육아 도우미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법안은 영국 사례를 참조했다. 영국의 민간 육아 도우미는 교육 표준청에 자신의 활동 이력과 범죄 이력을 등록할 수 있다.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부모가 육아 도우미를 고용할 때 대부분 교육 표준청의 등록증을 요청하기 때문에 대다수 육아 도우미가 이에 등록했다. 만약 국내에서 아이돌봄지원법이 통과된다면 유사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에 등록된 육아 도우미의 범죄 이력 등을 부모가 확인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동종업계 재취업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개정안은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사실 해외에서는 민간 보육시장을 정부가 관리, 감독하는 일이 일반적이다. 미국 일부 주의 경우 육아 도우미를 고용하기 전 범죄 이력을 조회할 수 있다. 일본은 육아 도우미 중개업체를 정부가 직접 관리하고 있다. 

정유정 한국영유아보육학회 회장은 “정부가 보육시장을 관리, 감독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인정했다. 다만 “동시에 육아 도우미들에 대한 처우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가 공인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고도 처우나 시간 등의 이유로 보육 현장에 나서지 않는 인력이 많다는 점에서다. 정 회장은 “육아 도우미가 일반 가정에서도 시간제로 일할 수 있게 된다면 지금은 쉬고 있는 양질의 육아 인력이 시장에 빠르게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간동아 2019.12.20 1219호 (p38~41)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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