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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저성장 시대의 투자전략 ②

요동치는 환율, 묻어둘 곳 챙기자

‘1달러에 1150원’ 이하로 떨어지긴 힘들 듯   …   달러 예금 · 연금 추천

요동치는 환율, 묻어둘 곳 챙기자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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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요동치고 있는 환율(그래프1 참조) 얘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잘못된 상식 하나를 바로잡고 싶다. 뉴스를 읽다 보면 ‘원/달러 환율’이라는 표현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는 틀린 표기법이다. 한국은 환율을 표기할 때 직접표시법을 쓰기에 ‘원/달러’가 아닌 ‘달러/원’ 환율이라고 쓰는 것이 맞다.


요동치는 환율, 묻어둘 곳 챙기자

‘원/달러’ 아니고 ‘달러/원’ 환율이 맞는 표현

직접표시법이란 환율을 자국 통화로 표시하는 것을 말한다. 일례로 원/달러 환율에 대해 ‘1180’(1180원)이라고 하지, ‘0.85’(0.85달러)라고 하지 않는 것이 국제적인 약속이다. 다시 말해 ‘1000원은 0.85달러’라 하지 않고 ‘1달러는 1180원’이라고 한다. 환율을 자국 통화로 나타내려면 ‘주어’ 격인 외국 화폐가 먼저 나오는 게 맞기 때문에 ‘달러/원’ 환율이라고 해야 한다. 달러/원의 빗금(/) 부호가 ‘나누기’를 뜻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자. 반면 간접표시법은 자국 화폐 단위에 대한 다른 나라의 통화 가치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미국 달러는 원화·엔화·위안화 등에 대해서는 직접표시를, 유로화·파운드화 등에 대해서는 간접표시를 하도록 약속돼 있다. 유로화 환율에 대해 ‘EUR/USD(유로/달러)=1.12’, 즉 ‘1유로는 1.12달러’라고 표시한다. 

안 그래도 어려운 환율을 더욱 헷갈리게 하는 ‘원/달러’ 환율이란 표현은 한국과 미국의 정상회담을 한미정상회담이라고 하지, 미·한 정상회담이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일종의 민족적 자존심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보자(이후 달러에 대한 원화 가치는 달러/원 환율로 표기). 



그간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전통적으로 한국 원화가 저평가돼 있다는 불만이 많았다. 한국이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 등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달러/원 환율이 한국 경제의 주요 경제지표 여건보다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1997년 외환위기 이전까지 900원대였던 달러/원 환율이 외환위기 극복 후에는 계속 1100원을 중심선으로 움직여왔다. 


요동치는 환율, 묻어둘 곳 챙기자
그런데 올해 들어 한국 원화가 다른 통화와 비교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 원화는 올해 들어 약 5.36% 절하됐는데, 이는 G20 회원국 중 대규모 자금이탈로 자본 통제가 내려진 터키 리라화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이 떨어진 수치다(표 참조). 


요동치는 환율, 묻어둘 곳 챙기자
원화 가치 하락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지속됨에 따라 글로벌 교역량이 감소하면서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그래프2 참조). 미·중 무역분쟁이 전면적으로 확대된 지난해 11월부터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크게 줄기 시작해 올해 4월에는 7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매해 4월마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받은 배당금을 본국으로 송금하기 때문에 경상수지가 축소되는 계절적 요인이 두드러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적자를 나타냈다는 것은 그만큼 수출입 측면에서 달러화의 자금 유입이 예전에 비해 크게 축소됐음을 보여준다. 

실제 국내 수출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7개월 연속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심화로 글로벌 교역량이 떨어진 점도 문제지만, 그간 수출 호조를 이끌던 반도체 호황이 마무리되고 조정 국면에 들어간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경상수지 흑자가 다시 증가하려면 수출이 개선돼야 하고, 국내 수출에서 비중이 큰 반도체 업황이 개선돼야 하는 것이다.


미  ·  중 무역분쟁에 脫한국 현상 겹쳐

7월 5일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항에서 컨테이너선이 적재 준비를 하고 있다. 미  ·  중 무역분쟁여파로 글로벌 교역량이 줄면서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크게 감소했다. [AP=뉴시스]

7월 5일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항에서 컨테이너선이 적재 준비를 하고 있다. 미  ·  중 무역분쟁여파로 글로벌 교역량이 줄면서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크게 감소했다. [AP=뉴시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반도체 업황이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중 무역협상이 재개되긴 했지만 관세 부과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어 글로벌 교역량 확대의 전망이 밝지 않다. 또한 최근 일본이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 수출을 규제해 한국 반도체의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 한국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을 통해 이번 수출규제의 부당성에 대해 국제 사회의 공감대를 얻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가 8월 화이트 국가(수출우대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사태가 단기간에 수습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를 감안하면 예전처럼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달러/원 환율을 끌어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요동치는 환율, 묻어둘 곳 챙기자
다음으로 탈(脫)한국 움직임이 달러/원 환율에서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해외 직접투자액은 141억1000만 달러(약 1조6600억 원)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4.9%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제조업은 140.2%나 해외 직접투자가 증가했고 금융보험업은 48.2%, 부동산업은 36.4% 늘었다. 반면 올해 상반기 국내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절반가량 줄었다(그래프3 참조). 

또한 증권 투자에서도 해외로의 자금 유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5월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는 255억6000만 달러(약 30조1863억 원)로,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온 자금보다 147억9000만 달러(약 17조4669억 원) 더 많았다.


美 연준 금리인하, 달러/원 환율에 제한적 영향

이러한 기업과 투자자의 탈한국 움직임은 근본적으로 경기 둔화와 급격한 노동비용 상승 등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국내 경제의 성장동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2020년 최저임금 상승률은 2.87%로 2007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지난 2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이 30%에 육박하는 등 사업주 부담은 이미 급격하게 높아진 상태다. 탈한국 움직임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어서 달러/원 환율의 하방경직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을 감안하면 달러/원 환율은 과거보다 한 단계 높아진 수준에서 새로운 박스권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년간 달러/원 환율은 1150원대 이상으로는 상승세가 막히면서 하향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올해 4월 1150원 선을 돌파했고, 미·중 무역분쟁이 재점화된 5월에는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 매도세로 1200원 선에 근접할 만큼 상승세를 나타냈다. ‘설마 1200원을 넘어서랴’는 경계감으로 추가 상승은 제한됐으나, 과거 박스권 상단이던 1150원 선이 이제는 박스권 하단 역할을 하는 모습이다. 

그나마 달러/원 환율이 지금보다 하락할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는 요소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공격적인 금리인하로 달러화 약세를 유도할 개연성이 있다는 대목이다. 도널드 트럼트 미국 대통령은 2020년 재선을 앞두고 저금리 및 약달러 정책을 선호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과 중국을 ‘환율 조작국’이라 칭하면서 달러화를 약세로 전환시킬 방법을 찾아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달러화가 약세로 전환되면 달러/원 환율에도 일정 부분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만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원화가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기는 어려운 환경이라 달러/원 환율 하락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앞으로는 ‘레벨업’ 된 달러/원 환율에 적응해야 한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장기적으로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달러화 자산의 비중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최근 인기가 높아진 달러화 예금뿐 아니라 달러화 연금도 좋은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다른 국가들 대비 우수한 재정건전성과 높은 신용등급을 자랑한다. 외환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므로 막연한 불안감으로 달러화에 대한 ‘묻지마’ 식 투자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 원화 가치가 예전보다는 약해진 환경인 것이지, 원화 자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정도는 아니라는 것을 구분하는 자세가 요구되는 때다.






주간동아 2019.07.26 1199호 (p46~49)

  • 박종연 IBK연금보험 증권운용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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