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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 군사보호구역 해제 지역 찾아가보니

“군사보호구역 해제? 위수지역 해제나 안 했으면…

강원 철원 주민들 시큰둥…“땅값 올라도 군부대 이전으로 상권 죽어”

  • 철원=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군사보호구역 해제? 위수지역 해제나 안 했으면…

강원 철원군 철원읍 부동산뉴스의 손모 대표가 철원군 지도를 보며 화살머리고지와 철원역 신설 예정 지역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강원 철원군 철원읍 부동산뉴스의 손모 대표가 철원군 지도를 보며 화살머리고지와 철원역 신설 예정 지역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국방부는 11월 21일 국방부 차관이 위원장인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 심의위원회’를 열고 3억3699만㎡에 이르는 군사시설보호구역(군사보호구역) 해제를 의결했다. 군사보호구역 해제와 별도로 1317만㎡의 통제보호구역을 제한보호구역으로 완화했다. 

통제보호구역은 군사분계선으로부터 10km 이내 지역과 중요 군사시설 외곽 300m 이내 지역에 지정된다. 이 구역에서는 건축물 신축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기존 건축물을 증축할 때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에 비해 군사분계선으로부터 25km 이내 지역과 중요 군사시설 외곽 500m 이내에 지정되는 제한보호구역에서는 모든 건축행위가 협의를 거치면 가능하다. 통제보호구역을 제한보호구역으로 완화하는 것만으로도 주민의 재산권 행사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이다. 더욱이 제한보호구역에서 해제되면 협의 없이도 개발 행위가 가능해 주민의 재산권 행사는 더욱 확대된다.


“길게 보면 좋은 일”

서울 여의도 면적의 116배에 달하는 군사보호구역을 해제한 것은 누가 보더라도 규제 완화이자 국민의 재산권 행사에 도움이 되는 좋은 조치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접경지 지역 일부 주민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12월 12일 찾아간 강원 철원군 동송읍의 상인들은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았다. 철원군번영회장을 맡고 있는 유모 씨는 “길게 보면 좋은 일이지만, 지역 주민들이 바라던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군사보호구역에서) 해제된 곳은 대부분 북쪽과 가까워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임야다. 규제가 풀렸다는 점은 환영할 만하지만, 지역 주민의 먹고사는 문제와 직접적으로 관계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주민들이 진짜 원하는 바는 그게 아닌데….” 

국방부는 군사보호구역 해제를 발표하면서 “이번 군사보호구역 규제 완화는 지방자치단체 등 외부 요구에 따라 수동적으로 해오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국방개혁 2.0’ 차원에서 군이 군사 대비태세를 유지하면서도 지역 주민과 상생하는 군사시설 관리를 위해 선제적·능동적으로 검토해 추진했다”고 발표했다. 지역 주민들의 요구가 아니라 군이 스스로 검토해 추진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철원 등 군부대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군사보호구역 해제’보다 ‘위수지역 해제’가 더 큰 관심사였다. 철원군 동송읍 동송전통시장의 박용길 상가번영회장은 “사람이 자꾸만 빠져나가는데 건물을 맘대로 짓게 해주는 것이 무슨 소용이냐”고 말했다. 

군사보호구역이 대규모로 해제됐다. 

“땅값은 좀 오르겠지. 그런데 땅값이 더 뛸 것 같으니까 매물로 내놓는 사람은 더 없어졌다.” 

건물 신축이 자유로워 개발 붐이 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건물을 짓는다고 살 사람이 오는 것도 아니고…. 군부대가 빠져나가는 게 더 큰 문제다.” 

군부대를 중심으로 지역상권이 형성돼 있던 군사도시 철원에 남북화해와 평화의 새바람이 불면서 오히려 기존 상권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얘기였다. 박 회장은 “19연대가 이전한 뒤로 시장이 썰렁해졌다”며 “빗자루로 깨끗이 쓸어낸 것처럼 요즘 시장에서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다 상권이 다 죽게 생겼다”고 말했다.


평화산업단지 조성 기대

철원읍 대마리의 석희덕 묘장초 교장(오른쪽)이 소이산 정상에서 촬영한 산명호 전경. [사진 제공 · 석희덕]

철원읍 대마리의 석희덕 묘장초 교장(오른쪽)이 소이산 정상에서 촬영한 산명호 전경. [사진 제공 · 석희덕]

철원읍과 동송읍이 맞붙은 지역은 과거 주민 2만 명, 6사단 장병과 군인가족 2만 명 등 4만 명이 상권을 형성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19연대가 이전한 후 상권이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는 게 박 회장의 설명이다.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려면 인구가 늘어야 하는데, 군인이 자꾸만 빠져나가니 지역경제가 살아날 수 있겠나. 다른 건 몰라도 위수지역만이라도 유지해줬으면 좋겠다.” 

군 장병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고자 정부는 위수지역을 부대 주변에서 대중교통으로 2시간 이내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장병들은 외박 또는 외출 시에도 부대 주변에 묶여 있어야 했던 발이 풀린다는 점에서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외출, 외박을 나온 군 장병들을 상대로 장사해온 지역 상인들에게는 생계가 걸린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언제까지나 군부대만 바라보고 장사할 수 없다는 걸 상인들도 잘 안다. 그런데 준비할 시간을 좀 줘야 하는 것 아닌가. 군인들이 빠져나가는 대신 공장을 세워 새 사람이 들어와 살 수 있게 해야 지역경제가 돌아가지 않겠나. 군사보호구역이 해제됐다고 당장 먹고살 수 있는 건 아니잖은가. 공장을 하루아침에 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북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훼방이라도 놓으면 어떡하나. 트럼프 말 한마디에 자칫하면 시골 사람들 다 죽게 생겼다.” 

박 회장의 푸념 섞인 호소였다. 

철원군은 4·27 판문점선언 이후 남북화해의 상징 지역으로 부상했다. 남북이 시범적으로 공동 유해발굴을 하고 있는 화살머리고지가 자리한 곳도 철원이다. 화살머리고지 주변의 지뢰를 제거하는 작업이 시작되면서 앞으로 개성공단 같은 평화산업단지가 이곳에 조성되리라는 얘기가 주민들 사이에 돌고 있다. 철원읍 대마리의 석희덕 묘장초 교장은 “화살머리고지 너머 너른 평야에 평화산업단지가 조성될 것이란 얘기는 오래전부터 나왔다”고 말했다. 석 교장은 “지뢰를 제거하고 남북을 잇는 길을 내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여건이 좋아지고 있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평화산업단지 조성 계획은 아직 정부가 공식 발표한 바 없다. 지금까지는 ‘기대 섞인 예측’이다. 더욱이 유엔과 미국의 강력한 대북제재가 현재처럼 유지될 경우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만약 평화산업단지가 조성되더라도 공장이 세워지고 공장에서 일할 노동자가 유입되는 데는 최소 몇 년은 걸릴 대역사다. 


강원 철원군 철원읍 대마리의 경원선 백마고지역. [박해윤 기자]

강원 철원군 철원읍 대마리의 경원선 백마고지역. [박해윤 기자]

언제 이뤄질지 모를 막연한 미래에 희망을 걸고 살기에는 철원군 주민들의 현실이 열악해 보였다. 동송읍 한 음식점에서 일하는 이평리 주민은 “나라에서 하는 일이 길게 보면 다 필요한 것이겠지. 하지만 그때까지 우리는 뭘 해먹고 사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군부대 이전에 위수지역 해제 문제로 이 지역 민심이 흉흉하다”고 덧붙였다. 철원읍 화전리에 사는 또 다른 주민도 “평화산업단지가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어느 세월에 될지 어떻게 아느냐”며 “월정리역을 대체할 철원역도 박근혜 정부 때 토지 수용까지 다 마쳐놓고 여태껏 착공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원선 복원사업은 2015년 8월 목함지뢰 사건으로 백마고지역까지로 축소돼 공사가 마무리된 후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철원역까지 철길을 낼 토지에 대한 보상은 이미 마쳤다고 한다.


“토지 실거래는 뜸해도 문의 전화 많은 편”

동송전통시장 상인들은 6사단 19연대가 이전한 후 상권이 크게 위축됐다고 입을 모았다. [박해윤 기자]

동송전통시장 상인들은 6사단 19연대가 이전한 후 상권이 크게 위축됐다고 입을 모았다. [박해윤 기자]

철원군 상인들이 군부대 이전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과 달리 철원군의 부동산중개업체들은 부동산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어 대조를 이뤘다. 특히 4·27 판문점선언 이후 화살머리고지 지뢰 제거가 시작되자 토지 매매와 관련된 전화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철원읍 부동산뉴스의 손모 대표는 “4·27 판문점선언 이후 5월에 거래가 좀 이뤄졌고, 최근 실거래는 뜸한데 문의 전화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단, 철원군 부동산 매매 문의는 군사보호구역 해제와는 무관하다는 게 손 대표의 설명이다. 


철원군에는 부동산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동산중개업체가 성업 중이다. [박해윤 기자]

철원군에는 부동산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동산중개업체가 성업 중이다. [박해윤 기자]

“이번에 철원에서 (군사보호구역에서) 풀린 지역은 근남면과 서면에 많은데, 그 지역에 대한 문의는 거의 없다. 그 대신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몇 차례 직접 방문해 남북이 공동으로 궁예도성 발굴을 하겠다고 밝힌 이후 그쪽 땅의 호가가 크게 뛰었다.” 

화살머리고지가 자리한 독검리와 가단리에는 매물이 없을뿐더러 거래 자체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 대신 궁예도성이 있는 홍원리·중강리 지역과 비무장지대(DMZ) 생태공원 후보지로 거론됐던 유정리·산명리 토지에 대한 외지인의 관심이 특히 높다고. 그에 비해 철원의 대표 관광지 고석정이 위치한 장흥리와 오지리의 부동산 가격은 변동이 거의 없다고 한다. 

손 대표는 “철원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남북화해와 교류가 본격화되면 산업단지 및 물류단지가 조성될 것이란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며 “그러다 보니 정세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경원선 최북단 월정리역 주변 강산리와 내포리의 경우 3.3㎡당 1만 원 하던 땅값이 2007년에는 남북화해 분위기를 타고 10만 원까지 뛰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는 지속적으로 떨어져 7만 원을 밑돌았다고 한다. 그러다 최근 개발 기대감에 20만 원까지 호가가 뛰었다고. 

손 대표는 “평화산업단지가 조성되면 3.3㎡당 8만 원에 수용될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문의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며 “시골 땅은 최소 몇천㎡에서 몇만㎡ 단위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돈 있는 사람 말고는 실제로 거래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8.12.14 1168호 (p12~14)

철원=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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