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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으로 본 세상

유작 있는 국가의 법률대로 작성돼야

천경자 화백 유언의 효력

유작 있는 국가의 법률대로 작성돼야

한국을 대표하는 여류화가 천경자 화백의 죽음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말이 많다. 저명 화가의 작품은 소장 가치가 높아 유족들은 상속과 관련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갖게 된다. 더욱이 작가가 사망한 경우 작품의 가치는 더욱 오른다. 현행 민법은 친자들의 상속분을 동일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제1009조). 혼인신고를 하지 못해 사실혼만 성립한 상태에서 얻은 자식도 아무런 차이가 없다. 다만 천 화백의 경우 차남이 먼저 세상을 떠나 그의 자녀들과 배우자가 대신해 상속분을 상속한다(민법 제1001조, 제1003조).

현행 민법에서는 최후로 봉양한 자녀라도 상속분에선 별다른 우선권이 없다. 다만, 일정 수준 이하의 예금, 생활용품 등은 최후로 봉양한 자녀에게 증여했다고 추정하는 정도다. 고가 작품이라면 별다른 사유가 없는 한 증여했다고 볼 수 없다. 이를 봉양한 자녀에게만 물려주려면 반드시 유언이 필요하다. 유언은 자신의 소유 재산에 대해 미리 처분을 결정해두는 법적 제도다. 유언자가 사망하면 그의 의사를 다시 확인할 길이 없으므로 유언은 엄격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민법은 5가지 방식(민법 제1065조)을 규정해놓았는데,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유언은 무효가 된다.

천 화백의 경우 미국에서 살다 사망했어도 대한민국 국민이므로 우리 민법이 정한 형식대로 유언장을 작성해야 그 내용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국제사법 제50조). 유작은 동산의 일종이므로 그 소유권의 처분에 대해 유언으로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부동산도 그 부동산 소재지의 법률에서 허용되는 물권에 대해 임의대로 처분할 수 있다.

하지만 천 화백이 우리 민법에서 정한 형식대로 유언장을 작성해뒀을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유언장을 작성했더라도 우리 법원에서 재판을 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우리 법원에서 얻은 판결은 우리나라 영토 내에서만 적용되는 것이므로, 유작이 대부분 미국에 있는 상황이라면 판결을 직접 적용할 수 없다. 반드시 미국 법원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국인이지만 미국에 오래 머문 천 화백의 경우 현지 미국 법률에 따라 유언장을 작성해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에선 사망자의 최후 주거지에서 정한 법률에 따라 유언장을 평가하므로, 미국 법률에 따라 작성한 유언장은 당연히 미국 법원에서 효력을 가진다. 미국 내 동산의 경우 미국 법원의 판결에 따라 강제집행된다. 유언장이 미국 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작성됐다면 그 내용에 따라 처분이 이뤄질 것이다. 만약 천 화백이 유언장을 작성했다면 이후 상속 상황의 전개는 이런 절차를 거칠 공산이 매우 크다.



유언장은 분쟁의 씨앗이 되는 경우가 많다. 작성자가 이미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유족들은 처음엔 세상을 떠난 부모의 생전 마음이나 확인하겠다는 순수한 생각으로 유언장을 보자고 하지만, 보고 나면 마음이 바뀌어 송사를 진행하는 경우도 흔하다. 변호사들이 유언장만큼은 반드시 공증사무소에서 작성하라고 조언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유작 있는 국가의 법률대로 작성돼야

1991년 ‘동아일보’에 게재된 고(故) 천경자 화백의 인터뷰 사진(오른쪽). 천경자 화백의 장남 이남훈, 차녀 김정희, 김씨의 남편 문범강, 차남 고 김종우 씨의 아내 서재란 씨(왼쪽부터) 등 유족은 10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어머니의 유해를 어디 모셨는지 알려달라”고 큰딸 이혜선 씨에게 요청했다.





주간동아 2015.11.02 1011호 (p33~33)

  • 류경환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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