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36

2018.05.02

이슈 | 눈 뜨면 돈 베어 간다

“휴대전화요금 낮춰준다며…”

5G 주파수 경매가 너무 비싸면 통신비 인상 부메랑

  • 입력2018-04-30 17:3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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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들이 살기 팍팍한 세상이다. 세금을 많이 내는 것도 서러운데 이동통신비부터 문화생활비까지 뭐 하나 오르지 않는 게 없다. 특히 젊은 직장인의 답답함은 갈수록 더해간다. 24시간 업무와 연결할 수 있는 이동통신비를 줄일 수 없어 높은 요금제를 쓰는 경우가 많다. 이동통신비 인상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직장도 생겼으니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나 누려볼까 했는데 음악, 영화 등 문화생활요금도 기회만 났다 하면 껑충껑충 오른다. 가장 답답한 것은 4대 보험료. 정부는 걱정 없다지만 노년인구 증가세만 봐도 기금 적자가 걱정된다. 벌써 올해부터 4대 보험료 인상이 시작되고 이동통신비와 문화생활요금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과연 2018년 우리의 지갑은 안전할까.


    정부는 4월 19일 5세대 이동통신(5G) 주파수 경매가를 공개했다. 주파수 경매는 2010년부터 해오던 일이지만 경매 시작가가 문제다. 이번에는 경매 시작가가 과거 낙찰가보다 비싸다. 과거 LTE(4G) 주파수 경매 시절에도 경매 과열로 낙찰가가 높아졌다. 자연히 이동통신요금도 올랐다. 5G 경매가가 천정부지로 뛰면 정부가 공약한 이동통신요금 인하는커녕 인상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정부는 2011년 4G 도입 이후 경매 방식으로 각 이동통신사에 주파수를 나눠 주기 시작했다. 2010년 7월 희소자원인 주파수 할당 과정의 객관성을 확보하고 효율적 배분을 하겠다는 취지로 전파법을 개정해 경매 방식을 도입했다. 하지만 경매가 과열돼 주파수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는 4월 19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서울에서 ‘2018년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계획(안) 토론회’를 열고 5G 주파수 경매안을 공개했다. 경매 대상은 3.5Ghz 대역(3.42~3.70Ghz)의 280Mhz 폭과 28Ghz 대역의 2400Mhz 폭이다. 이 중 3.5Ghz 대역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28Ghz의 초고주파 대역은 전파 도달거리가 짧아 4G에 비해 기지국을 더 촘촘히 설치해야 한다. 반면 3.5Ghz 대역은 전국망 구축이 가능할 정도로 도달거리가 길다. 게다가 주파수 이용기간도 상당하고 대역폭도 28Ghz대역보다 적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제품이라지만 너무 비싼 거 아냐?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계획(안) 토론회에 참석한 이동통신 3사 임원들. 왼쪽부터 임형도 SK텔레콤 상무, 김순용 KT상무, 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뉴스1]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계획(안) 토론회에 참석한 이동통신 3사 임원들. 왼쪽부터 임형도 SK텔레콤 상무, 김순용 KT상무, 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뉴스1]

    정부가 제시한 최저 경매가는 3.5Ghz 대역이 2조6544억 원, 28Ghz 대역이 6216억 원으로 총 3조2760억 원이다. 정부가 높은 가격을 붙인 데는 이유는 있다. 과기부는 3.5Ghz 대역 최저가는 가장 최근에 있었던 2016년 4G 주파수 경매의 최저가를 고려해 정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경매 최저가는 140Mhz 폭에 총 2조6000억 원가량이었다. 

    하지만 통신업계는 경매가가 너무 높다고 반박하고 있다. 2016년 경매만 들여다봐도 5G 주파수 경매의 최저가가 낮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 이동통신 3사가 주파수 가격으로 낸 금액이 최저가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 기존 황금주파수로 주목받던 700Mhz 대역은 유찰됐다. 이에 총 낙찰액은 2조1106억 원으로 최저가보다 적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국내외 주파수 경매 현황 보고서’는 유찰 이유에 대해 ‘해당 주파수는 이동통신용으로만 사용됐지만 이 중 일부가 방송용으로 나눠졌다. 이에 이동통신사들은 전파 혼·간섭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1년과 2013년에도 4G 주파수 경매가 있었다. 2011년 낙찰액은 1조7015억 원이었고, 2013년은 2조4289억 원이었다(표1 참조). 2013년 경매 당시 LG유플러스(LG)는 2.6Ghz 대역 40Mhz 폭을 4788억 원에, KT는 1.8Ghz 대역 15Mhz 폭을 9001억 원에 낙찰받았다. 낙찰액이 가장 컸던 곳은 SK텔레콤(SKT)이었다. 1조500억 원에 1.8Ghz 대역 35Mhz 폭을 사왔다. 하지만 전액을 지불한 것은 아니었다. 동일 대역 20Mhz를 반납하는 조건으로 6000억 원을 감면받아 실제 낸 돈은 4500억 원에 불과했다. 이동통신 3사의 경매 최종 낙찰액이 2조 원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 

    최저가가 높다면 경매 열기를 낮춰야 한다. 이번 5G 주파수 경매부터는 ‘클락’이라는 무기명 블록 경매 방식이 채택된다. 예를 들면 과기부가 3.5Ghz는 10Mhz 폭 단위로, 28Ghz는 100Mhz 폭 단위로 블록을 쪼개 1단계 경매에서 주파수 양을 정하고 2단계에서 위치를 정하는 식이다. 

    이처럼 번거로운 방식을 택한 이유는 경매 과열을 막기 위해서다. 실제로 4G 주파수 경매가 처음 이뤄진 2011년에는 SKT와 KT가 황금주파수로 불리는 1.8Ghz 대역을 두고 경합을 벌였다. 최저가는 4455억 원이었지만 최종 낙찰액은 9950억 원으로 2배에 가까웠다. 결국 KT는 시장성이 가장 떨어진다고 평가받던 800Mhz를 울며 겨자 먹기로 단독 입찰해 2610억 원에 가져갔다. 한편 2.1Ghz 대역은 KT와 SKT의 입찰이 금지돼 후발주자인 LG가 4455억 원만 쓰고 무혈 입성했다. 

    주파수 양을 정하는 1단계에서는 이동통신 3사가 한 블록씩 원하는 주파수를 제출하고 총 공급량과 수요량이 일치하면 경매가 종료된다. 하지만 10개짜리 블록 28개를 세 회사가 공평하게 나눌 방법은 없다. 주파수 블록을 많이 확보할수록 통신 품질과 속도가 높아지니 세 회사 모두 블록 10개씩은 챙기고 싶어 한다.

    통신비 상승은 거의 명약관화

    [뉴스1]

    [뉴스1]

    수요와 공급 불일치가 생기면 경매 2라운드가 열린다. 유찰이 일어나는 순간 각 블록의 최저가가 입찰증분만큼 올라간다. 올라간 경매가로 다시 할당받고 싶은 블록 수를 정하고 또 유찰되면 최저가가 오르는 방식이다. 입찰증분이 10억 원으로 정해진다면 라운드가 한 번 반복될 때마다 낙찰액이 280억 원씩 늘게 된다. 

    이 방식의 경매에서 꼭 필요한 것은 한 업체가 살 수 있는 주파수의 최대량을 정하는 것이다. 자금력이 충분한 기업이 12개 블록을 갖겠다고 고집부리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떨어지는 기업은 아예 경매를 포기해 유찰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당국은 주파수 총량 한도와 입찰증분을 어떻게 정할지 고민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과기부는 주파수 총량 한도를 100, 110, 120Mhz 등 세 가지 안을 두고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업계 의견을 수렴해 총량 한도를 결정한 뒤 5월 초 경매안을 확정해 공고할 예정이다. 일단 SKT는 120Mhz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G 1위 사업자인 만큼 5G에서도 1위 자리를 고수하겠다는 것. 추가 비용을 많이 치르더라도 최대한 넉넉하게 주파수를 확보할 계획이다. 

    경매 경쟁을 낮추려면 100Mhz 안이 가장 낫다. 이동통신 3사 관계자는 “총량 한도가 110Mhz가 돼도 60Mhz만 가져가는 사업자가 생긴다. 큰 차이가 아니라고 볼 수 있지만 통신 품질의 차이는 상당할 것이다. 주파수가 적은 업체는 그렇지 않은 업체에 비해 데이터 전송 속도가 1Gbps 이상 느릴 것”이라고 말했다. 3G와 4G의 데이터 다운로드 속도 차이가 약 5~6Mbps인 것을 감안하면 품질 차이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동통신 3사의 고민과 다툼은 소비자와는 별 관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5G가 상용화된 이후 요금제를 상상해보면 지금 이동통신사가 받는 스트레스 중 일부는 비용으로 전가돼 휴대전화요금 명세서에 찍힐 가능성이 높다. 정부 및 이동통신사는 2019년부터 5G 상용화를 시작할 계획이다.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5G 요금제가 출시된다는 뜻이다. 언제나 그랬듯 새 통신망 사용 요금은 빨라진 속도만큼이나 크게 오를 것이다. 

    3G에서 4G로 바뀌던 시절만 봐도 이는 쉽게 알 수 있다. 2009년 이동통신사들은 3G를 도입하면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했다. 가격은 월 5만5000원(표2 참조). 저렴하지는 않았지만 어디에서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해당 요금제는 높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11년 4G가 출시되자 무제한 요금제가 사라졌다. 물론 3G 무제한 요금제는 남아 있었지만 4G와 3G 속도 차이가 커 한번 4G를 경험한 사람은 3G로 돌아오기 어려웠다. 게다가 무제한 요금제가 3G 네트워크 속도 저하 및 통화불량의 주범이라는 누명을 쓰면서 무제한 요금제가 없는 4G로 이동은 더 빨라졌다. 

    LG는 2013년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했다. 가격은 9만5000원. 3G 시절의 2배에 가까운 ‘자비 없는’ 가격이었다. 하지만 업무상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사람은 이 요금제를 쓰기 시작했다. 뒤따라 KT와 SKT도 같은 가격의 요금제를 출시했다. 

    6만 원대 무제한 요금제는 ‘알뜰폰’이라는 경쟁자가 등장하며 시작됐다. 업계에서는 학생, 노인 등 이동통신 이용이 적은 사람만 알뜰폰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봤지만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사람도 알뜰폰에 가입한 것. 통신 품질은 크게 나쁘지 않은데 요금은 절반이 안 될 정도로 저렴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알뜰폰의 무제한 요금제가 가장 저렴했을 때는 월 3만 원대였다. 

    전문가들은 5G 상용화 이후 이동통신요금이 최소 30%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동통신요금을 낮추려면 정책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이동통신사에게 요금을 낮추라고 주장하려면 정부도 이동통신사로부터 받는 돈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요금을 낮추라고 하면서 주파수 가격은 높여 받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동통신사가 정부의 통신비 인하 기조를 거슬러 2배까지 요금을 올리기는 어려워도 상당한 폭의 인상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IT 강국은 주파수도 비싸다

    김 연구원은 “그렇다고 5G 주파수 경매 최저가가 4G에 비해 아주 높은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4G는 총 3번에 걸쳐 경매를 진행했고, 주파수 이용기간도 짧았다. 하지만 5G는 최대한 빠른 상용화와 5G 전국망 형성이라는 정부 및 이동통신사의 공통목표가 있는 만큼 4G에 비해서는 낮게 가격을 정했다는 평이다. 

    실제로 4G 주파수 경매 3번의 최종 낙찰액을 전부 합하면 6조2410억 원으로 5G 주파수 경매 최저가의 2배에 가깝다. 

    하지만 해외시장과 비교해보면 한국의 주파수 가격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당장 5G 주파수만 해도 먼저 경매를 진행한 영국과 가격 차이가 크다. 영국의 5G 주파수 최종 낙찰 총액은 약 1조7000억 원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의 5G 주파수 최저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그래프 참조) 이용기간도 20년으로 한국보다 길다. 

    일각에서는 한국과 영미권의 시장 특성 때문에 가격이 다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동통신요금제 관련 규제가 많은 한국과 달리 영미권은 별다른 규제가 없다. 이 때문에 최저가를 낮게 불러도 경매에 참여하는 업체가 많고 경쟁도 치열해 적정한 가격에서 낙찰된다. 낙찰받지 못한 업체는 통신비를 낮추면 되니 큰 불만이 없다는 것. 

    하지만 4G에서도 한국의 주파수 가격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수준이었다. 2016년 2월 호주 대도시 근교 1.8Ghz 대역의 경매가는 총 5억4350만 호주달러(약 4727억 원)였다. 2013년 한국의 1.8Ghz 대역 낙찰액은 SKT가 1조500억 원, KT가 9001억 원을 내고 해당 대역을 나눠 가졌다. 

    캐나다는 클락 옵션으로 2015년 4G 주파수 경매를 시행했다. 이용기간은 20년. 총 낙찰액은 7억5537만 캐나다달러(약 6700억 원)였다. 한국에서는 한 대역을 겨우 살 정도의 금액이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해외와 국내시장 사정이 다르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가 이동통신요금 감면에 실질적 의지가 있다면 업계에도 그만한 혜택을 줘야 한다. 챙길 것은 다 챙기면서 압박까지 한다면 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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