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0만 명이 거주하는 세계 최대 도시인 중국 충칭시 외곽에 위치한 위안양현 대로변. 지역 공안이 수상한 짐을 싣고 잠시 주차 중인 오토바이 3대를 검문했다. 조사를 거부하는 운전자들과 짧은 실랑이 끝에 짐을 덮은 검은 비닐을 걷어낸 공안들은 코를 막고 고개를 돌려야 했다. 오토바이에 실린 대형 플라스틱 통 에 분뇨가 가득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충칭시내 여러 호텔을 돌며 정화조에서 수거한 인분으로 식용유를 만든 뒤 음식점에 공급하던 일당이다. 공안은 이들의 공장을 수색해 대형 기름탱크에 들어 있던 분뇨 식용유 200kg을 증거물로 압수했다. 이 사실은 ‘충칭만보’가 지난해 4월 9일 보도했다. 중국인들은 ‘분뇨 식용유’ 기사를 접하고 큰 충격에 휩싸였다.
그로부터 1년 후인 올 4월 3일, 중국 공안부는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식용유를 유통시킨 일당을 1000명 이상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공안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가짜식용유 제조업자들은 슬러지, 부패한 음식 쓰레기, 도살장과 푸줏간에서 폐기하는 동물 껍질이나 내장 등에서 추출한 기름을 가공해 식용으로 판매해왔다. 중국에서는 분뇨 식용유의 실상이 드러난 후 오물로 재가공한 식용유를 통칭해 ‘하수 식용유’ ‘재활용 식용유’라고 부른다.
슬러지·동물 껍질 등서 추출
이날 공안 대변인은 “중국 정부는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하수 식용유의 대량 유통을 엄중 경고한다”면서 “하수 식용유와 관련한 범죄를 저지를 경우,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하수 식용유 적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 언론은 중국 정부가 하수 식용유와 관련해 지난해 하반기에만 9만 명 이상을 적발했고 불법 기름 약 6만t을 압수했던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 공안의 하수 식용유 제조업자 소탕작전은 지난해 10월 중국 저장성 진화시에 사는 한 농민이 “엄청나게 악취가 나는 건물이 있다”는 신고로 시작됐다. 이를 계기로 공안당국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것. 이런 사실을 보도한 ‘차이나데일리’는 “하수 식용유의 유통은 저장성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중국 전역에서 성업 중”이라고 지적했다. 하수 식용유는 감시가 비교적 소홀한 지방뿐 아니라 상하이, 충칭, 양시 같은 대도시에서 더 잘 팔린다는 것이다.
나아가 중국 공안은 이번 소탕작전 결과를 발표하며 “하수 식용유가 진화했다”고 단언했다. 그간의 적발 사례로 볼 때 생계 목적으로 하수 식용유를 제조해 산발적으로 판매하던 방식에서 진화해 아예 폭력집단을 낀 전국 유통망이 가동하고 있다는 것. 관계당국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연간 식용유 소비량은 2250만 t(2009년). 여기에서 국내 생산량과 수입 물량을 뺀 300만~500만t 분량을 하수 식용유가 차지한다고 보는 것이다. 유통 수량으로 가늠한 하수 식용유 시장 규모는 15억~20억 위안(2700억~3600억 원)이다.
이에 대해 중국 국가식용유표준화위원회 회장인 허둥핑(何東平) 우한공업학원 식품공학과 교수는 “쓰레기 식용유 생산업자들은 하수도에서 하수를 길어 올려 하루 만에 여과, 가열, 침전, 분리, 정제 등의 과정을 거쳐 가짜 식용유를 생산한다”며 “적은 원가로 고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이라 근절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1t의 하수 식용유를 생산하는 데 드는 원가는 일반 식용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것. 하수 식용유 제조업자들은 1인당 하루 평균 4통의 가짜식용유를 만들어내며, 매달 1만 위안가량을 벌어들이는 고소득군이라고 한다.
이러니 중국인 사이에 “하수 식용유 안 먹은 사람은 간첩”이라는 농담이 오갈 정도다. 심지어 정부기관의 구내식당에서 하수 식용유 사용을 적발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11월 선전시 건설국 구내식당에서 하수 식용유를 찾아냈다.
거의 모든 음식을 기름에 튀기거나 볶는 중국 요리의 특성상 식용유는 중국 음식문화에 없어서는 안 될 재료다.
그렇다면 최종 가공한 하수 식용유의 맛은 어떨까. 하수 식용유의 실태를 고발해온 중국 작가 저우칭(周勍)은 “미세하게 떫고 신맛이 나며 거의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냄새가 난다”고 말한다. 그가 발간한 ‘차이나 다이얼로그(China dialogue)’(중국 청나라 출판사)에 따르면, 하수 식용유는 대부분 중국인의 아침식사로 널리 사랑받는 중국식 튀김 빵 ‘유타오(油 )’와 길거리 음식을 파는 포장마차에서 쓴다.
하수 식용유 튀김 안 먹은 중국인은 간첩
결국 하수 식용유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중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하수 식용유는 중국을 발칵 뒤집었던 ‘멜라민 우유’ ‘가짜달걀’ 등 유사식품보다 인체에 더 치명적이다. 허둥핑 교수는 “하수 식용유에는 암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글리세린트리에스테르가 함유됐다”며 “장기간 섭취하면 발육 장애는 물론 장염, 지방간, 신장 부종 같은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하수 식용유에 함유된 ‘황곡 곰팡이’는 강력한 암 유발 물질로, 그 독성이 독극물인 비상의 100배에 이른다고 한다.
하수 식용유를 두고 살인사건이 벌어졌다는 소문도 있었다. 지난해 9월 중국 허난성 뤄양시에서 한 방송국 기자가 살해당했다. 사건 발생 직전 방송국 기자가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하수 식용유 관련 게시물을 올린 사실이 알려졌고, “하수 식용유 업체를 취재하다 보복을 당했다”는 헛소문이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퍼진 것이다.
중국 정부는 하수 식용유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를 음식물쓰레기 정비 부실 탓이라 보고 최근 정책을 바꿨다. 쓰레기세를 내고 오물을 버려야 하는 현행 정책을 폐기하고, 무료로 쓰레기를 수거하기 시작한 것. 그러나 정부 정책은 시행 초기부터 난항에 부딪혔다. “돈을 주고 음식쓰레기를 가져가는 업체가 수두룩한데 왜 남의 수익을 공짜로 가로채느냐”며 요식업자들이 집단 반발한 것이다. 중국 ‘청년인민보’는 지난해 다롄시에서 발생한 사례를 들어 음식물쓰레기를 서로 가져가려고 동종 업자 간 경쟁이 치열하며, 요식업자들은 “하수도 막힐 일없어 좋고, 청결해서 좋고, 돈도 벌어서 좋은 3호(好)”라며 하수 식용유 유통을 반색했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팔다가 잡히면 죽는다”고 경고했음에도 하수 식용유가 사라지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책상다리만 빼고 세상 모든 것을 다 먹는다’는 중국 음식 문화가 자리한다(그런데 최근 나무젓가락으로 죽순요리를 만든 사례가 보도됐으니 이 말도 틀렸다). 그릇에 음식을 남겨야 품위 있는 식사예절이라고 믿는 중국인의 인식도 문제다. 그래서 손님이 남긴 음식은 바로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게다가 하루 세끼를 매식으로 해결하는 사회풍조도 음식물쓰레기를 대량 배출하는 한 원인이다. 마치 먹기 위해 사는 민족처럼 엄청난 분량의 음식을 생산, 섭취하는 중국 음식 문화의 이면이 바로 하수 식용유다.
수차에 걸친 소탕작전에도 하수 식용유가 사라지지않는 이유로는 무엇보다 조직적인 ‘뒷배’가 존재한다고 보는 시각이 대세. 저우칭 작가는 “정부 관리와의 연줄이 없으면 이런 일은 절대 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수 식용유 제조업체가 불법행위를 묵인해주는 유력자를 끼고 사업을 벌인다고 보는 이유는 적발된 업체 가운데 일부가 정부로부터 ‘바이오 기업’ 인증을 받는 등 그럴듯한 외피로 포장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G7국이다. 하수 식용유가 전부 사라지고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이 중국 길거리에서 마음 놓고 음식을 사 먹을 수 있어야 비로소 중국이 발전했다는 말을 들을 것이다. 그전에는 중국은 무늬만 G7국이다.
이들은 충칭시내 여러 호텔을 돌며 정화조에서 수거한 인분으로 식용유를 만든 뒤 음식점에 공급하던 일당이다. 공안은 이들의 공장을 수색해 대형 기름탱크에 들어 있던 분뇨 식용유 200kg을 증거물로 압수했다. 이 사실은 ‘충칭만보’가 지난해 4월 9일 보도했다. 중국인들은 ‘분뇨 식용유’ 기사를 접하고 큰 충격에 휩싸였다.
그로부터 1년 후인 올 4월 3일, 중국 공안부는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식용유를 유통시킨 일당을 1000명 이상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공안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가짜식용유 제조업자들은 슬러지, 부패한 음식 쓰레기, 도살장과 푸줏간에서 폐기하는 동물 껍질이나 내장 등에서 추출한 기름을 가공해 식용으로 판매해왔다. 중국에서는 분뇨 식용유의 실상이 드러난 후 오물로 재가공한 식용유를 통칭해 ‘하수 식용유’ ‘재활용 식용유’라고 부른다.
슬러지·동물 껍질 등서 추출
이날 공안 대변인은 “중국 정부는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하수 식용유의 대량 유통을 엄중 경고한다”면서 “하수 식용유와 관련한 범죄를 저지를 경우,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하수 식용유 적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 언론은 중국 정부가 하수 식용유와 관련해 지난해 하반기에만 9만 명 이상을 적발했고 불법 기름 약 6만t을 압수했던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 공안의 하수 식용유 제조업자 소탕작전은 지난해 10월 중국 저장성 진화시에 사는 한 농민이 “엄청나게 악취가 나는 건물이 있다”는 신고로 시작됐다. 이를 계기로 공안당국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것. 이런 사실을 보도한 ‘차이나데일리’는 “하수 식용유의 유통은 저장성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중국 전역에서 성업 중”이라고 지적했다. 하수 식용유는 감시가 비교적 소홀한 지방뿐 아니라 상하이, 충칭, 양시 같은 대도시에서 더 잘 팔린다는 것이다.
나아가 중국 공안은 이번 소탕작전 결과를 발표하며 “하수 식용유가 진화했다”고 단언했다. 그간의 적발 사례로 볼 때 생계 목적으로 하수 식용유를 제조해 산발적으로 판매하던 방식에서 진화해 아예 폭력집단을 낀 전국 유통망이 가동하고 있다는 것. 관계당국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연간 식용유 소비량은 2250만 t(2009년). 여기에서 국내 생산량과 수입 물량을 뺀 300만~500만t 분량을 하수 식용유가 차지한다고 보는 것이다. 유통 수량으로 가늠한 하수 식용유 시장 규모는 15억~20억 위안(2700억~3600억 원)이다.
이에 대해 중국 국가식용유표준화위원회 회장인 허둥핑(何東平) 우한공업학원 식품공학과 교수는 “쓰레기 식용유 생산업자들은 하수도에서 하수를 길어 올려 하루 만에 여과, 가열, 침전, 분리, 정제 등의 과정을 거쳐 가짜 식용유를 생산한다”며 “적은 원가로 고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이라 근절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1t의 하수 식용유를 생산하는 데 드는 원가는 일반 식용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것. 하수 식용유 제조업자들은 1인당 하루 평균 4통의 가짜식용유를 만들어내며, 매달 1만 위안가량을 벌어들이는 고소득군이라고 한다.
이러니 중국인 사이에 “하수 식용유 안 먹은 사람은 간첩”이라는 농담이 오갈 정도다. 심지어 정부기관의 구내식당에서 하수 식용유 사용을 적발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11월 선전시 건설국 구내식당에서 하수 식용유를 찾아냈다.
거의 모든 음식을 기름에 튀기거나 볶는 중국 요리의 특성상 식용유는 중국 음식문화에 없어서는 안 될 재료다.
그렇다면 최종 가공한 하수 식용유의 맛은 어떨까. 하수 식용유의 실태를 고발해온 중국 작가 저우칭(周勍)은 “미세하게 떫고 신맛이 나며 거의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냄새가 난다”고 말한다. 그가 발간한 ‘차이나 다이얼로그(China dialogue)’(중국 청나라 출판사)에 따르면, 하수 식용유는 대부분 중국인의 아침식사로 널리 사랑받는 중국식 튀김 빵 ‘유타오(油 )’와 길거리 음식을 파는 포장마차에서 쓴다.
하수 식용유 튀김 안 먹은 중국인은 간첩
결국 하수 식용유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중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하수 식용유는 중국을 발칵 뒤집었던 ‘멜라민 우유’ ‘가짜달걀’ 등 유사식품보다 인체에 더 치명적이다. 허둥핑 교수는 “하수 식용유에는 암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글리세린트리에스테르가 함유됐다”며 “장기간 섭취하면 발육 장애는 물론 장염, 지방간, 신장 부종 같은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하수 식용유에 함유된 ‘황곡 곰팡이’는 강력한 암 유발 물질로, 그 독성이 독극물인 비상의 100배에 이른다고 한다.
하수 식용유를 두고 살인사건이 벌어졌다는 소문도 있었다. 지난해 9월 중국 허난성 뤄양시에서 한 방송국 기자가 살해당했다. 사건 발생 직전 방송국 기자가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하수 식용유 관련 게시물을 올린 사실이 알려졌고, “하수 식용유 업체를 취재하다 보복을 당했다”는 헛소문이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퍼진 것이다.
중국 정부는 하수 식용유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를 음식물쓰레기 정비 부실 탓이라 보고 최근 정책을 바꿨다. 쓰레기세를 내고 오물을 버려야 하는 현행 정책을 폐기하고, 무료로 쓰레기를 수거하기 시작한 것. 그러나 정부 정책은 시행 초기부터 난항에 부딪혔다. “돈을 주고 음식쓰레기를 가져가는 업체가 수두룩한데 왜 남의 수익을 공짜로 가로채느냐”며 요식업자들이 집단 반발한 것이다. 중국 ‘청년인민보’는 지난해 다롄시에서 발생한 사례를 들어 음식물쓰레기를 서로 가져가려고 동종 업자 간 경쟁이 치열하며, 요식업자들은 “하수도 막힐 일없어 좋고, 청결해서 좋고, 돈도 벌어서 좋은 3호(好)”라며 하수 식용유 유통을 반색했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팔다가 잡히면 죽는다”고 경고했음에도 하수 식용유가 사라지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책상다리만 빼고 세상 모든 것을 다 먹는다’는 중국 음식 문화가 자리한다(그런데 최근 나무젓가락으로 죽순요리를 만든 사례가 보도됐으니 이 말도 틀렸다). 그릇에 음식을 남겨야 품위 있는 식사예절이라고 믿는 중국인의 인식도 문제다. 그래서 손님이 남긴 음식은 바로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게다가 하루 세끼를 매식으로 해결하는 사회풍조도 음식물쓰레기를 대량 배출하는 한 원인이다. 마치 먹기 위해 사는 민족처럼 엄청난 분량의 음식을 생산, 섭취하는 중국 음식 문화의 이면이 바로 하수 식용유다.
수차에 걸친 소탕작전에도 하수 식용유가 사라지지않는 이유로는 무엇보다 조직적인 ‘뒷배’가 존재한다고 보는 시각이 대세. 저우칭 작가는 “정부 관리와의 연줄이 없으면 이런 일은 절대 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수 식용유 제조업체가 불법행위를 묵인해주는 유력자를 끼고 사업을 벌인다고 보는 이유는 적발된 업체 가운데 일부가 정부로부터 ‘바이오 기업’ 인증을 받는 등 그럴듯한 외피로 포장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G7국이다. 하수 식용유가 전부 사라지고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이 중국 길거리에서 마음 놓고 음식을 사 먹을 수 있어야 비로소 중국이 발전했다는 말을 들을 것이다. 그전에는 중국은 무늬만 G7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