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철 기자
▼ 어떠한 계기로 이러한 활동을 하게 됐나.
“감사 업무를 하면서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많이 느꼈다. 온라인에서 같은 회계사끼리 한탄을 주고받다 이 정도로 불만이 쌓여 있으면 우리가 뭔가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2013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회계사들만 파렴치범으로 모는 언론의 분위기를 보면서 뭔가 사실관계가 오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때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했다.”
▼ 언론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주로 대기업의 분식회계인데 중소기업은 어떤가.
“어떻게 보면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더하다. 오너가 원하는 것에 맞춰야 한다는 압박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소기업이 ‘감시받지 않는 권력’ 같다고나 할까. 실제로 감사를 나가 보면 사장이 ‘직원들이 실적을 알면 월급이나 더 올려달라고 그런다’며 직원들에게 실적을 알려주지 말라고 회계사들에게 말하는 경우도 있다.”
▼ 회계사가 너무 많아져 지금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런 측면도 있긴 하다. 지금 선발 인원을 시장이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이 정상적이라면 지금보다 규모가 더 커져야 하고 거기에 맞춰 늘어난 회계사들이 수용돼야 한다. 그런데 기업들은 회계를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기에 투자하지 않는다. 그래서 시험에 합격하고도 수습직원으로 입사를 못해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하는 ‘미지정’ 사례도 나온다.”
▼ 현 상황을 초래한 데 회계법인은 책임이 없나.
“물론 책임이 있다. 법인들끼리 수임 가격 덤핑경쟁을 하면서 비용을 줄일 궁리만 해왔다. 그러다 보니 감사 자격이 없는 미국 공인회계사(AICPA)나 심지어 회계사시험 부분 합격자를 데려다 일을 시키는 사례도 있었다. 회계법인은 ‘신뢰’를 판매하는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시장 저변을 확대할 생각은 안 하고 비용 절감으로 단기적인 이익 극대화만 좇으면서 신뢰가 고갈되고 있다. 신뢰란 석유처럼 총량이 한정된 자원이라 생각한다. 지금 경영진이야 곧 퇴직할 테니 이익 극대화로 얼마든지 챙겨서 나갈 수 있지만 후배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 활동하면서 어려운 점도 많을 것 같다.
“다른 회계사들이 ‘너도 회계사면서 동료들 얼굴에 침을 뱉는다’며 비난할 때가 힘들다. 그럴 때면 잘못된 일을 하는 게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꼴이지, 왜 잘하자, 고치자고 하는 게 잘못된 거냐고 반문하기는 한다. 자기네들끼리 덮어놓고 쉬쉬하면 되는데 웬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법인을) 나와서 하고 싶은 일 가운데 우리나라 전문직 집단의 윤리의식 및 공신력 강화도 있다.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 모두 남들에게 공신력, 투명성 운운하지만 자신들이 그걸 가장 못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