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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 ‘나라타주’ 개봉과 함께 원작소설 국내 서점가에 돌풍

영화 ‘나라타주’ 개봉과 함께 원작소설 국내 서점가에 돌풍

[사진 제공·에이원엔터테인먼트]

[사진 제공·에이원엔터테인먼트]

누구나 동화 같은 사랑을 꿈꾼다. 하지만 상대가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 더군다나 그것이 첫사랑이라면 그 사랑은 시작부터 비극적 결말을 내포하고 있다.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지리멸렬한 관계가 이어지고 그 틈바구니에서 누군가는 상처받고 치졸해진다. 3월 8일 국내 개봉한 일본 영화 ‘나라타주’ 이야기다.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로 지고지순한 사랑의 정석을 보여줬던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나라타주’에서 버릴 수도 가질 수도 없는 사랑, 괴롭고 힘든데 도무지 포기할 수 없는 사랑을 특유한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이토록 애틋하고 지리멸렬한 사랑이라니

“당신과 함께 있으면 너무 괴롭지만 당신 없인 살 수 없어요.”

영화 초반부에 남자 주인공인 하야마 선생님의 입을 빌려 등장하는 이 대사는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1981년 작품 ‘이웃집 여인’에 나오는 말이다. 이 짧은 대사에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사랑의 모습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나라타주’의 국내 개봉에 맞춰 내한한 유키사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어떤 사랑을 그리고 싶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연애라는 것, 사랑한다는 것, 이런 감정에는 그라데이션이 있다. 다시 말해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다는 거다. 만약 이즈미(아리무라 카스미)나 하야마(마쓰모토 준)가 쉽게 결단을 내리면 이들의 관계는 붕괴될 거다. 그런데 사람들의 관계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바로 이 위태로운 밸런스가 연애의 가장 현실적인 부분이 아닌가 생각했다. 두 사람 사이의 어떤 심리적 장애물이 있다는 것. 이런 식으로 관계가 지속돼서는 안 되지만, 한편으로는 이 관계를 놓고 싶지 않다는 것, 사랑의 아름다운 부분이 아니라 사랑의 찌질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일본 60만 독자가 선택한 ‘최고의 연애소설’

영화 ‘나라타주’는 시마모토 리오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시마모토 리오는 ‘제2의 에쿠니 가오리’라 불리며 현재 일본 문단을 이끌고 있는 젊은 작가 가운데 한 명이다. 1983년 생으로 열일곱에 발표한 소설 ‘실루엣’이 군조신인문학상 우수작으로 선정되면서 주목받았다. 이어 발표한 소설 ‘리틀 바이 리틀(2003)’이 무라카미 하루키를 배출한 노마문예신인상을 수상함과 동시에 사상 최연소 수상 작가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005년 출간된 ‘나라타주’는 지금까지 누적 판매 60만 부를 기록하며 일본 독자들로부터 ‘최고의 연애소설’이라는 찬사를 얻은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2016년 번역 출간됐다. 최근 영화 개봉과 함께 한 달 동안 1000부 이상 판매되면서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나라타주’는 내레이션(narration)과 몽타주(montage)의 합성어로 내레이션에 맞춰 화면의 시점과 장소를 자유롭게 전환해 줄거리를 구성하는 기법을 말한다. 시마모토 리오는 소설 제목처럼 시간의 흐름을 그리는 데 능숙하다. 책에서는 감수성이 폭발하는 여고생 시절의 혼란,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소외감, 아버지에게서 느껴지는 막연한 거리감,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초조함 따위의 감정이 말없는 강물의 흐름처럼 잔잔히 이어진다.

불안하기만 했던 이즈미의 여고 시절 기억은 어느날 하야마 선생님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불현듯 현실로 되살아나고, 잊으려 노력해도 끝내 잊을 수 없는 아련하고 강렬한 사건의 시작을 예고한다. 그와 동시에, 첫사랑에 가슴 아파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애틋함이 독자의 마음을 점점 세차게 두드리기 시작한다.


일생에 단 한 번 망가져도 좋을 사랑

첫사랑의 기억을 몽타주 같은 섬세한 영상과일상적인 내레이션으로 담아낸 영화 ‘나라타주’의 장면들. [사진 제공·에이원엔터테인먼트]

첫사랑의 기억을 몽타주 같은 섬세한 영상과일상적인 내레이션으로 담아낸 영화 ‘나라타주’의 장면들. [사진 제공·에이원엔터테인먼트]

소설은 후반부에서 옷을 갈아입는다. 평범하다고만 생각했던 인물들의 피상적 관계가 임계치를 벗어난 순간부터 어두움, 불안, 약점, 사악함 같은 내면의 갈등이 폭발적으로 터져나온다. 전반부에서 느껴지는 비교적 잔잔한 흐름에 비해 파격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는 소설의 후반부는 예고된 결말만큼이나 격정적이다. 어쩌면 그런 것이 첫사랑일 테다.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불태우고야마는, 불확실하면서도 숙명인 것만 같은 감정에 사로잡힌 인생의 어느 한순간.소설은 특별했던 그 첫사랑의 기억이 시종일관 몽타주 같은 섬세한 영상과 일상적인 내레이션으로 담백하면서도 생생하게 그려낸다.

“지금도 숨을 쉬듯 절로 떠오른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같이 걸었던 거리의 풍경과 분위기. 그리고 스쳐 지나가는 남자에게서 닮은 흔적을 찾는다. 그것은 미련과는 조금 다른, 오히려 평온하게 그로부터 멀어지기 위한 작업이다. 기억 속에 묻고, 그것을 과거라고 의식함으로써 현실과 분리시킨다. 솔직히,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는 그와 하나가 되었던 밤을 지금도 마치 어제 일처럼 느끼고 만다.”(본문 중에서)

사랑, 참 어렵다. 그 끝이 해피엔딩이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잘 보내주는 것 또한 사랑이 아닐까. 때로는 사랑받았다는 그 기억만으로도 평생을 살아갈 수 있기에.




주간동아 2018.03.21 1130호 (p68~69)

  • | 글·박혜경 기자 yam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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