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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는 길, 내가 못 가진 시간의 풍경
여행 다닐 때 꼭 하는 것이 있나요?” 언젠가부터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럴 때마다 대답은 0.1초 만에 날아간다. “네, 있어요. 엽서를 써요.” 여행할 때 누구나 엽서를 쓴다. 그러나 ‘꼭’ 쓰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
20090113 2009년 01월 07일 -
수채화 속 꿈길에서 황홀한 산책
바다를 향한 산길. 거제도 맨 남쪽의 여차~홍포 해안도로는 바로 그런 길이다. 시종 산허리를 돌아가는 그 길에서는 바다가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길가의 무성한 나무들이 시야를 가리는 경우는 있지만, 길과 바다가 서로를 떠밀어내지…
20090106 2008년 12월 31일 -
초보 여행자 등치는 보석사기단
방콕을 여행하고 있을 때였다. 가이드북에 나와 있지는 않았지만 작고 아담한 사원에 들렀을 때 일본인 여행자를 만났다. 그는 내 샌들이 멋지다며 어디서 구입한 것인지 물었다. 내가 신고 있던 샌들은 여행 출발 전 동대문을 샅샅이 뒤진…
20081230 2008년 12월 22일 -
‘하이브리드 시티’의 아이디어 충전소
아이디어와 이야기가 최고의 상품이 되는 시대다.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포시즌스 호텔은 삭막한 교도소를 부티크 호텔로 바꾼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의 편애를 받는다. 그곳에 가면 새로운 영감과 아이디어가 몽실몽실 피어난다. 많은…
20081223 2008년 12월 17일 -
삶의 문화코드 패브릭, 현지인 체취 물씬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로 꼽히는 아프리카 빅토리아 폭포에 가면 꼭 들러야 할 곳이 있다. 폭포 가는 길에 있는 자그마한 시장이 그곳이다. 왜 가야 하냐고? 싸고 예쁜 패브릭을 손에 바로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빅토리아 폭포가 있…
20081216 2008년 12월 10일 -
너, 늠름한 자태 푸른 기상 여전하구나
경북 영양 땅에는 우람한 산봉우리가 많다. 마치 강원도의 어느 첩첩산중에 들어선 듯한 단절감과 고립감마저 느껴진다. 영양군에서도 특히 산 높고 골 깊기로 유명한 수비면의 본신리, 신원리 일대에는 사시사철 푸른 기상을 잃지 않는 금강…
20081209 2008년 12월 03일 -
구도자의 모습 닮은 산속의 외딴 집 한채
에베레스트 트레킹 나흘째, 오늘의 목적지는 준베시(Junbesi)이며 처음으로 3500m 고도를 넘는 날이다. 전날 묵었던 세테(Sete)에서 곧바로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정상까지는 대략 네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7시20분에 출발해…
20081202 2008년 11월 26일 -
일본 오타루 구라무레(Kuramure) 료칸
구라무레 료칸은 그간 수차례 료칸 여행을 다녀온 이에게도 신선하고 놀랍게 다가온다. 21세기 스타일로 지은 모던 료칸이기 때문이다. 파격적인 공간 구성과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이곳에서의 휴식은 전통 료칸에서의 그것보다 훨씬 호사스럽다…
20081125 2008년 11월 20일 -
유치찬란? 마그네틱은 ‘만인의 연인’
지난달 냉장고를 바꿨다. 시집갈 때 혼수로 바꾸겠다고 매년 미루다가 반짝거리는 뭔가가 박힌 와인 색의 냉장고를 들여놨다. 계속 “내년에, 내년에” 하다가는 평생 못 바꿀 수 있겠다 싶기도 했지만 진짜 이유는 더 넓은 자석벽이 필요했…
20081118 2008년 11월 13일 -
1100년 지켜온 그 푸르름이여!
‘호사유피 인사유명(虎死留皮 人死留名)’이라는 말이 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극히 평범한 뜻이다. 그런데 사람의 이름을 가장 확실하게 남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
20081111 2008년 11월 05일 -
네팔에서 접한 미완성 순애보
그는 매우 세련된 사람이었다. 가볍고 심플한 가죽점퍼는 12월의 카트만두 날씨에 적합한 선택이었고, 목에 두른 스카프는 오버라는 느낌 없이 그의 패션을 완성했다. 누가 봐도 호감이 느껴지는 준수한 얼굴과 한국에서도 주목받을 만한 스…
20081104 2008년 10월 27일 -
휴양과 레저 만끽 … 바다 위 작은 성
퀄리아(Qualia) 리조트는 호주 퀸즐랜드 주에 있는 작은 낙원으로 해밀턴 섬의 새로운 스타다. 호주의 유력 일간지인 ‘더 오스트레일리안’은 지난해 말 호주 최고의 리조트 베스트 10의 하나로 이곳을 추가했다. 패션 왕국의 별, …
20081028 2008년 10월 22일 -
영수증 한장 한장 아련한 추억 새록새록
“언니, 우리 지난주에 무라노 섬에서 먹었던 그 맛있는 피자집 이름이 뭐죠?”“피자집? 가만있어 봐. 영수증 좀 뒤져보고 전화해줄게.”그렇다. 나의 특별한 여행 컬렉션의 두 번째 주인공은 바로 영수증이다. 영수증을 모으는 것이 무슨…
20081021 2008년 10월 15일 -
꿈길 같은 산책로 … 그 길을 걷고 싶다
대나무골 담양은 늘 푸르다. 어딜 가나 사시사철 푸른 대숲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담양에는 대숲만 좋은 게 아니다. 대숲보다 더 기품 있고 울창하며 내력 깊고 아름다운 숲이 적지 않다. 조선 중기에 호안림(護岸林)으로 조성된 관방…
20081014 2008년 10월 08일 -
서둘러 하늘길 오른 셰르파 ‘바부 치리’
산행 일주일 만에 남체(Namche)에 도착하는 날이다. 3000m급 산을 하루에도 몇 개씩 넘는 일은 고행과 같았다. 아침 7시면 산을 오르기 시작했고 오후 서너 시면 산행을 마쳤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들이 어깨를 나란히 …
20081007 2008년 10월 01일 -
암스테르담 중세의 고혹 ‘호텔 717’
암스테르담의 홍등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시(市) 정책에 따라 새빨간 ‘관능의 집’은 사진가와 예술가의 아틀리에로 변모 중이다. 세상에서 가장 빨간 도시로의 여행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그곳에 가거든 고요하고 고급스러운 호…
20080930 2008년 09월 24일 -
길 위의 사람들을 닮은 인형
360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던 날, 빵빵한 내 여행가방을 열어본 어머니는 물으셨다. “이 병은 뭐냐?” “응. 코카콜라 병인데, 그게 1960년대 병이에요. 나름 귀한 거예요. 클래식한 병 모양이 뭔가 느낌이 다르죠?”나…
20080916 2008년 09월 12일 -
한국인은 절대 가지 않는 이스라엘 관광지 3
여행지로서 중동은 우리에게 어떤 이미지일까. 신비함? 미지의 세계? 에드워드 사이드가 그의 명저 ‘오리엔탈리즘’에서 비판했듯, 관능적이고 탐미주의적인 ‘신비함’은 서구인이 만들어낸 관념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중동에…
20080916 2008년 09월 12일 -
경이로운 협곡 따라 환상의 트레킹
중국 윈난성 후타오샤(虎跳峽) 트레킹은 치아토우라는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다. 윈난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인 리장(麗江)에서 버스로 약 네 시간이 걸렸다. 중간에 산악 공사지역에서 좁은 길이 막혀 버스는 오도 가도 못했다.…
20080909 2008년 09월 03일 -
모래섬 풀등의 추억 눈에 살살 밟히네
유난하던 여름 무더위의 기세가 며칠 동안 수시로 퍼붓던 장대비에 완전히 꺾인 듯하다. 새벽녘의 공기도 서늘해졌다. 활짝 열어둔 창문을 닫고, 발끝에 밀쳐놓은 이불을 끌어올려야 할 정도다. 이제 여름 휴가철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수많…
20080902 2008년 08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