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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과 빨강의 정체성
스페인 멜로드라마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줄리에타’는 그가 즐겨 다루던 주제인 ‘어머니와 딸’에 관한 영화다. 이를테면 할머니에서 손녀로 이어지는 여성 삼대의 운명을 다룬 ‘귀향’(2006)과 비교된다. 어머니와 딸 사이…
20161123 2016년 11월 21일 -
스크린에 자화상을 그릴 때
노르웨이 감독 요아킴 트리에르의 ‘라우더 댄 밤즈’는 가족멜로드라마다. 가족의 표면은 지극히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폭탄보다 시끄러운(Louder Than Bombs)’ 갈등이 있다는 내용이다. 이야기의 중심엔 유명 사진…
20161109 2016년 11월 07일 -
‘바람 불어 좋은 날’의 귀환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장률 감독의 ‘춘몽’은 도시 주변부로 밀려난 청년들의 일상을 그린다. 공간적 배경은 서울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맞은편 수색역 부근이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첨단과 낙후, 혹은 선진과 저개발의 개념…
20161026 2016년 10월 21일 -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가 살아 있는 곳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가 소장하고 있는 루벤스의 ‘삼손과 데릴라’.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는 회화 전시관으로는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과 더불어 최다 방문자 수를 자랑하는 미술계 명소다. 다빈치의 ‘동굴의 성모’, 홀바인의 ‘대사들’…
20161012 2016년 10월 07일 -
이별을 그리는 풍경화
‘다가오는 것들’은 제목이 예언적이다. 프랑스 원제목도 ‘미래(L’Avenir)’다. 누구에게나 닥쳐올 일이란 뜻일 테다. 우리의 미래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프랑스 중견감독 미아 한센 러브는 우리 삶의 후반부에서 만나게 되는 피…
20160928 2016년 09월 26일 -
히치콕에 대한 10개의 시선
앨프리드 히치콕은 원래 ‘대중영화’의 최고 감독으로 통했다. ‘오명’(1946), ‘이창’(1954), ‘현기증’(1958) 같은 대표작이 쏟아져나오던 1950년대 말까지 그에 대한 평가는 변함없었다. 그런데 60년대 들어 변화가 …
20160831 2016년 08월 29일 -
마일스 데이비스에 대한 헌정
‘마일스’는 재즈 음악계의 전설 마일스 데이비스의 ‘전기영화(Bio-Pic)’다. 아마도 재즈 팬에겐 데이비스에 관한 영화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반가운 소식일 테다. 음악가 관련 전기영화는 수없이 만들어졌지만, ‘재즈의 왕’이라 불…
20160817 2016년 08월 12일 -
철학 교수가 라스콜리니코프의 범죄를 꿈꿀 때
코미디영화 전문인 우디 앨런 감독은 간혹 범죄영화를 만든다. 웃음기는 거의 빼고, 범죄의 속성에 집중하는 작품이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누가 범죄자인가 하는 점이다. 그 부분에 우리 사회의 모순이 압축돼 있어서다. 우디 앨런 식 범…
20160803 2016년 07월 29일 -
’ 바흐의 피아노가 새소리처럼 들릴 때
퍼시 애들론 감독의 영화 ‘바그다드 카페’(1987)에선 두 여성이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서로를 처음 본다. 독일인 관광객 야스민(마리안네 제게브레히트 분)은 여행 중 남편과 심하게 다툰 뒤 얼마나 마음이 아팠으면, 사막이나 다름…
20160720 2016년 07월 19일 -
디스코 세대의 청춘예찬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성장기 영화’에 남다른 감각을 갖고 있다. 12년 동안 한 소년의 성장과정을 기록한 ‘보이후드’(2014)는 그 정점일 테다. 링클레이터는 신인 때부터 ‘멍하고 혼돈스러운’(1993) 같은 작품으로 사춘기…
20160706 2016년 07월 04일 -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피아니스트’
발터 베냐민은 피아노를 보며 중산층 가정의 우울과 공포를 떠올린다. 1926년 볼셰비키가 정권을 잡고 있던 소련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다. 프롤레타리아가 주인이 된 세상에서 잠시 살며, 아마 베냐민은 상대적으로 유럽 부르주아 문명의…
20160622 2016년 06월 20일 -
루브르 산책자가 들려주는 영광과 위험
러시아의 노장 알렉산드르 소쿠로프는 ‘미술관 산책자’다. 회화적인 화면 구성으로 유명한 그가 미술관에 애착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소쿠로프는 2001년 ‘긴 여정의 엘레지’를 통해 로테르담의 보이만스 판 보닌헨 미술관을, …
20160608 2016년 06월 07일 -
제이 로치 감독의 ‘트럼보’
‘트럼보’는 할리우드의 전설로 남아 있는 작가 돌턴 트럼보 전기 영화다. 미국 민주주의에 큰 오점을 남긴 매카시즘이 비판의 대상이 될 때면, 트럼보의 이름은 어김없이 소환된다. 알다시피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반(反)미국활동’…
20160511 2016년 05월 10일 -
바로크 민담의 시대 풍자
마테오 가로네 감독의 ‘테일 오브 테일즈’(2015)는 바로크 시절 민담 세 가지를 엮은 작품이다. 17세기 이탈리아 나폴리 작가 잠바티스타 바실레의 원작을 각색했다.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소개돼 기괴한 내용과 화려한 이미지로…
20160427 2016년 04월 26일 -
끝내 찾아오지 않은 마법의 밤
과거 명작들이 디지털 복원작업을 거친 뒤 다시 스크린에 걸리고 있다.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1997)도 재개봉한다.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지극한 사랑과 희생을 그린 작품으로, 현지에선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개봉한 …
20160413 2016년 04월 11일 -
혁명가의 투쟁, 순교자의 죽음
‘헝거’(2008)는 영국 출신 감독 스티브 매퀸의 장편 데뷔작이다. 매퀸은 ‘노예 12년’(2013)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흑인 최초로 작품상을 받아 스타가 된 인물이다. 그런데 그는 이미 데뷔작으로 칸영화제에서 최우수 신…
20160330 2016년 03월 28일 -
젊은 예술가의 초상
토마스 만에 따르면 예술가는 ‘얼굴에 낙인이 찍힌 인물’이다. 다르게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나서다. 토마스 만의 소설 ‘토니오 크뢰거’의 주인공 시인(토니오)은 남미 사람의 피가 섞였다는 이유로 사회적 계급이 높은데도 차별을 …
20160316 2016년 03월 14일 -
에드워드 호퍼의 마음 풍경
미국 리얼리즘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속 인물들(주로 여성)은 종종 깊은 생각에 잠긴다. 그 모습이 참으로 진지해, 설령 옆에 있다 한들 방해가 될까 봐 말도 못 붙일 정도다. 주로 혼자 등장하
20160302 2016년 02월 29일 -
테니스와 자전거, 홀로코스트를 기억하는 방법
홀로코스트는 지워지지 않는 악몽이다. 말하자면 인류의 원죄다. 타자에 대한 비이성의 증오가 어떤 비극을 낳았는지 홀로코스트는 증언하고 있다. 그럼에도 세상은 여전히 증오심을 이
20160217 2016년 02월 16일 -
예술가에게 ‘청춘’을 묻다
프레드(마이클 케인 분)는 유명 작곡가이자 지휘자다. 조국인 영국을 거쳐 미국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오랜 기간 지휘자로 지냈다. 이제 나이도 여든이 다 됐고, 은퇴를 생각하고 있다. 영국 왕실의 적극적인 공연 요청이 있지만 더는 …
20160127 2016년 01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