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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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 없는 파업 업무방해죄 해당하지 않아

  • 박영규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4-12-01 11: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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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해 없는 파업 업무방해죄 해당하지 않아

    11월 20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의 총파업 집회. 최근 대법원은 정당하지 않은 목적의 파업이라도 사용자 측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지 않았다면 업무방해가 아니라는 판결을 내놓았다.

    근로자들이 경영상 판단에 해당하는 사항에 대해 파업을 벌인 것은 정당한 목적이 없는 쟁의행위지만, 쟁의행위 과정에서 사업자 측에 막대한 손해를 끼칠 위험이 없다면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는 정당한 목적이 없는 쟁의행위에 대해 ‘파업·태업·직장폐쇄, 기타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밝혀두고 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11월 13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한국가스공사 소속 근로자 A씨 등에 대한 상고심(2011도393)에서 A씨 등(2명)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업무방해죄에 대해서는 형법 제314조 1항에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 등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한국가스공사지부의 지부장 등 노동조합(노조) 간부들로, 2009년 11월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열린 ‘공공부문 선진화 분쇄와 사회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 파업 출정식’에 참가했다가 업무방해죄로 기소됐다. 이에 원심은 A씨 등에게 파업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원심이 파업의 주된 목적을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가스 산업 선진화 정책에 대한 반대로 보고 정당성을 부인한 것은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의 구성 요건을 충족하는 것은 아니고, 파업의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춰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할 위험이 있어 사용자의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서야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며 “파업 예고를 전제로 한 실무교섭이 진행됐고, 파업기간이 1일에 불과한 점, 파업으로 가스공급업무가 중단되지 않아 피해가 크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보면 파업으로 공사의 사업운영에 막대한 손해가 초래될 위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대법원은 8월 26일 “2009년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에 반대한 철도노동조합의 순환파업과 전면파업은 부당한 목적에 의해 열차운행 중단 등으로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과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는 점에서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했다.



    이와 같이 대법원은 쟁의행위에 대한 업무방해죄 성립 여부에 대해 하급심(원심)과 다르게 판단해 파기하는 경우가 많다.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압력을 가해 그 주장을 관철하고자 집단적으로 노무 제공을 중단하는 실력행사이기 때문에 업무방해죄에서의 위력으로 볼 만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근로자에게는 원칙적으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있으므로 파업 정당성과 그 전후 사정, 경위,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할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업무방해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것이 우리 대법원 판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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