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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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락 원인으로 불법… 안 갚아도 된다

티켓다방 선불금

  • 박영규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3-07-08 10: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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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락 원인으로 불법… 안 갚아도 된다

    지난해 9월 20일 서울 영등포구 한 성매매업소에서 성매매 여성들이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6월 14일 티켓다방 여종업원 A씨(25) 등 2명이 “선불금 강제집행을 불허해달라”며 업주 B씨(45)를 상대로 낸 청구 이의 소송 상고심(2011다65174)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부산지방법원(부산지법) 본원 합의부로 환송했다.

    사실관계는 이렇다. A씨 등은 2009년 2월부터 B씨가 경남 김해시에서 운영하는 티켓다방 여종업원으로 일했다. B씨는 A씨 등의 이전 채무와 사채 수천만 원을 갚아주면서 선불금 형식으로 준 4200만 원과 연 49% 이자에 대해 공정증서를 받은 뒤 정해진 날짜까지 이를 갚지 못하자 공정증서를 집행권원으로 강제집행하려고 했다. A씨 등은 2009년 9월 18일 부산지법에 선불금 채무는 반사회질서에 해당해 무효라며 공정증서에 의한 강제집행 불허와 손해배상 각 1000만 원을 구하는 청구 이의 소송을 냈고, B씨의 무변론으로 승소했다.

    그러나 B씨가 항소했다. 항소심인 부산지법 민사2부(2심)는 “업주인 B씨는 A씨 등이 다방에서 배달을 나갈 때 사전에 윤락행위를 할 것을 지시하거나 사후 보고를 받은 적이 없었고, A씨 등이 배달을 나간 기회에 윤락행위를 할 것인지는 자신들의 의사에 따라 스스로 결정한 사실, A씨 등이 영업시간에 개인적인 사정 등으로 자리를 비우는 경우에도 이른바 ‘티켓비용’을 지불했고, 그 ‘티켓비용’ 외에 A씨 등이 윤락행위에 대한 대가로 받은 화대를 B씨에게 주거나 나눠 가진 적이 없으며 윤락행위나 화대와 관련해 별도 장부를 작성하거나 관리행위를 하지 않은 사실 등을 주된 근거로, B씨가 A씨 등에게 대여해준 돈이 윤락행위 수단으로 이용되는 선불금 명목으로 제공된 것이거나 B씨가 A씨 등에게 윤락행위를 알선, 강요하거나 이에 협력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위 선불금 형식의 대여금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2011년 7월 14일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그러나 대법원 재판부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10조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를 한 사람 또는 성을 파는 행위를 할 사람을 고용한 사람이 그 행위와 관련해 성을 파는 행위를 했거나 할 사람에게 가지는 채권은 그 계약의 형식이나 명목에 관계없이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부당이득의 반환청구가 금지되는 사유로 민법 제746조가 규정하는 불법원인급여는 그 원인이 되는 행위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경우를 말하는 바, (중략) 성매매의 유인·권유·강요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선불금 등 명목으로 제공한 금품이나 그 밖의 재산상 이익 등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해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고(대법원 2004다27488, 27495 판결), 나아가 성매매의 직접적 대가로서 제공한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성매매를 전제하고 지급했거나 성매매와 관련성이 있는 경제적 이익이면 모두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해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하면서 “업주인 B씨는 A씨 등을 포함한 여종업원들이 티켓 윤락행위를 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중략) 여종업원이 티켓 윤락행위를 나가게 되면 그 시간 동안 티켓비용을 업주에게 지급해야 하므로 업주가 윤락행위를 통한 이익을 나누지 않더라도 결과적으로 티켓영업이 업주에게 이익이 될 수밖에 없으며, 여종업원들은 결근하거나 지각할 때마다 상당한 금액을 업주에게 지급하기로 하는 등의 불리한 고용조건 때문에 티켓영업을 하지 않으면 선불금이 누적돼 이를 갚을 수 없는 처지에 있으므로, (중략) 선불금은 윤락행위를 계속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는 것으로서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보고, 원심(2심) 판결을 파기해 환송한 것이다. 이제 소위 ‘티켓다방’ 업주가 여종업원에게 빌려준 선불금은 불법원인급여로서 반환청구를 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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