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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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묵은 ‘약쑥’뜸은 만성병 해결사

‘맹자(孟子)’의 쑥 건강론

  • 글 |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입력2012-09-24 10: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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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묵은 ‘약쑥’뜸은 만성병 해결사

    맹자와 그 어머니를 묘사한 ‘맹모교자도’.

    9월 9일은 대한한의사협회가 지정한 ‘뜸의 날’. 뜸에 해당하는 한자 구(灸)와 발음이 같은 숫자 구(9)를 연결해 이날을 기념일로 정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2010년부터 뜸 시술의 안전성과 효과, 그리고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뜸 강좌 프로그램을 이 시기에 맞춰 진행하고 있다. 얼마 전 무면허 시술로 논란을 빚었던 뜸 요법은 한의학계에서 침(鍼)과 뜸을 합해 침구학(鍼灸學)이라고 말할 정도로 중요시 여기는 의료행위다.

    당연히 그 치료 역사도 깊다. 이미 중국 춘추전국시대부터 뜸 요법은 상당히 광범위한 지역에서 이용했던 듯하다.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한 중국 여러 고문헌에 뜸 효과를 유추할 수 있는 기록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먼저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좌전’ 혹은 ‘춘추좌전’이라고도 함). 공자가 펴낸 ‘춘추’(주나라 시대 제후국인 노나라 역사서로 BC 722~BC 481년 열국 역사를 기록한 책)를 본문으로 삼고 여기에 좌구명(左丘明)이 해석을 더한 이 책에는 진(晋)나라 경공(景公)의 질병 치료 상황을 묘사한 구절이 나온다.

    “이 병은 치료할 수 없다. 병이 황(·횡경막) 위쪽, 고(膏·심장) 아래에 있어 공(攻)을 떠도 안 되고, 달(達)을 놓아도 안 되며, 약을 써도 약 기운이 미치지 못하니 치료할 수 없다.”

    여기서 ‘공’은 뜸, ‘달’은 침을 가리킨다. 즉 경공의 병소가 침이나 뜸 효과가 미치지 못하는 명치 부위여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장자(莊子)’ 도척편에는 ‘무병이자구(無病而自灸)’라는 말도 나온다. 병도 없는데 스스로 뜸질을 한다는 것으로, 쓸데없는 일에 힘을 쏟아 오히려 화를 부른다는 의미다. 어쨌든 당시 사람은 병이 들면 일단 뜸을 찾을 정도로 뜸 요법이 성행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뜸 요법은 대체로 중국 북방지역에서 기원했다는 게 정설이다. ‘황제내경(黃帝內經)’은 북방지역 사람은 복부가 차가워 병이 잘 생기는데, 이를 치료하는 데는 뜸이 마땅하다고 기록해놓고 있다.

    한편으로 전국 시기 ‘맹자(孟子)’ 이루(離婁)편에서는 ‘칠년지병 구삼년지애(七年之病 求三年之艾)’라는 말이 나온다. 7년간 앓는 만성질환에는 3년 묵은 약쑥을 구해야 한다는 의미로, 쑥이 뜸 재료로 널리 사용됐음을 보여준다. 쑥은 한방 이름으로 애엽(艾葉)이라고 하며, 양기(陽氣)를 회복시키고 몸을 따뜻하게 보하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음력 3~5월에 나는 새 쑥을 채취해 불순물을 제거하고 미세한 섬유질만 골라 3년 이상 묵힌 쑥을 최고로 친다.

    그래서 ‘맹자’에서 3년 묵은 쑥이 만성질환 치료에 으뜸이라고 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강화도 해변에서 나는 쑥이 뜸 치료에 탁월한 효능을 지닌 것으로 유명하다.

    현대에 와서 뜸 요법에 대한 과학적 실험결과도 나왔다. 뜸이 인체 내에서 노화를 촉진하는 활성산소를 감소시키고 항산화 능력을 증강시킨다는 것이다. 어떤 약물도 복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뜸 요법만으로 인체 면역력을 강화한다는 것은 ‘뜸을 뜨면 장수한다’라는 표현이 빈말이 아님을 증명한다.

    뜸 요법은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고,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탁월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 덕에 널리 전파됐다. 사실 뜸에 필요한 주재료인 쑥은 어떤 땅에서나 잘 자라나 누구나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그러나 몸에 좋다고 뜸을 아무렇게나 떠서는 안 된다. 간혹 무리하게 뜸을 떠 피부에 심한 상처를 남기거나, 상처 난 부위에 세균이 침투하는 등의 부작용도 생긴다. 따라서 뜸 전문가들은 뜸을 뜰 때 전문가 진단에 따라 뜸자리를 정확히 찾고, 뜸 사용법을 잘 지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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