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중순 성매매로 단속된 서울 지하철 선릉역 부근 오피스텔.
Dnsfree 이용 우회 접속 은밀한 회원 관리
대기업 사원인 박모(32) 씨도 오피스텔 성매매 마니아다. 고정적으로 찾는 명문대 여대생도 있다. 그는 경찰 수사망을 교묘하게 피한다. 주로 공중전화를 이용하고, 불가피하게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는 업소 도착 10~20분 전에 업주에게 연락한다. “한국에 약 10만 개의 통신 기지국이 있는데, 10~20분 전에 연락하면 해당 업소에서 먼 거리이기 때문에 업소가 경찰에 적발돼도 통화내역 수사를 피할 수 있다”라고 귀띔했다. 성매매 업소 근처에서 전화할 경우 포장마차 등에서 물건을 구입한 뒤 ‘휴대전화 배터리가 다 됐다’며 여성 종업원이나 아주머니의 휴대전화를 빌려 통화하기도 한다. 박씨는 “장부나 예약 현황표를 작성하지 않는 업소가 가장 안전하다”면서 “오피스텔은 현장 단속이 거의 불가능해서 장부만 없으면 처벌받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오피스텔 성매매’가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수도권 전역에 ‘독버섯’처럼 퍼져 나가고 있다. 집창촌, 안마시술소, 유흥업소의 여성이 아닌 여대생, 직장인 등 20대 고학력·전문직 여성들이 대거 오피스텔 성매매에 뛰어들고 있다. 강남 지역에만 2000명이 넘는 20대 여성이 성매매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신내, 구로 등 비(非)강남권과 부천, 안산, 성남 등 경기 지역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일부 오피스텔 성매매 업주는 관할 경찰서나 지구대 경찰들에게 매달 10만~20만 원을 상납하며 비호를 받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매달 10만~20만 원 경찰 상납
경찰이 서울 강남의 오피스텔촌에 붙여놓은 성매매 단속 경고장. 단속의지가 있는지가 의심스럽다.
오피스텔 성매매 업주들은 성매매 사이트나 카페를 통해 회원을 은밀히 관리한다. 이들 사이트나 카페는 인터넷 주소창에 주소를 입력해서는 접속할 수 없다. ‘우회 접속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연결된다. 한 업주는 “경찰 수사망을 피해 회원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우회 접속은 간단하다. 네이버에서 ‘Dnsfree’(차단 사이트 우회해서 들어가는 툴)라는 프로그램을 다운받고, Dnsfree를 클릭하면 창이 뜬다. 주소창에 수사 당국이 막아놓은 사이트 주소만 입력하면 된다. 실제 Dnsfree를 다운받아 주소창에 경찰이 차단한 국내 최대 성매매 업소 전문 사이트인 ‘sora.net’을 입력했더니 곧바로 접속됐다. 사이트에는 200개가 넘는 오피스텔, 휴게텔 등 성매매 업소가 올라와 있었다. 강남 선릉역 인근의 오피스텔 성매매 업소인 ‘호박’은 2009년 2월 6일 사이트를 개설했으며, 현재 회원 수가 3만3541명에 이른다. 2008년 5월 23일 개설된 방배동의 ALOHA는 2만2450명의 회원 수를 자랑한다. 이처럼 업소별 사이트에는 1000~3만 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다. 확인한 회원 수만 20만 명이 넘었다. 이들 사이트에는 업소 여성들의 프로필(나이, 직업, 몸매 등)과 누드 사진이 올라와 있다. 남성들은 이 사이트에서 해당 여성을 찾은 뒤 업소를 방문한다.
오피스텔 성매매 업소는 규모에 따라 20대 여성 4~20명을 고용해 주·야간으로 나눠 24시간 영업한다. 비용은 보통 1시간에 13만~15만 원(정상가)이지만 인기 있는 에이스급 여성은 더 비싸다. 카페 회원이나 그 회원과 같이 오면 1, 2만 원 싸게 해준다. 길거리에 뿌린 명함이나 전단지를 보고 오면 정상가를 다 받는다.
여성의 몫은 8만 원. 매달 700만~1500만 원을 번다. 에이스급 여성은 하루에 10명의 남성을 상대하며 월 1800만~2000만 원을 번다.
업소 여성은 유흥업소나 집창촌 등 성매매 업소 종사자가 아니라 일반 여성이다. 은행·공사·백화점·미용실 등의 직장여성, 동대문 옷가게 여성, 피부관리사, 간호사, 유치원 교사, 성형외과 컨설턴트, 호텔 인포메이션 직원, 댄스·영어·에어로빅 등 학원강사, 광고모델, 레이싱걸 등 직업은 다양하다. 서울 명문대 여대생도 적지 않다. 한 오피스텔 업주는 “웬만한 직종의 여성이 다 오피스텔 성매매에 나서고 있다”면서 “특히 여대생이 많다”고 말했다.
업소들은 보통 연 5500만~2억 원에 달하는 돈을 뒤로 빼돌린다. 한 오피스텔 업주는 “아무리 장사가 안 돼도 여성 1명이 하루에 남성 4명을 상대한다”면서 “아가씨에게 8만 원을 주고 업주는 보통 5만~7만 원을 가져가는데, 4명만 고용해도 연 5520만~7720만 원을 벌고 10명을 돌리면 연 1억3800만~1억9320만 원을 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업주는 “안마 업소는 불법이지만 관할 지자체에 시각장애인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업소 등록을 하기 때문에 세금을 낸다”면서 “하지만 오피스텔은 무허가여서 수익이 세무 당국에 잡히지 않는다. 오피스텔 100곳만 잡아도 연 100억~200억 원이 탈루된다”고 지적했다.
기업형 프랜차이즈 업소도 적지 않다. 고품격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키스데이’는 수도권 10개 지점을 비롯해 전국에 27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키스유(서울대입구역점·관악점), 키스 코리아(홍대입구역 본점·구로디지털단지 지점) 등 업주들은 보통 2개 이상의 체인점을 운영한다.
서울 30대 남성이 성 구매 최다
휴게텔은 10명 안팎의 여성이 일한다. 한 휴게텔 업주는 “강남 일대 휴게텔은 20대가 대부분이지만 다른 지역은 20, 30대 조선족과 한족 여성이 많다”고 했다. 가격은 10만 원부터 다양하고, 업소 여성은 남성 1인당 6만 원을 챙긴다.
일부 오피스텔 성매매 업주는 관할 경찰서나 지구대 경찰들에게 매달 일정 금액을 상납하며 경찰의 비호를 받는다. 2008년 5월부터 강남 일대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해온 업주 A씨는 “경찰들이 100만 원 단위의 비교적 큰 금액은 받지 않지만 회식비 명목으로 보통 10만~20만 원을 받아간다”고 밝혔다. 그는 “오피스텔, 휴게텔, 안마 등 강남의 웬만한 성매매 업소는 다 관할지구대 경찰들에게 우선적으로 상납한다”면서 “112에 신고가 접수되면 관할경찰서가 아닌 지구대가 출동하기 때문에 지구대 경찰 관리에 힘을 쏟는다”고 덧붙였다.
상납의 대가는 ‘경찰의 거짓 단속’이라는 보답으로 돌아온다. A씨는 “손님 중에 112에 신고하는 사람이 간혹 있다”면서 “오피스텔은 안마나 휴게텔 같은 영업장이 아니라 가정집과 같은 곳이기 때문에 출동한 경찰이 ‘허위 신고’라고 보고하면 그냥 넘어간다”고 전했다.
서울 30대 남성이 오피스텔 등 성매매 업소를 가장 많이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의 ‘2009년 성 구매 남성 초범 연령별 현황’에 따르면, 서울의 30대 남성은 5697명으로 전국 3만7679명의 15.1%에 달하며 1위를 기록했다. 경기 지역 30대 남성이 5173명으로 뒤를 이었고, 경기 지역 40대와 20대 남성은 각각 3208명, 2443명, 서울 20대와 40대 남성 각각 2438명, 1943명, 인천 30대와 20대 남성 각 1744명, 1190명 순이다. 서울·경기 지역은 10대 성매매 청소년도 각각 8명으로 최다였다. 지역별로는 경기 지역이 1만1800명으로 전체의 31.3%를 기록하며 가장 많았고, 서울 1만414명, 인천 3799명, 대전 1810명, 충북 1618명, 경남 1566명, 부산 1268명, 대구 1112명 등이 뒤따랐다. 경찰에 적발된 성 구매 남성(초범)도 2005년 2214명, 2006년 1만1217명, 2007년 1만5124명, 2008년 1만7956명, 2009년 3만4762명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정미례 공동대표는 “2004년 제정된 성매매특별법이 현실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단속 사각지대로 성매매가 퍼지게 하는 ‘풍선 효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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