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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가인의 구구절절

페미니즘도 훔치고 싶었던 언니들의 가상 수다

게리 로스 감독의 ‘오션스8’

페미니즘도 훔치고 싶었던 언니들의 가상 수다

[사진 제공 ·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사진 제공 ·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최근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른바 ‘빅3’ 못지않게 개인적으로 눈길을 끈 것은 녹색당이었다. 초록색 선거 포스터를 배경으로 안경을 쓴 젊은 여성이 내건 슬로건은 ‘페미니스트 서울시장’. 녹색당은 대표적 진보정당인 정의당을 꺾고 8만2800표(1.7%)를 얻으며 4위를 했다. 

여성운동가들은 가슴 노출 퍼포먼스로 화제가 됐고, ‘불법촬영 성 편파수사’에 대한 항의 집회에 2만 명의 여성이 모이는 요즘이다. “여성우월 사회를 만들자는 거냐”며 곱지 않은 시선도 그만큼 늘었다. 찬반과 호불호는 갈리겠으나, 2년 전 ‘강남역 살인 사건’과 최근 ‘미투운동(#Me Too)’ 등의 영향으로 페미니즘이 한국 사회에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지식인 중심의 여성운동과 달리 요즘 페미니즘 논쟁은 좀 더 대중적이며, 문화 코드로서 확산됐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흐름은 한국에서만은 아닌 듯하다. 올해 칸영화제에선 여성영화인들이 레드카펫에서 ‘성평등’ 시위를 했다. ‘마초’ 일색이던 할리우드 영화에도 여풍이 거세다. 

최근 개봉한 영화 ‘오션스8’은 구색 맞추기 식으로 여배우를 등장시켰던 전작 시리즈(오션스 일레븐, 오션스 트웰브, 오션스 13)와 달리 주인공 전원이 여성이다. 영화 주인공 데비(샌드라 불럭 분), 루(케이트 블란쳇 분), 다프네(앤 해서웨이 분), 아미타(민디 캘링 분), 태미(세라 폴슨 분), 콘스탠스(아콰피아 분), 나인 볼(리애나 분), 로즈(헬레나 보넘 카터 분)와 가상 인터뷰를 진행했다(이하 스포일러 포함).


[사진 제공 ·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사진 제공 ·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여덟 분을 모시게 돼 영광입니다. 미모의 능력자들인데, 어떻게 모이게 됐나요. 

데비  제가 이번 프로젝트의 ‘설계자’예요. 제 오빠가 잘 아시는 대니 오션(조지 클루니 분)이고요. 집안 대대로 사기꾼 피가 흐르죠. 저와 친구들은 1500억 원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훔치려고 모였어요. 5년 동안 감옥에서 썩으며 이 프로젝트에 골몰했고, 가석방으로 나오자마자 절친 루를 찾아가 실행에 옮기게 됐죠. 이후 소매치기부터 보석전문가, 해커까지 각양각색의 재능을 가진 친구들을 섭외했고요. 

다프네(영화배우)  그런데 사실 돈만으로는 우리 모임의 목표를 설명하기엔 충분하지 않아요. 그보다 더 중요한 가치도 있었거든요. 

영화를 보니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전남친에 대한 복수가 아니었나 싶더라고요. 

데비  부인하진 않겠어요. 그렇지만 그것 역시 전부는 아니었어요. 제가 영화에서도 얘기했잖아요. “나나 너희를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 어디엔가 있을 범죄자를 꿈꾸는 소녀를 위해 성공해야 한다”고요. 이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예요. 

음, 그런데 범법 과정에까지 굳이 페미니즘이 필요한 걸까요. 게다가 페미니즘을 얘기하면서 범죄 동기가 전남친 복수라니 이건 좀 자기모순 아닌가요. 

저희가 정색하고 페미니즘을 외치진 않아요. 오락영화인 만큼 흥행도 생각해야 하잖아요. 흥행과 새로운 여성 도둑상,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쉽진 않았어요. 다만 기존 남자 도둑들 중심이던 판에 저희 존재가 새로운 자극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보이려고 애쓴 면은 있죠. 

콘스탠스 저희 멤버 중엔 미녀도 많지만, 저처럼 ‘동네 노는 형’ 같은 여성 소매치기도 있어요. 그리고 백인 여자만의 모임이 아닌 것도 특징이죠. 천재 해커인 나인 볼은 흑인이고 저는 동양계, 보석전문가인 아미타는 인도 출신이에요. 

요즘 할리우드 분위기가 달라지는 거 같긴 해요. 여성 캐릭터들의 활약이 꽤 눈에 띈 다고 할까. 

태미(짝퉁 제조자)  확실히 느껴요. 요즘은 슈퍼히어로물도 여성 캐릭터의 존재감이 확실하잖아요. 7월 개봉하는 ‘앤트맨과 와스프’에서도 여성은 더는 조력자가 아니에요. ‘원더우먼2’도 제작 중이라고 하더라고요. 저희처럼 남성 역을 여성 역으로 바꾸는 ‘젠더 스와프’가 할리우드에서 점차 확대되는 추세예요. 2년 전 ‘고스트버스터즈 2’도 화제가 됐죠. 쩝,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여성을 내세운 영화들이 상대적으로 흥행 면에선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거 같아요. ‘오션스8’도 한국 흥행 성적만 보면 이름값에 다소 못 미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한데…. 이유가 뭘까요. 

나인 볼 이봐요. 가르치려 한 적 없다니까. 그리고 누가 흥행 실패래? 북미에서는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했다고요. 다만 이런 흐름이 얼마나 갈지가 문제긴 하죠. 

다프네 한국에서 다소 밀리긴 했어요. 한국 영화 ‘탐정: 리턴즈’ 개봉도 있었고, 쥬라기 공룡들이랑 붙으니 우리가 힘으로는 좀 달리지 않겠어요. 

아무래도 전작 명성이 의식될 텐데요. 일부 평론가는 극 전개 과정이 너무 허술하다, 긴장감이 없다는 지청구를 합니다. 실제로 눈에 띄는 액션도 없고, 좀 소소하다고 할까. 

로즈(디자이너) 일반적인 ‘케이퍼 무비’에는 내부자의 배신이 항상 있었는데 우리 멤버들은 우정과 신뢰를 돈독하게 구축하다 보니 이런 극적 장치가 살짝 빠졌죠. 게다가 제작비가 7000만 달러(약 775억 원)예요. 16년 전 개봉한 ‘오션스 일레븐’ 제작비가 8500만 달러였다고요. 영화가 소소해 보이는 건 우리 탓이 아니에요. 

아미타 우리가 액션은 없을지언정 다른 볼거리는 괜찮아요. 배경이 패션쇼장이고, 까르띠에가 PPL(간접광고) 협찬도 했어요. 패션에 관심 많은 여성 관객은 깨알 같은 재미를 느낄걸요. 참, ‘보그’ 편집장 애나 윈터랑 테니스 선수 세리나 윌리엄스, 다코타 패닝까지 카메오로 출연했어요! 

다음 행보가 궁금합니다. 

데비 오빠를 넘어서는 사기극을 펼치고 싶어요. 이번 영화에선 우리가 다 모였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죠. 그런 점에서 다음에는 좀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다음에 또 우리 프로젝트를 스크린에서 볼 수 있기를, 제발~.




주간동아 2018.06.27 1144호 (p78~79)

  • | 채널A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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