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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양이 매력에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어”

‘고양이 전문 수의사’ 김명철 백산동물병원 원장

“고양이 매력에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어”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은 스스로를 ‘집사’라 칭한다. 주종관계가 명확한 견주 대 강아지와 달리 대등한 관계를 이루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일부 고양이 주인은 우스갯소리로 “고양이에게 집사로 간택돼 모시고 산다”고 말할 정도다. 특히 고양이는 깨끗하고 외로움을 거의 타지 않아 ‘나홀로족’에게 인기가 많다. 최근에는 고양이를 소재로 한 웹툰이나 광고,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등이 비약적으로 늘어나 인기를 실감케 한다. 

고양이를 기르는 가구가 어느 정도 되는지 실질적으로 조사한 통계는 없다. 하지만 지난해 1월 기준 1인 가구가 745만여 가구로 꾸준히 늘고 있고, 2년 전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고양이 용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했다는 점을 토대로 고양이를 기르는 이가 증가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이에 발맞춰 고양이 전문 동물병원도 생겨났다. 보통 동물병원이 개와 고양이를 함께 보는 것과 달리 ‘백산동물병원’은 개 출입을 금할 정도로 고양이만 전문으로 진료한다. 수의사 김명철 원장을 만나 고양이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고양이 전문 동물병원은 언제부터 운영한 건가. 

“2000년부터 개와 고양이를 함께 진료한 병원이었고, 나는 2011년 합류했다. 그때만 해도 병원을 찾는 개와 고양이 비율이 6 대 4 정도였다. 하지만 갈수록 고양이 비율이 높아졌고 2016년 그 비율이 1 대 9로 변했다. 병원 이전을 계기로 2016년 고양이만 진료하는 동물병원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한국 유일의 고양이 전문 동물병원 운영

고양이 특유의 매력에 빠져 고양이 전문 수의사가 됐다는 김명철 백산동물병원 원장. [지호영 기자]

고양이 특유의 매력에 빠져 고양이 전문 수의사가 됐다는 김명철 백산동물병원 원장. [지호영 기자]

고양이 이외 동물은 전혀 진료하지 않나. 

“다른 동물은 아예 출입을 못 한다. 특히 개는 고양이와 상극이라 더욱 그렇다. 개 짖는 소리, 개 냄새 등이 고양이를 매우 예민하게 한다. 고양이는 병원이라는 낯선 공간을 두려워하는데 여기에 개와 관련된 요소들까지 더해지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한계치를 넘으면 일부 고양이는 공격성을 드러내고, 또 일부는 병원에 가려고 집 밖을 나서는 순간 대소변을 보는 등 불안감을 표출한다. 고양이는 상당히 예민해 진료 도중에도 문이 열리는 소리, 인기척 등에 깜짝깜짝 놀란다. 이 때문에 수의사뿐 아니라 스태프도 상당히 조심하는 편이다.” 

선택과 집중을 했는데, 1년여 동안 운영해본 결과는 어떤가. 

“수익이 더 늘었느냐고 묻는다면 그런 셈이다. 개를 진료하지 않지만 고양이 진료가 그만큼 늘어 매출이 직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몇 년 새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점을 확실히 체감하고 있다. 요즘은 광고에도 개보다 고양이가 더 많이 등장하는데, 애완동물 시장에서 고양이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고양이를 기르나. 

“2000년대 후반 인턴 생활을 할 때 고양이를 길렀다. 버려진 고양이였는데 봉사하면서 알게 됐고 데려와 키웠다. 당시에는 고양이의 습성이나 기르는 법을 잘 몰라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다. 한 살을 넘겼을 때 전염성 복막염으로 죽었다. 그 뒤로는 지금까지 기르지 못하고 있다. 잘 해주지 못한 데 대한 죄책감이 남아 있어 다른 고양이를 기를 수 없었는데, 내년쯤 다시 길러볼까 생각 중이다.”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은 고양이에게 특유의 매력이 있다고 한다. 

“고양이와 있으면 룸메이트가 생긴 기분이 든다. 개는 주종관계가 명확하지만 고양이는 집을 함께 사용하는 동료의 느낌이 더 강하다. 고양이 기르는 사람을 보면 개성이 강하고 고양이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경우가 많다. 반려동물의 성향을 닮아가는 듯하다. 고양이가 워낙 예민하다 보니 주인도 세심해지는 측면이 있고, 고양이의 상태를 살피면서 환경까지 그에 맞추곤 한다. 나 또한 ‘고양이화’된 면이 있는 것 같다.(웃음)”


“조용하다고 무심하면 안 돼, 세심히 살펴야”

백산동물병원 곳곳에는 보호자가 기르는 고양이를 그린 그림들이 걸려 있다. 사진은 김명철 원장이 기르던 고양이를 직접 그린 그림. [지호영 기자]

백산동물병원 곳곳에는 보호자가 기르는 고양이를 그린 그림들이 걸려 있다. 사진은 김명철 원장이 기르던 고양이를 직접 그린 그림. [지호영 기자]

고양이는 개에 비해 조용하다. 주인이 집에 오면 뛰쳐나와 반기는 개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하지만 고양이는 생체 리듬의 변화가 크고 예민한 동물이다. 괜찮겠거니 하고 내버려두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김 원장은 “표현을 잘하는 개보다 오히려 더욱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양이는 빈집에 혼자 두거나 한 마리만 키워도 큰 문제가 없나. 

“개와 비교하면 문제가 덜한 편이기는 하다. 하지만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면 분리불안과 무기력증이 생길 수 있다. 개는 산책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데 고양이는 산책 대신 사냥놀이를 하루 최소 30분가량은 해야 한다. 고양이는 다른 반려동물에 비해 야생성이 강하게 남은 편이라 사냥놀이로 욕구를 해소하지 못하면 문제가 생긴다. 병원을 찾은 고양이 가운데 피부에 상처가 날 정도로 핥는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 보호자에게 매일 꾸준히 사냥놀이를 하게 해주라고 조언했는데, 그것만으로도 상태가 호전됐다. 또 다른 고양이는 보호자가 사료를 부어놓고 외출하면 건드리지도 않다 보호자가 집에 돌아오면 먹었는데, 이 역시 가벼운 분리불안 증세라고 볼 수 있다. 이 밖에 혼자 사는 보호자에게 애인이 생겨 같이 생활하는 시간이 줄어들자 병이 난 고양이도 많다. 고양이는 외로움을 타기 때문에 보호자가 집에 있는 동안에는 충분히 교감해줘야 한다.” 

고양이를 한 마리만 기르는 1인 가구의 경우 특별히 주의해야 할 점이 있나. 

“고양이가 혼자 있는 시간이 길면 무료하지 않게 보낼 수 있는 장치를 곳곳에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 창밖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는 캣타워를 설치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고양이가 좋아하는 영상을 틀어주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자연 환경에서 새가 울거나 돌아다니는 동영상 등이다. 또 혼자 놀 수 있는 장난감을 두는 것도 권한다. 고양이는 잠자는 시간이 많은데 사람이 없으면 잠을 더 자고 활동을 하지 않는다. 건강상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움직일 수 있도록 배려해줘야 한다.” 

개에 비해 감정 표출이나 의사 표현 빈도가 낮아 보호자가 질병을 뒤늦게 아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야생성 때문이다. 야생에서는 동물이 아픈 것을 숨겨야 목숨을 유지할 수 있다. 개는 가축화, 사회화돼 사람과 교감하고 의사 표현을 하는 과정에서 질병이 발견되는데, 고양이는 아파도 참을 수 있는 데까지 참는 경우가 많다. 본능적인 부분이라 보호자가 자책할 이유는 없다. 다만 평소 잘 살펴볼 필요는 있다. 1인 가구는 주로 자율급식을 하기 때문에 고양이의 하루 사료 양을 잘 모른다. 사료 양이 어느 정도 되는지 꾸준히 확인해야 한다. 식욕이 떨어져도 간식을 잘 먹는 편이라 사료 양을 놓치기 쉽다. 전에 기르던 고양이도 어느 순간 사료를 평소의 절반도 못 먹었지만 간식은 무척 잘 먹었다. 그냥 환절기라 그러려니 했는데 알고 보니 병이 꽤 진행된 후였다. 이외에 2주에 한 번 체중을 재 변화가 있다든지, 화장실 이용 빈도나 소변 양 등 평소와 다른 모습이 보인다면 병원을 찾아 건강 상태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중성화 수술은 필수적인가. 

“도시에서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고 고양이를 기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암고양이는 발정기가 되면 아기 울음소리를 내는데 민원이 들어올 정도로 소리가 심하다. 개는 발정 주기가 정해져 있지만, 고양이는 교미 후 배란을 하기 때문에 교미를 하지 않으면 무한 발정기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고양이도 힘들다. 사료를 먹지 못해 몸이 마르고, 결국 자궁 축농증이나 유선 종양이 생길 수도 있다. 수고양이는 발정기에 영역 표시를 하는데, 그 냄새가 일반 소변과 달리 절대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격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평소 보호자와 잘 지내는 고양이라 해도 발정기가 되면 예민해져 물 수도 있다. 따라서 최초 발정기가 오기 전인 6개월령 정도에 중성화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


“고양이만을 위한 도시 만드는 게 꿈”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부부가 살다 보면 서로 닮는 것처럼 고양이를 기르는 보호자도 고양이의 성향을 닮아간다. 매일같이 고양이 건강을 살피는 김 원장도 이미 ‘고양이화’가 된 것 같았다. 진료실은 먼지 하나 없이 깔끔하고, 책상 위는 깨끗하게 정리돼 있으며, 질문에 답하는 목소리는 차분하고 대답 또한 명료했다. 그는 “수의사 일을 하면서 고양이의 매력에 빠져 여기까지 왔다”고 말한다. 

수의사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동물을 좋아하긴 하지만, 모든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은 수의사보다 사육사 쪽이 더 큰 것 같다. 수의사로서 사명감을 느낀 건 고양이의 매력에 빠지면서부터다. 어릴 때 강아지를 길렀는데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에 반해 고양이는 외모부터 예쁘고 특유의 매력이 있어 일하는 것이 즐겁다. 수의사 중에는 동물에 대한 호불호가 뚜렷한 사람이 많은데, 그만큼 분야도 전문화되는 추세다. 나의 경우 고양이다.”
 
고양이 전문 수의사로 일하면서 특별히 보람을 느낀 적이 있다면. 

“치료하던 고양이가 건강하게 퇴원할 때 보람된다. 그리고 간혹 상태가 아주 안 좋은 고양이에게 여러 해외 논문을 찾아가며 치료법을 적용하고 그 결과가 좋게 나타났을 때 행복하다. 원래는 나 혼자 중성화 수술과 내과 진료, 피부과 진료 등 종합적으로 다 했다. 그런데 치료를 정확하고 심도 있게 하려면 세분화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에 중증내과, 일반내과, 외과, 치과, 내시경 등으로 나눠 수의사와 전문의료진 11명이 진료하고 있다.” 

반대로 일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없나. 

“개인적으로 성격이 점점 예민해져 힘들다. 진료할 때 주변 환경이 부산스러우면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조금만 위협적인 상황이 생겨도 고양이는 주사 처치를 못 할 정도로 날카로워지기 때문이다. 나뿐 아니라 같이 일하는 스태프들도 그런 것 하나하나까지 신경 쓰고 있다.” 

병원을 찾은 고양이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경우는. 

“요새도 정기적으로 내원하는 고양이인데, 4년 전 처음 왔을 때 의식이 없을 정도로 상태가 나빴다. 당뇨 합병증에 만성췌장염까지 있어 처음 4~5일은 일어나지도 못했다. 모든 걸 다 쏟아 치료했는데도 상태가 악화돼 포기해야 하나 고민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컨디션이 바닥을 친 후 상태가 호전돼 퇴원했다. 지금도 보호자인 할머니가 인슐린 관리를 하루에 두 번씩 하면서 친자식처럼 돌보고 있다.” 

상태가 심각한 고양이가 적잖은 모양이다. 

“점점 비율이 늘고 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동네 병원에서 치료하지 못하는 심각한 상태의 고양이만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고양이 전문 2차 병원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그 일환으로 올해 초 과별로 전국 수의사 대상 콘퍼런스를 개최하기도 했다.” 

길고양이가 사회 문제로 거론되는데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길고양이는 버려졌거나 원래 길에서 생활하던 고양이들이다. 길고양이와 공존하려면 중성화 수술로 번식을 막고, 영역 내 급식소를 설치해 돌보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개인적으로 봉사도 한다. 나중에는 고양이 섬 혹은 고양이만의 도시를 만드는 게 꿈이다. 일본과 대만에는 실제로 길고양이와 주민이 함께 살아가는 섬이 많다. 고양이를 소유하는 것이 아닌, 공존하는 공간을 만드는 데 참여하고 싶다.”




주간동아 2018.05.09 1137호 (p30~33)

  •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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