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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자연이 준 기적의 물, 식초

식초는 동아시아서 조미료, 음료, 약품

23일 오후 1시 일산 킨텍스서 한국·중국 학자들 ‘식초문화의 담론을 말하다’

식초는 동아시아서 조미료, 음료, 약품

2018 대한민국 식초문화대전 포스터. [shutterstock]

2018 대한민국 식초문화대전 포스터. [shutterstock]

6월 22~23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는 ‘2018 대한민국 식초문화대전’이 열린다. 여러 행사가 마련된 가운데 동아시아 석학들이 참여하는 ‘식초문화의 담론을 말하다’라는 주제의 콘퍼런스도 개최된다.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음식 맛을 내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자 건강발효식품으로 자리 잡은 식초의 연원과 발전 방안을 되짚어본다. 

전병술 건국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될 1부에서는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가 ‘중국 귀주 동족의 비에()’를 통해 생활과학과 ‘공생주의 지혜 인류학’에 대해 발표하고, 김병철 음식철학연구소장이 소금과 지중해, 다산을 중심으로 ‘동서양 발효문화의 철학적 배경’을 설명한다. 이어 김상보 전통식생활문화연구소장이 ‘궁중음식과 미초문화’를 소개한다. 

김병철 소장 사회로 진행될 2부에서는 자오롱광 저장공상대 중국음식문화연구소장이 ‘중국인의 식초 역사와 문화 및 인류의 신맛 기호 습성에 대한 분석’을 발표한 뒤, 세계김치연구소 문화융합단장을 맡고 있는 박채린 박사가 ‘고문헌을 통해 본 한국의 초산발효식문화의 특징’을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배영동 안동대 민속학과 교수가 ‘잊힌 우리나라 식초문화의 전통’을 발표한다. 콘퍼런스에 앞서 각 주제 발표자가 제공한 발표문에 담긴 주요 강연 요지를 소개한다.


최고로 숙성된 맑은 물, 식초

식초 콘퍼런스에서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는 ‘중국 귀주 동족의 비에’를 소개한다. 소금과 지중해, 다산을 중심으로 ‘동서양 발효문화의 철학적 배경’을 설명할 김병철 음식철학연구소장. 김상보 전통식생활문화연구소장은 ‘궁중음식과 미초문화’를 소개한다(왼쪽부터). [사진 제공·한국전통식초협회]

식초 콘퍼런스에서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는 ‘중국 귀주 동족의 비에’를 소개한다. 소금과 지중해, 다산을 중심으로 ‘동서양 발효문화의 철학적 배경’을 설명할 김병철 음식철학연구소장. 김상보 전통식생활문화연구소장은 ‘궁중음식과 미초문화’를 소개한다(왼쪽부터). [사진 제공·한국전통식초협회]

식초는 우리나라 발효식품 가운데 최고봉으로 평가받는다. 된장과 간장, 청국장, 고추장은 물론 젓갈, 김치, 술, 식혜 등이 한국의 대표 발효식품이다. 배영동 교수는 “한국의 발효식품 가운데 최고로 숙성된 상태에서 나오는 맑은 물이 식초”라고 규정한다. 고문헌에 따르면 식초는 우리 역사에서 오랫동안 식용 또는 약용으로 쓰였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식초가 풍을 다스리고 고기와 생선, 채소 등의 독을 없애준다’고 기록돼 있다. 

전통식초는 술을 근본으로 하기 때문에 식초의 역사 및 전통은 곧 술의 그것과 맞닿아 있다. 일례로 중국에는 곡물을 이용한 곡주와 곡주를 증류한 소주, 즉 고량주 등이 널리 알려져 있는데 중국에서 ‘쌀식초’나 ‘향초’ 등이 발달한 것도 중국의 술과 관련 깊다. 일본은 대표주인 사케나 현미를 이용한 ‘흑초’가 기후의 영향을 받아 발달했다. 

누룩으로 술을 빚어온 우리나라는 청주와 막걸리 문화가 오랫동안 지속돼왔다. 그 영향으로 막걸리나 청주를 자연발효시킨 ‘곡물식초’를 주로 먹었다. 곡물식초 외에도 과일을 재료로 한 과일식초도 만들어 먹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감식초다. 

전통적으로 농촌사회에서는 식초를 만들려고 술을 빚었다기보다 남은 술이나 빚은 술을 활용해 식초를 담갔다고 한다. 먹다 남은 막걸리를 초병에 넣은 뒤 초병 입구를 솔가지나 볏짚으로 막아 부뚜막에 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발효돼 전통식초인 ‘곡물식초’가 만들어진 것이다. 

농촌 등 민가에 면면히 내려오던 전통식초 제조법은 일제강점기 이후 급격히 쇠퇴했다. 농촌의 가양주(가정집에서 제조하는 술)를 ‘밀주’로 규정해 단속하면서 가양주가 시들해졌고, 술로 만드는 전통식초 역시 쇠퇴하게 된 것이다.


인류의 신맛 기호 습성

자오롱광 중국 저장공상대 중국음식문화연구소장. 자오 소장은 ‘중국인의 식초 역사와 문화 및 인류의 신맛 기호 습성에 대한 분석’을 발표한다. 세계김치연구소 문화융합단장을 맡고 있는 박채린 박사는 ‘고문헌을 통해 본 한국 초산발효식문화의 특징’을 발표한다. 배영동 안동대 민속학과 교수는 ‘잊힌 우리나라 식초문화의 전통’을 소개한다. [사진 제공·한국전통식초협회]

자오롱광 중국 저장공상대 중국음식문화연구소장. 자오 소장은 ‘중국인의 식초 역사와 문화 및 인류의 신맛 기호 습성에 대한 분석’을 발표한다. 세계김치연구소 문화융합단장을 맡고 있는 박채린 박사는 ‘고문헌을 통해 본 한국 초산발효식문화의 특징’을 발표한다. 배영동 안동대 민속학과 교수는 ‘잊힌 우리나라 식초문화의 전통’을 소개한다. [사진 제공·한국전통식초협회]

1980년대 이후 정부가 전통음식과 전통주 발굴에 나서면서 가양주 쇠퇴와 함께 잊혔던 천연식초의 전통도 복원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한국인 체질에 맞는 오곡식초 등 여러 천연식초가 개발돼 한국을 대표하는 식초로 부상하고 있다. 

전통식초는 민가뿐 아니라 궁중에서도 즐겨 담가 먹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상보 소장은 왕실 제사 때 소용되는 물목을 기록한 책인 ‘태상지’에 다음과 같이 조초(식초 제조) 재료가 기록돼 있다고 소개했다. 

중간 정도로 도정한 쌀 10말 5되, 밀에 녹두를 합해 만든 누룩가루 2말 1되, 밀 2말 5되

왕실 제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귀한 손님인 조상신을 대접함으로써 복을 받는 의례였던 만큼 제사 때 사용하는 식초 제조에는 최고 비법이 동원됐을 것이란 게 김 소장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왕실에서는 이 같은 재료로 식초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김수(1481~1552)가 지은 ‘수운잡방’과 1670년에 발간된 ‘음식지미방’에 그 비법이 담겨 있다. ‘수운잡방’에는 찐 밀에 곰팡이를 주입해 발효시켜 말린 뒤 누룩가루와 물을 넣어 사흘 동안 둔 다음 뜨거운 찐 밥을 더해 21일 동안 발효시킨다고 돼 있고, ‘음식지미방’ 역시 시루에 담아 찐 밀에 곰팡이를 주입해 발효시켜 말리고 그것에 누룩가루와 쪄낸 더운 밥, 그리고 물을 합해 한 번 더 발효시킨다고 돼 있다. ‘동의보감’에는 쌀로 만든 식초인 미초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돼 있다.

성질은 온하다. 옹종을 없앤다. 심통을 다스린다. 어육과 채소 독을 죽인다. 혈량을 다스린다.

미초의 이 같은 특성을 활용해 차가운 성질의 식품에 따뜻한 성질의 초를 양념으로 넣기도 하고, 따뜻한 식품에 따뜻한 초를 넣어 치료식으로 활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전통식초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인의 삶 속에도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자오룽광 소장은 “중국에서 식초는 맛을 조화롭게 하는 ‘조미’ 기능 외에도 음료, 약품, 건강식품 등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됐다”고 말한다. 식초가 중국 문헌에 최초로 기재된 명칭은 ‘혜(醯)’였다. 자오 소장은 식초를 재료에 따라 중화장과 소장수로 구분했는데, 곡물로 만든 것을 중화장, 채소를 주원료로 양조한 것을 소장수라 한다. ‘본초강목’에는 장수의 효능이 다음과 같이 기술돼 있다.

기를 조절하고, 힘을 조절하며, 경혈을 뚫어 소화 기능을 돕고, 갈증을 해소하며, 곽란과 설사를 멈추게 하고, 체기를 가라앉히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잠을 쫓는다. 장부의 기능을 조절하고, 구토를 그치게 하며, 피부를 하얗게 만들고, 소변이 잘 나오도록 한다.

자오 소장은 “조미에 사용되는 식초는 집에서 하루라도 없어서는 안 될 7가지 품목에 포함될 정도로 인간생활에 대단히 유용했다”고 말한다. 특히 “중국인은 수천 년을 내려오면서 기본적으로 식물성 식재료로 배를 불리며 연명했기 때문에 ‘산’에 의지했다”면서 “중국인의 식초 기호 성향과 신맛 애호는 중국인이 ‘츠추’(초를 먹다) 민족임을 확실히 증명한다”고 강조한다.


초산발효식문화의 특징

콘퍼런스 1부 첫 순서에는 전경수 명예교수가 중국 동족의 비에()를 바탕으로 인류의 발효문화에 대해 강연한다. 중국 귀주성 동남부에 거주하는 동족(族)은 즙장인 ‘비에’를 먹는다. 비에는 소의 첫 번째 위에 들어 있는 끈적한 풀덩어리를 식수와 섞어 주물러 만든 연두색 액체다. 동족은 이 비에를 쇠고기를 찍어 먹는 데 쓰거나 고기를 넣어 찌개를 끓일 때 양념으로 활용한다. 전 교수는 비에를 매개로 동족과 가축이 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사람은 가축에게 양질의 풀을 공급하고 소는 고기와 즙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다. 전 명예교수는 “문화가 지혜이고, 지혜가 문화”라며 “시간과 공간에 따라 어떤 지혜가 발휘되는지 그 지혜를 배우는 것이 인류학의 목적이자 사명”이라고 강조한다. 

한편 박채린 박사는 ‘고문헌을 통해 본 한국의 초산발효식문화의 특징’을 짚어준다. 박 박사는 우리나라 양초 민속의 독자성을 음양오행 철학과 속성 발효원을 사용하는 고리문화, 그리고 창포와 도라지, 감과 대추 등 독자적인 원료를 토착 기술로 제조하는 것에서 찾는다. 

이 밖에 김병철 소장은 소금과 지중해, 다산을 중심으로 동서양 발효문화의 철학적 배경을 설명한다. 김 소장은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방법론적 회의를 차용해 ‘나는 먹는다, 고로 존재한다’를 근거로 먹는 인간에 대해 설명한다. 그는 “인간은 자연에 존재하는 것을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으로 범주화한다”며 “인간은 자신의 먹는 행위를 통해 타자와 구분되는 자기 존재의 동일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발효된 것은 존재론적으로는 썩은 것이지만, 인간 또는 공동체가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승인함으로써 먹을 수 있는 것이 된 경우”라고 설명한다. 김 소장은 “썩은 것과 발효된 것은 인간의 문화적 개입 없이 존재 상태의 변화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자연적 직접성을 지닌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익힌 것은 인간이 자연에 존재하는 자연물의 존재 상태를 먹을 수 있는 상태로 변화시킨 것”이라고 설명한다.




주간동아 2018.06.20 1143호 (p36~38)

  •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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