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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 후광? 오비이락?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각 분야서 ‘남평 문씨’ 부상

대통령 후광? 오비이락?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문미옥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보좌관, 문성근 백만송이 국민의명령 상임운영위원장, 문태곤 강원랜드 사장, 문무일 검찰총장(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뉴스1,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문미옥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보좌관, 문성근 백만송이 국민의명령 상임운영위원장, 문태곤 강원랜드 사장, 문무일 검찰총장(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뉴스1, 뉴시스]

강원랜드는 2017년 12월 22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사장에 문태곤 전 감사원 제2사무차장, 부사장에 한형민 전 파라다이스 상무를 선임했다. 문 사장과 한 부사장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 몸담았던 공통점이 있다. 문 사장은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역임했고, 한 부사장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과 춘추관 국장 등을 지냈다. 

문 사장은 채용 비리 논란이 일었던 강원랜드를 바로잡을 책임을 떠안게 됐다. 문 사장은 취임사에서 “강원랜드는 과거 부정채용 문제로 신뢰를 잃고 지탄의 대상이 됐다”며 “공직생활로 축적된 전문적 소양을 접목하고 경험과 역량을 집중해 위기상황을 극복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카지노와 별 관련이 없는 문 사장이 선임되자 문재인 대통령과 남다른 인연이 후광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강원랜드가 코스피 상장사이기는 하지만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설립돼 정부 입김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다. 

문 사장은 공직기강비서관 등 참여정부 근무 이력 외에도 문 대통령과 남평 문씨 종친이란 공통점이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성골’로 통할 수 있는 남다른 입지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참여정부 근무 경험 + α

문 사장 선임을 계기로 여의도 호사가들은 ‘새 정부 출범 이후 각 분야에서 남평 문씨가 부상하고 있다’고 입방아를 찧고 있다. 정치 인맥에 정통한 한 인사는 “대통령 특사로 일본을 다녀온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은 20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이 유력하고,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자타가 공인하는 현 정부 외교안보라인 핵심 인사가 아니냐”며 “행정부 수반과 국회의장, 외교안보라인 실세까지 남평 문씨 종친이 주도할 날이 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노무현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낸 문 의원은 참여정부 출신이라는 ‘직연’에 남평 문씨라는 ‘혈연’까지 갖춰 문 대통령과 불가분관계로 여겨진다. 만약 문 의원이 하반기 국회의장에 오른다면 문재인 정부의 각종 개혁입법 추진에 탄력이 붙을 수 있으리란 관측이 많다. 정부가 시행하려는 정책 가운데 국회 입법으로 뒷받침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것이 적잖기 때문이다. 

문 특보 역시 참여정부 때 대통령 자문기구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과 대통령 소속 국방발전자문위원회 위원, 외교통상부 국제안보 분야 대외직명대사를 지내는 등 참여정부 ‘참여’ 이력에 남평 문씨란 혈연까지 겸비했다. 

2017년 9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문 특보를 향해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느낌이지 안보 특보로 생각되지 않아 개탄스럽다”고 비판한 일이 있다. 당시 송 장관은 이 발언 때문에 청와대로부터 ‘엄중 경고’를 받았다. 윤영찬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수석은 송 장관의 국회 국방위원회 발언과 관련해 “국무위원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표현과 조율되지 않은 발언으로 정책적 혼선을 야기한 점을 들어 엄중 주의 조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청와대가 송 장관을 엄정 주의 조치한 것은 단순히 문 특보에 대한 국회 발언 때문만은 아니다. 전술핵 재배치 검토 발언과 북한 핵탄두 경량화 능력 등에 대한 송 장관의 잇단 국회 발언이 더 큰 문제로 작용했다. 그러나 오비이락처럼 송 장관의 국회 발언 이후 청와대 엄중 주의 조치가 이뤄지면서 송 장관이 문 특보의 뒷배를 감안하지 않고 발언했다 ‘역린’을 건드려 부메랑을 맞게 됐다는 뒷말을 남겼다.


대통령의 탕평 의지?

문 의원과 문 특보 외에도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주요 포스트에 임명된 인사 가운데 대표적 남평 문씨 인사로는 문 정부의 적폐청산을 실무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있다. 문 총장은 문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남평 문씨 종친에 호남 출신이라는 점이 더해져 ‘진골’급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 밖에도 문미옥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보좌관, 문대림 대통령비서실 제도개선비서관 등이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다. 문 비서관은 2018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제주도지사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꾸준히 공기업 사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문학진 전 의원 등도 문 대통령과 남평 문씨라는 공통점이 있다. 

얼마 전 문 대통령은 대법관 후보자로 민유숙 판사를 지명했다. 민 대법관 후보자의 남편이 문병호 전 의원이라는 점에 주목하는 정치권 인사가 많다. 문 전 의원이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핵심 측근으로 활약하며 문 대통령과 대척점에 섰던 인물이라는 점 때문이다. 김상진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는 “청와대 인사 검증 과정에서 민 대법관 후보자가 문병호 전 의원의 부인이라는 점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섰던 인물의 배우자를 대법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문 대통령의 ‘탕평인사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한편 배우에서 시민운동가, 정치가로 변신했던 문성근 백만송이 국민의명령 상임운영위원장도 문재인 정부 들어 주목받는 남평 문씨 인사 가운데 한 명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끈끈한 인연 등 문 대통령과 닮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능력이 검증된 인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있을 뿐, 대통령 종친이라고 특별히 우대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각별했던 YS, DJ의 종친 사랑
김광일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덕룡 전 정무제1장관, 김기섭 전 국가안전기획부 기조실장, 김중권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한길 전 문화관광부 장관(왼쪽부터).

김광일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덕룡 전 정무제1장관, 김기섭 전 국가안전기획부 기조실장, 김중권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한길 전 문화관광부 장관(왼쪽부터).

역대 대통령 가운데 종친 인사를 주변에 가장 많이 포진시킨 이로는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꼽힌다. 금녕 김씨인 YS는 재임 기간 주변에 종친 인사 여럿을 뒀다. 대통령비서실장과 대통령정치특보를 지낸 김광일 전 실장, 정무제1장관과 집권 민주자유당 사무총장을 지낸 김덕룡 전 의원, 신라호텔 상무 출신으로 국가안전기획부 기조실장을 지낸 김기섭 전 실장 등이 대표적인 금녕 김씨다. 물론 이들의 발탁 배경이 오롯이 금녕 김씨였기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경우가 많아서다. YS가 자신과 종친인 금녕 김씨를 청와대 주요 포스트에 발탁했다면,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자신과 종친인 김해 김씨 인사를 청와대 주요 포스트에 포진시켰다. 김중권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필두로 김한길 전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DJ 곁을 지킨 대표적 김해 김씨 인사로 꼽힌다. 특히 김 전 장관은 DJ 정권 5년 동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 청와대 정책기획수석비서관, 총재 비서실장 등 5년 내내 DJ 곁을 지킨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주간동아 2018.01.03 1120호 (p62~63)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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