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37

2018.05.09

와인 for you

보르도에서 400km 떨어진 시골서 와인 만드는 이유

프랑스 남부 와이너리 ‘샤또 까스까데’

  • 입력2018-05-08 14:5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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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도밭에서 일하는 필리프 쿠리앙. 소박한 농부 모습 그대로다. 샤또 까스까데, 르 따나 드 필리프 쿠리안 와인(왼쪽부터). [사진 제공 · ㈜샤프트레이딩]

    포도밭에서 일하는 필리프 쿠리앙. 소박한 농부 모습 그대로다. 샤또 까스까데, 르 따나 드 필리프 쿠리안 와인(왼쪽부터). [사진 제공 · ㈜샤프트레이딩]

    “저에게 와인은 작품입니다. 제 삶과 마음이 담긴 와인, 깔끔하고 진솔한 맛이 나는 좋은 와인을 만드는 것이 제 신념입니다.” 

    프랑스 남부 코르비에르(Corbieres) 지방에서 샤또 까스까데(Chateau Cascadais)를 운영하는 필리프 쿠리앙의 말이다. 쿠리앙의 집안은 프랑스 보르도(Bordeaux)에서 대를 이어 포도 농사를 지었고, 쿠리앙도 보르도에서 잔뼈가 굵은 와인메이커다. 그런 그가 지금은 고향에서 400km나 떨어진 지중해 인근 시골 마을에서 와인을 만들고 있다.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코르비에르에는 쿠리앙 가족의 여름 별장이 있었다. 코르비에르의 매력에 빠져든 쿠리앙은 59세가 되던 해, 보르도 와이너리를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코르비에르로 향했다. 그가 정착한 곳은 코르비에르에서도 차로 한참 더 들어가야 하는 니엘 밸리(Nielle Valley)였다. 

    니엘 밸리는 코르비에르의 오아시스로 불릴 만큼 아름답고 한적한 곳이다. 마을 입구에는 ‘사람 사는 시골’이라고 쓰인 작은 나무 간판이 있다. 이 간판을 지나 1km 정도 더 가면 오래된 풍차와 올리브 나무들이 보이고 뒤이어 드넓은 포도밭이 펼쳐진다. 지상 낙원 같은 이곳에서 쿠리앙은 포도밭 35만㎡를 정원 가꾸듯 매일 돌보고 있다. 

    코르비에르에 온 지 벌써 16년, 쿠리앙의 나이 이제 75세다. 그는 매일 세 시간씩 책을 읽고 글을 쓰며 클래식 음악도 자주 듣는다. 니엘 밸리의 따뜻한 태양, 깨끗한 물, 시원한 바람 속에서 건강한 삶을 영위하며 포도도 유기농으로 건강하게 재배한다. 니엘 밸리의 향기를 머금은 순수한 포도를 생산하려면 어떤 화학물질도 쓰지 않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양조기술도 사용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고 순수하며 아름다운 맛이 나는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에는 쿠리앙이 만든 와인 가운데 샤또 까스까데(Chateau Cascadais)와 르 따나(Le Tannat) 드 필리프 쿠리안이 수입되고 있다. 까스까데는 우리말로 ‘폭포’라는 뜻인데, 니엘 밸리에 있는 아름다운 폭포를 가리킨다. 샤또 까스까데는 카리냥(Carrignan), 시라(Syrah), 그르나슈(Grenache) 등 프랑스 남부의 대표 품종을 섞어 만든 와인이다. 입안에 머금었을 때부터 목으로 넘긴 뒤까지 과일, 들꽃, 초콜릿, 커피, 민트 등 다채로운 향미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여러 품종이 어울려 만들어낸 아름다운 조화다. 

    르 따나 드 필리프 쿠리안은 따나(Tannat)라는 포도로 만든다. 따나는 원래 보르도 남부의 토착 품종이다. 지중해 인근에서 따나로 와인을 만드는 것은 지극히 드문 일이지만, 쿠리앙은 니엘 밸리의 깨끗한 환경이라면 따나를 길러 멋진 와인을 만들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고 한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따나 100%로 만든 이 와인은 잘 익은 베리향이 달콤하고 오크, 계피, 담배 등 여러 향미가 복합미를 더한다. 묵직하면서도 산도가 좋아 경쾌하며, 잘 숙성된 타닌의 매끄러운 질감이 매력적이다. 

    샤또 까스까데 가격은 5만 원, 르 따나 드 필리프 쿠리안은 11만 원이다. 이 와인들은 고급 레스토랑이나 와인바에서 만날 수 있으며, ㈜샤프트레이딩을 통해서도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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