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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케이팝이란 무엇인가

Z-GIRLS, BOY STORY, EXP 에디션 사례 연구를 중심으로

케이팝이란 무엇인가

[뉴시스, shutterstock]

[뉴시스, shutterstock]

‘케이팝(K-pop)’의 사전적 정의는 무엇일까. 쉽게 생각하면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한국 아이돌그룹’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이 문장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 아이돌그룹’이라는 표현부터 그렇다. 한국 국적의 멤버들로 구성된 팀을 의미하는 것일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일본인, 중국인 멤버나 재외동포 출신 멤버가 포함된 한국 아이돌그룹이 일반화된 지 오래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이들을 케이팝 그룹이라 부르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국 멤버를 중심으로 한국 기획사가 결성해 한국에서 활동을 시작한 그룹’이라는 포괄적 개념은? 상당수 그룹이 이 범주에 들어간다. 하지만 최근 경향은 여기서도 벗어난다. 한국 기획사인 제니스미디어콘텐츠에서 데뷔시킨 Z-GIRLS(지걸스)는 이제 미니앨범 한 장을 내놓은 신인이다. 이 팀이 특이한 점은 멤버 7명 가운데 한국 출신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일본, 중국,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7개국에서 발탁한 여성으로 구성된 다국적 그룹이다. 한국어에 능통한 멤버도 없어 한국 팬과 소통도 어렵다. 

이 회사는 Z-GIRLS를 두고 케이팝이라 하긴 민망했는지 Z팝이라는 신조어로 구분했지만, 어쨌든 이 팀이 회자되는 건 기존 케이팝 팬덤들에 의해서다. 해외 케이팝 마니아는 이 팀을 두고 “한국인 멤버가 한 명도 없는데 케이팝 그룹이라 부를 수 있느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 기획사가 기획한 팀이니 케이팝으로 묶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질문은 또 다른 사례에 의해 부정된다. 

지난해 9월 JYP엔터테인먼트는 중국에 BOY STORY(보이스토리)라는 팀을 데뷔시켰다. 박진영이 오디션을 진행했으며 현지의 13세 안팎 소년들로 구성됐다. 보이스토리는 박진영이 쓴 노래 ‘Enough’로 데뷔했고 현지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중국 최대 음악 서비스 QQ뮤직, 뮤직비디오 사이트 인위에타이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샤오미의 스마트워치 광고 모델로도 발탁됐다. 

이 팀의 대주주는 중국 최대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다. JYP가 기획과 제작을, 텐센트가 비용을 전액 부담한 것이다. 한국의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데뷔 과정을 책임졌음에도 보이스토리는 ‘만다린팝’으로 분류된다. 중국인 멤버에 중국 회사가 자본을 댔기 때문인데, Z-GIRLS 사례와 비교했을 때 정의가 꼬이게 된다. 다시 묻는다. 지금 케이팝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인디 음악이란 무엇인가

Z-GIRLS(왼쪽), BOY STORY [사진 제공 · 제니스미디어콘텐츠, 샤오미 광고 캡처]

Z-GIRLS(왼쪽), BOY STORY [사진 제공 · 제니스미디어콘텐츠, 샤오미 광고 캡처]

모든 개념은 현실에서 태어난다. 그리고 그 현실이 시간에 따라 바뀌면서 개념도 전이되기 마련이다. ‘인디 음악’이 좋은 예다. 1990년대 중반 한국에 인디가 소개됐을 때 의미는 ‘메이저 음반사의 유통망을 거치지 않고 자체 배급망을 가진 독립적(independent) 레이블 소속의 아티스트들과 그들이 만든 음반’을 뜻했다. 

다분히 산업적 개념이었지만 한국에서는 문화운동적인 느낌으로 소화됐다. 우선, 한국에서는 세계적 음반 유통사가 시장 내에서 그리 큰 지위를 갖지 못했다. 그래서 댄스 음악을 중심으로 한, TV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당시 인기 그룹들의 반대적 개념으로 인식됐다. 당시 인디 밴드에 ‘록의 저항성’ ‘문화 게릴라’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초기 인디 밴드가 펑크나 하드코어 등 비교적 과격한 장르를 주로 연주했으니 자연스러운 인식이었다. 하지만 이 개념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0년대와 함께 MP3가 등장하면서 음반시장이 몰락했다. 라디오 중심으로 활동하던 기존 미들급 기획사가 대부분 문을 닫았고, 그런 음악을 추구한 이들이 갈 곳은 홍대 앞밖에 없었다. 그런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도 홍대 앞 라이브 클럽으로 몰려들었다. 포크 등 어쿠스틱 장르가 인디 신의 새로운 주류가 됐다. 팬도 ‘마니아’에서 ‘애호가’로 변했다. 이즈음의 인디란 ‘홍대 앞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언더그라운드 뮤지션’ 정도로 통용됐다. 

이런 개념이 다시 변한 건 2000년대 후반이다. 장기하와 얼굴들, 십센치(10cm) 같은 스타가 등장했고 인디는 더는 언더그라운드의 유의어가 아니었다. 혁오, 볼빨간사춘기, 잔나비 등 음원 차트 강자가 존재하는 지금은 더욱 그렇다. 따라서 지금의 인디란 ‘밴드, 싱어송라이터 같은 형태로 자기가 만든 음악을 직접 연주하고 부르는 뮤지션’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밴드, 싱어송라이터라는 단서를 단 이유는 ‘인디 힙합’ ‘인디 재즈’ ‘인디 EDM’ 같은 용어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중의 인식에서 인디는 록이나 포크 등의 팝 장르에 국한돼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정황이다.


케이팝은 장르다

2011년 6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들의 프랑스 파리 공연. [사진 제공 · SM엔터테인먼트]

2011년 6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들의 프랑스 파리 공연. [사진 제공 · SM엔터테인먼트]

케이팝도 마찬가지다. ‘한국 아이돌’이 국내 언론에서 케이팝으로 불린 결정적 시기는 2011년 6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들이 프랑스 파리 공연을 매진시킨 직후다. 이 일은 한국 아이돌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고, 이를 계기로 아이돌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이후 싸이의 ‘강남스타일’, 그리고 마침내 방탄소년단(BTS)에 이르러 ‘한국 아이돌’보다 ‘케이팝’이라는 단어가 훨씬 높은 빈도로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요컨대 세계시장에서 통용되는 한국 아이돌그룹이라는 의미라는 것이다. 


EXP 에디션 [shutterstock]

EXP 에디션 [shutterstock]

2017년 등장한 케이팝 그룹 EXP EDITION(EXP 에디션)이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 대학원 학생들의 실험으로 탄생한 이 그룹은 멤버 전원이 미국인이었고, 한국 기획사와 어떤 연계점도 없었다. 다만 그들은 스스로를 케이팝 그룹으로 명명했으며, 한국 음악방송까지 출연하며 화제가 됐다. 

이 일은 지금 세계인에게 케이팝이 무엇으로 인식되는지 짐작게 해준다. 그 ‘무엇’은 일종의 장르다. 기존 장르는 힙합, 일렉트로닉 뮤직처럼 비트나 사운드에 의해 규정돼왔다. 케이팝은 댄스, 힙합, 발라드 등 이미 존재하는 장르를 노래한다. 다만 여러 명의 멤버가 함께 춤추고, 노래를 나눠 부른다는 ‘형태적 차이점’이 존재한다. 

이는 청각보다 시각에서 두드러진다. 유튜브로 음악을 ‘보기’ 시작했고 지금도 주된 플랫폼으로 소비하는 세대의 무의식에서 기존 청각적 장르는 더는 의미 없는 카테고리가 됐을지도 모른다. ‘케이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국적, 자본이 아닌 스타일과 시스템이라는 기준이 더 유효해졌다. ‘내추럴 본 유튜브 세대’의 무의식에 케이팝이 있다.






주간동아 2019.06.28 1195호 (p72~74)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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