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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승경의 on the stage

죽은 자의 애도(哀悼)에 대한 성찰

연극 | ‘애도하는 사람(悼む人)’

죽은 자의 애도(哀悼)에 대한 성찰

[사진 제공 · 두산아트센터]

[사진 제공 · 두산아트센터]

초등학생 시절, 어질고 착한 인현왕후를 못살게 구는 표독스러운 장희빈이 사약을 받는 드라마 장면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배우의 명연기보다 장희빈이 사약을 받는다는 소식을 들은 이들이 모두 만세를 부르며 좋아하는 장면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대역죄를 지어 지탄받는다 해도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이 그 죽음에 손가락질해도 될까. 이후 장희빈에 대한 재평가 논란이 일 때마다 왠지 그에게 부채감을 안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일본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나오키(直木)상을 수상한 덴도 아라타(58). 그의 동명소설을 각색한 연극 ‘애도하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경험을 바탕으로 ‘애도(哀悼)’라는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흔히 애도를 ‘사람의 죽음을 슬퍼함’으로 생각한다. 살아 있는 자들의 몫으로 죽은 자를 애도한다. ‘애도하다’라는 뜻의 일본어 ‘이타무(悼む)’에는 ‘누군가의 죽음을 아파해 마음이 상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내 죽음처럼 대성통곡하는 것과 더불어 아파하는 애도의 진정한 의미를 연극은 되씹는다.


[사진 제공 · 두산아트센터]

[사진 제공 · 두산아트센터]

멀쩡하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시즈토(김동원 분)는 죽은 사람을 애도하고자 전국을 떠돌고 있다. 집에는 말기 암 환자인 어머니(전국향 분)와 파혼당해 홀로 출산을 앞둔 여동생(박희정 역)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잡지사 기자 마키노(김승언 분)는 시즈토의 기행에 관심을 갖고 그의 행적을 쫓는다. 그리고 폭력 남편을 살해한 죄로 복역하고 출소한 유키요(김소진 분)는 베일에 싸인 채 그의 여정에 동참한다. 시즈토는 죽은 이의 삶에 어떤 차이도 두지 않고 죽은 자를 애도하고 기억한다. 그는 그 사람이 어떻게 죽었는지가 아니라, ‘누구에게 사랑받고, 누구를 사랑했는지, 그리고 어떤 일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감사받았는지’를 기억한다. 

연출자 김재엽은 우리 삶 전반에 깔려 있는 생(生)과 사(死), 사랑과 집착, 위선과 위악, 진실과 거짓, 성(聖)과 속(俗), 이타와 이기 등 서로를 반사하는 거울 같은 이율배반적 요소를 절제되고 간결하게 펼쳐 보인다. 관객은 시즈토가 나지막이 읊는 “저에게는 판단할 능력도, 자격도 없다”는 대사에 고개 숙인다. 

작가 덴도는 시즈토라는 인물이 지금 이 세상에 꼭 있었으면 하는 소명으로 7년에 걸쳐 원작소설을 완성했다고 한다. 오지랖 넓은 한 젊은이의 객기가 아니라 ‘죽은 자를 진정으로 애도하는 살아 있는 자’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은 구원에 대한 성찰과 용서, 화해의 의미를 되새긴다.




주간동아 2018.06.27 1144호 (p80~80)

  • | 공연예술학 박사  ·  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 간사 lunapiena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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