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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올바름’과 ‘찰리우드’의 그늘

찰리우드 영화 ‘퍼시픽 림 : 업라이징’

‘정치적 올바름’과 ‘찰리우드’의 그늘

[사진 제공·UPI코리아]

[사진 제공·UPI코리아]

스크린은 시대상을 반영한다. 최근 개봉한 ‘퍼시픽 림 : 업라이징’(스티븐 S. 드나이트 감독 · 퍼시픽림2)을 보며 다시금 실감했다. 

퍼시픽림2는 2013년 개봉한 ‘퍼시픽 림’의 속편이다. 발자국 소리마저 육중한 거대 로봇 ‘예거’와 외계 괴물 ‘카이저’의 대결 구도나 뇌파를 통해 대형로봇을 조종하는 방식 등은 1, 2편이 같다. 다만 주요 등장인물의 인종이나 성별 구성은 차이가 크다. 

먼저 2편은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 (Political Correctness) 면에서 진일보했다. 1편 주인공은 죄다 백인 남성이다. 영화 성평등 테스트로 불리는 ‘벡델테스트’(△이름을 가진 여자가 2명 이상 나올 것 △이들이 서로 대화할 것 △대화 내용에 남자와 관련된 것이 아닌 다른 내용이 있을 것 등)를 통과하기는 어려운 영화다. 1편에서 비중 있게 나오는 여성은 마코 모리 역의 일본계 배우 기쿠치 린코뿐이었다. 남성 배역도 흑인이나 동양인 같은 유색인종의 비율이 높지 않았다. 

반면 퍼시픽림2는 다르다. 주인공은 흑인 남성 제이크(존 보예가 분)와 백인 소녀 아마라 나마니(케일리 스패니 분)다. 주연급인 네이트(스콧 이스트우드 분) 역시 백인 남성이지만, 둘에 비하면 비중이 적다. 독일어로 ‘사냥꾼’을 뜻하는 예거를 조종하는 파일럿과 그 후보생을 포함한 조연급 중엔 여성이 적잖고 유색인종 비율도 높다. 기계적 균형이긴 하지만 거대로봇 간 싸움을 내세운 전형적인 남성 영화에서 ‘정치적으로 올바른’ 캐스팅을 한 것은 전편과 비교된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 영화의 트렌드다. 최근 개봉한 ‘블랙 팬서’는 백인 배우가 희귀해 튀어 보일 정도였다. 원더우먼은 세상에 등장한 지 76년 만인 지난해 스크린 데뷔를 했고, 지난해 공개된 ‘스파이더맨 : 홈커밍’에선 흑인혼혈인 메리 제인(젠데이아 콜먼 분)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2편의 또 다른 특징은 유독 중국이 부각된다는 점이다. 아이돌그룹 UN 출신의 배우 김정훈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인도 등 다양한 국적의 배우가 캐스팅됐다. 특히 중국 배우 수는 압도적이다. 

퍼시픽림2는 차이나와 할리우드를 합친 ‘찰리우드(Chollywood)’라는 말이 생길 만큼 중국색이 짙은 블록버스터가 속출하는 흐름에서 나왔다. 과거엔 배경만 중국인 경우가 많았으나 요즘은 중국계 배우를 적극 기용하고 있다. 퍼시픽림2에서는 징톈(景甛)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그가 맡은 리웬 샤오는 샤오기업의 최고경영자(CEO)다. 샤오미를 연상케 하는 샤오기업은 원격조종하는 ‘드론 예거’를 만드는 회사로, 리웬은 괴물 ‘카이주’를 물리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한다. 중국어 노출 비중도 큰데, 리웬이 중국어가 서툴다며 미국인 박사를 꾸짖는 장면까지 나온다. 퍼시픽림2를 만든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는 원래 미국 회사였지만 2016년 중국 완다그룹에 인수됐다.

덕분에 퍼시픽림2는 중국에서 개봉 첫 주 6500만 달러(약 697억6400만 원) 수입을 거두며 흥행에 성공했다. 반면 중국 외 지역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북미 흥행은 2800만 달러 수준에 그쳤다. 전반적으로 스토리의 빈약함을 지적한다. 한국에서도 ‘전편만 못하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특유의 개성이 사라져 ‘중국판 트랜스포머’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화의 꿈은 컸으나, 과유불급인 셈이다.




주간동아 2018.04.04 1132호 (p80~80)

  • | 채널A 문화과학부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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