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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세계 최대 음악축제 프로그래머가 기획한 평화의 꿈

6월 첫선 보일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세계 최대 음악축제 프로그래머가 기획한 평화의 꿈

매년 6월 마지막 주말에 열리는 영국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 [위키피디아]

매년 6월 마지막 주말에 열리는 영국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 [위키피디아]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날, 서울 홍대 앞에서는 커다란 이벤트가 열렸다. 크라잉넛 베이시스트 한경록의 생일(2월 11일)을 기념한 경록절. 지난해 이 칼럼을 통해서도 소개한 ‘홍대 앞 3대 명절’ 중 하나다. 그날 가장 화제가 됐던 이야기는 두 가지였다.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잠비나이가 출연한다는 것과 여름에 강원도에서 평화를 주제로 한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것. 

봄부터 여름까지 전국 어디선가 페스티벌이 열리는 나라에서 또 하나의 행사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만, 이건 좀 달랐다. 영국, 아니 세계 최대 페스티벌 가운데 하나인 ‘글래스턴베리’의 프로그래머가 직접 프로듀서로 나선다는 것 아닌가. 엄동설한에 담배를 피우다 그 이야기를 들은 우리는 안으로 들어갈 생각도 하지 않고 헤드라이너로 누구를 세워야 하는지를 논했다. 유투(U2)를 시작으로 온갖 거물들 이름이 오갔다. 마치 우리가 기획자라도 된 양 김칫국을 벌컥 벌컥 들이켰다. 

그날 밤 기억이 선연해진 건 그 이야기가 현실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6월 21~24일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구체화됐다. 21일과 22일에는 서울 플랫폼 창동 61에서, 23일과 24일에는 강원 철원군 고석정에서 공연이 펼쳐진다. 

일정이 촉박한 탓에 국내 음악가 중심으로 무대가 꾸며진다. 김수철, 강산에, 크라잉넛, 장기하와 얼굴들 같은 유명 뮤지션은 물론, 해외에서 이름을 얻어가고 있는 잠비나이, 세이수미 등도 있다. 팔레스타인 제노비아, 프랑스 출신 조이스 조나단도 라인업에 들어 있다. 남북 화해 무드를 타고 북한 음악인들도 초대할 예정이라고 한다. 운때가 맞았다. 

매년 6월 마지막 주말에 열리는 글래스턴베리는 올해 안식년을 갖는다. 사흘간 50만 명이 입장하는 거대 규모라 페스티벌 장소인 영국 서머싯주 농장에도 휴식이 필요하다. 지난해 가을 글래스턴베리의 메인 프로그래머 마틴 엘본을 비롯해 관계자들이 한국을 찾았다. 매년 10월 홍대 앞 일대에서 열리는 잔다리페스타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을 찾은 김에 DMZ(비무장지대)를 관광한 그들은 폐역이 된 월정리역의 녹슨 철로를 보고 여기서 평화를 주제로 페스티벌을 열겠다고 마음먹었다. 그것도 일회성이 아닌 정기적인 행사를. 

당시만 해도 위기 상황이던 한반도 정세는 올해 들어 급변했다. 6월이 오면 피스트레인이 어떤 의미를 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평화에 대한 갈망일 수도, 평화로의 한 걸음에 대한 자축일 수도 있다. 

평화와 록페스티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록페스티벌의 효시인 1969년 우드스톡 페스티벌의 슬로건부터 ‘사랑과 평화’ 아니었던가. 그래서일까. DMZ에서 국제적 음악행사를 열려는 많은 시도가 있었으나 단 한 번도 성사된 적은 없다. 왜일까. 

해외 기획자에겐 꿈이었고, 한국 기획자에겐 현실이었다로 답을 대신하겠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한국 음악 관계자들과 지속적 교류로 그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이다. 글래스턴베리도 1970년 1000명 관객 앞에서 시작했다. 페스티벌 규모는 커졌지만 상업성에 매몰되지 않았다. 사회적 가치를 명분으로 내세웠고 현재는 옥스팜, 워터에이드 같은 사회단체에 적잖은 금액을 후원하는 수준이 됐다. 그 노하우가 DMZ에 뿌려진다. 당장 수확을 기대할 수 없을지라도, 글래스턴베리의 정신은 피스트레인이라는 이름으로 자라나리라.




주간동아 2018.04.04 1132호 (p78~78)

  •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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