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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광역버스 입석 대란 해결 또 다른 이유

수도권 대중교통은 복지가 아닌 국가경쟁력 차원서 다뤄야

광역버스 입석 대란 해결 또 다른 이유

광역버스 입석 대란 해결 또 다른 이유
과연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까. 국토교통부가 5월 23일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를 운행하는 버스의 입석 운행을 금지하는 내용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해당 도로에서 버스운전사가 입석 운행을 할 경우 과태료 10만 원을 부과하고, 1년간 4회 이상 과태료 처분을 받으면 버스 운전 자격을 취소한다. 사업자는 사업 일부 정지(1차 10일/ 2차 20일/ 3차 30일) 또는 과징금(60만 원) 벌칙을 받는다.

문제는 현재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사는 시민은 집과 서울에 있는 직장 사이를 출퇴근할 때 입석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는 점이다. 출퇴근시간 수도권 광역버스 승차 인원은 정원의 150%에 달하는 게 현실이다. 반면 낮시간대에는 승객이 상대적으로 적다. 수익을 우선시하는 민영버스회사가 증차를 하지 않으니 승객은 안전벨트를 맬 수 없어 대형사고 위험에 노출된 상황에서도 입석으로 출퇴근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거대도시권은 지식경제의 중심

서울, 경기, 인천 등 지방자치단체도 이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와 인천, 그리고 버스회사 측은 강남역이나 서울역 등 도심까지 광역버스를 운행하면 수익이 창출되므로 증차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서울은 도심 교통 혼잡을 막으려면 광역버스는 시 경계의 부도심인 양재, 사당까지만 운행하고 버스 이용객은 이곳에서 지하철이나 서울 버스로 환승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이런 양자의 힘겨루기 때문에 매일 아침 수도권 곳곳에서는 1960년대식 후진적 출근 행태가 반복되고, 이는 수도권 시민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6·4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한 경기도지사 후보들은 이 문제 해결책으로 무상버스제, 버스완전공영제, 버스준공영제, 버스노선입찰제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놨다. 버스의 공공성 강화를 통해 주민 복지를 향상하겠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정책이다. 그러나 수도권 광역버스 문제를 복지 측면에서만 보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세계화 추세 속에서 요즘 세계 모든 지역은 다른 지역과 경쟁하고 있다. 한 국가의 경쟁력은 거대도시권(Mega-city Region·MCR)에 따라 결정된다. 거대도시권은 지식경제의 중심이고 혁신 발원지이기 때문이다. 곧 국가경쟁력의 핵심이므로, 한 국가가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고 계속 발전하려면 거대도시권을 중점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거대도시권이란 광역도시권 2~3개가 협력하는 자립적인 경제권을 말한다. 거대도시권의 경쟁력은 가장 먼저 내부 연계성 확보에 달렸다. 거대도시권의 생활물류권을 단일화하려면 교통물류망의 연계가 중요하다. 그런데 현재 우리 수도권의 교통물류망은 행정 칸막이 때문에 통합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내 행정구역은 막힘 없는 교통서비스 제공에 걸림돌이 될 뿐이다. 수도권 내 행정구역 때문에 대중교통의 높은 혼잡률 등 후진적 행태가 해결되지 않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런 낮은 교통서비스로 삶의 질이 낙후하면 우리 수도권은 세계적 수준의 거대도시권으로 발전하지 못한다.

광역버스 입석 대란 해결 또 다른 이유

경기, 인천 등 수도권과 서울 사이를 오가는 광역버스. 출퇴근시간이면 승객 상당수가 통로에 선 채 고속도로를 달려야 해 안전사고 위험이 높다.

세계화한 경제체제에서는 거대도시권 구축이 경쟁력의 원천이며, 지역경쟁력은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산출하는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한 광역집적 지역의 개발에 달렸다. 우리는 먼저 서울, 인천, 경기의 혁신적이고 생산적인 연합을 통해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향후 개성 등 수도권에 근접한 북한 경제권도 흡수해야 한다. 그래야 세계적인 거대도시권인 뉴욕, 런던, 파리, 도쿄, 상하이와 경쟁할 수 있다.

현재 수도권의 잠재적 경쟁력을 최대화하려면 서울, 인천, 경기의 산업 및 교통체계의 연계성을 대폭 증대해야 한다. 우리의 문제는 광역교통행정기구가 구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수도권 주민이 매일 겪는 대중교통 혼잡과 고속도로 입석 승객의 안전 문제는 개별 지방자치단체 힘만으로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수도권교통본부 확대 개편 필요

미국의 경우 뉴욕 주정부 산하에 있는 뉴욕광역교통청(New York Metropolitan Transportation Authority)을 통해 뉴욕거대도시권 전체의 교통서비스를 제공하며, 뉴욕-뉴저지 항만공사(New York-New Jersey Port Authority)를 설치해 역시 뉴욕거대도시권의 교통물류 서비스를 제공한다. 워싱턴 시에는 워싱턴광역교통청(WMATA), 시카고 시에는 북일리노이 지역교통청(RTA) 같은 광역교통행정기구를 설치해 수익성 확보보다 도시의 국가경쟁력을 우선시하는 대중교통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프랑스 파리에서도 파리수도권운송조합(STIF)이 교통세를 재원으로 일원화된 대중교통서비스를 제공중이다.

우리 역시 광역버스 문제를 경기, 인천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시민을 위한 복지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오랫동안 방치해온 광역버스 문제를 해결하면, 수도권 거대도시권의 사회경제활동이 원활해져 기업 생산성이 높아지고 국가경쟁력도 향상된다. 수익성을 추구하는 민간 버스회사에 이렇게 중요한 과제를 맡겨두는 것은 부적절하며, 이는 정부의 의무 태만이다. 이제라도 수도권 광역교통 및 물류 행정기구를 신설해 수도권 출퇴근 대란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고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현재 서울, 경기, 인천이 운영하는 ‘수도권교통본부’는 실질적 권한이 없고 실효성도 부족하다. 이 조직을 개편하고 기능을 확대해 실질적인 법적 권한, 독자 재원, 인사권을 갖춘 ‘수도권 광역교통 및 물류 행정기구’를 설립할 것을 제안한다. 광역교통행정기구는 광역버스 운영체제를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민영제에서 공공성과 시민편의를 우선시하는 노선입찰제로 전환, 국가경쟁력 확대 차원에서 버스 증차를 주도해야 한다. 또 외국의 광역교통행정기구에는 물류 기능이 빠져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물류 기능을 포함시켜 수도권의 물류비 감소에 보탬이 돼야 할 것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수도권을 세계적 거대도시권으로 만들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기반을 구축할 필요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주간동아 2014.06.09 941호 (p30~31)

  • 모창환 한국교통연구원 교통행정법제실 실장 coumo@ko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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