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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해커아카데미’ 만들어 사이버 전사 양성해야”

소설 ‘해커 묵시록’ 펴낸 최희원 KISA 수석연구위원

“‘해커아카데미’ 만들어 사이버 전사 양성해야”

“‘해커아카데미’ 만들어 사이버 전사 양성해야”
때 한번 기막히게 맞췄다. 소설 ‘해커 묵시록’(청조사) 얘기다. 천재 해커들을 둘러싼 가공할 음모와 반전 스토리를 다룬 이 소설은 KBS, MBC, YTN, 농협, 신한은행 등 방송사와 금융기관 전산망이 해킹 공격으로 마비된 이른바 ‘3·20 사이버테러’, 4월 4일 벌어진 국제적 해커집단 ‘어나니머스(Anonymous)’의 북한 대남선전 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 대한 해킹 및 회원 신상정보 유포사건의 와중에 선보였다. 책 발간일은 4월 5일. 하지만 실제로 시중에 유통된 건 그보다 이틀 전이니 그야말로 절묘한 타이밍이 아닐 수 없다.

해킹 난무하는 우리 시대 암울한 자화상 그려

저자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홍보실 소속 최희원(47) 수석연구위원. 국가정보원, 사이버경찰청과 함께 국내 사이버테러 대응체계의 한 축인 KISA의 직원이 직접 쓴 데다, 책 내용에 최근 잇따른 해킹 사태를 마치 예견하듯 주요 방송사 해킹에 따른 사회적 혼란, 특정 사이트 회원들의 신상정보 공개는 물론 고위층 성상납 장면까지 녹여내 더욱 시선을 끈다. 게다가 최 위원은 연세대 국문학과(85학번) 졸업 후 대기업에 잠시 몸담았다가 15년 동안 여성지, 일간지, 경제지, 시사주간지 등을 두루 거친 기자 출신. 그래서인지 작품의 리얼리티 또한 남다르다.

최 위원은 “업무상 수년간 해커를 여럿 만나봤고, 개인정보보호 및 프라이버시 침해 관련 연구를 해온 터라 인류가 겪게 될 다양한 해킹 영역과 그로 인한 사회문제를 짚어봄으로써 우리 시대의 암울한 자화상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해커 묵시록’은 그의 두 번째 소설. 2009년 자살을 시도하는 한 여기자를 중심으로 디지털사회의 인간성 상실을 묘사한 장편소설 ‘탄탈로스의 꿈’ 이후 바로 기획에 들어가 2년 6개월에 걸쳐 완성했다. 원래 분량은 원고지 5000매가량. 그러나 거의 절반 이상 줄이면서 퇴고하느라 당초 예정보다 출간이 다소 늦어졌다고 한다.



무차별적 사이버테러가 난무하는 디지털사회의 미래와 사이버전쟁에 대한 그의 견해는 어떨까.

사이버테러 피해, 자연재해보다 클 수 있어

▼ ‘해커 묵시록’ 집필 동기는.

“그 동안 지금의 인터넷시대를 한눈에 관조할 수 있는 책이 없었다. 그래서 육체적으론 안락하지만 정신적으론 각종 디지털 기기에 매몰돼 갈수록 마음이 메말라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다루려 했다. 인간과 컴퓨터를 연결하는 게 네트워크인데, 이미 사람들은 개인용 컴퓨터(PC)와 스마트폰의 스크린에 종속돼 있다. 그런 면에서 인간도 절반은 사이보그인 셈이다. 인간의 뇌가 인공지능만도 못해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인간이 디지털 기기를 감시하고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다면 미래 사회엔 되레 지배당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우고 싶었다.”

온라인게임을 하던 한 천재 해커의 돌연한 죽음에서 시작되는 ‘해커 묵시록’은 이른바 ‘빅브라더’를 꿈꾸는 차기 대권주자, 전직 국가정보원장, 세계적 뇌과학자의 결탁, 그들의 거대한 음모 프로젝트에 맞서는 해커집단 카오스 멤버의 서로 쫓고 쫓기는 줄거리로 디스토피아적 미래상을 그려냈다. 직접 읽어보니 스토리 못지않게 문체에도 긴박감이 넘친다.

▼ 작품 내용 중에 병원의 환자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해 표적으로 삼은 사람의 병력을 조작하고 몸에 생체 칩을 이식한 뒤 죽음으로 몰아넣거나, 항공관제 시스템에 신종 바이러스를 투입해 공항을 마비시키는 등 다양한 해킹 기법이 나온다. 이게 기술적으로 가능한가.

“개연성은 충분하다. 실제로 인체에 이식하는 생체 칩은 어느 정도 현실화됐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에서 봤듯이 몸에 걸치는 옷 같은 웨어러블(wearable) 컴퓨팅도 가능하다. 인터넷과 컴퓨터가 결합한 컴퓨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그 어떤 음모로 인류가 이전엔 상상조차 못했던 사이버테러를 당할 수도 있다고 본다. 어쩌면 그 피해는 자연재해보다 더 클 수 있다.”

4월 11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개최한 보안컨퍼런스인 ‘핵인더박스’에선 스마트폰으로 비행기를 원격 조종할 수 있는 해킹 기법이 공개됐다. 해킹을 통해 자동차 계기판을 임의로 조종하는 방법은 여러 차례 공개됐지만, 복잡한 항공 운항시스템과 조종사가 직접 보는 계기판 전체까지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섬뜩한 일이다.

▼ 소설에서 카오스 멤버들은 정의로운 활약을 펼치는데.

“그들은 사이비 교주의 아들로 태어나고 자라 트라우마를 지닌 사이코패스이자 해커인 카일이 음모에 가담하자 그에 대적해 싸우는 화이트 해커들이다. 우리나라도 화이트 해커 양성을 서둘러야 한다. 중국은 유능한 해커면 범법자라도 고용해 해커부대원으로 양성한다. 실제로 전 세계 해킹사고의 공격지는 대부분 중국이다. 애국심 강한 중국 해커들에 비해 러시아 해커들은 주로 불법도박 사이트를 공격해 돈을 뜯어내는 등 돈벌이에 치중해 해킹 동기엔 차이가 좀 있다. 하지만 두 나라 다 음지의 해커들을 끌어모아 양지의 사이버 전사로 길러낸다는 점에선 같다. 현 시대를 이끄는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도 모두 프로그래머이자 해커였지 않은가.”

“‘해커아카데미’ 만들어 사이버 전사 양성해야”

4월 10일 경기 과천시 미래창조과학부 브리핑실에서 전길수 한국인터넷진흥원 단장이 ‘3·20 사이버테러’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화이트 해커 양성에 대한 개인적 방안이라도 있는가.

“예전부터 ‘해커 10만 양병설’에 동조해왔다. 내 생각은 국가 차원에서 그것이 공개적이든 비공개적이든 일종의 해커아카데미를 만들어 사이버 전사들을 길러내 사이버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항공, 철도, 고속도로, 전기 등 국가 기간 인프라의 모든 요소가 정보기술(IT) 인프라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광섬유 한 가닥만 끊어져도 자칫 대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런데도 정보보호에 대한 보안의식은 옅다. 하지만 정보보호를 단순히 경제적 손실을 막는 것 이전에 국가 안위에 관한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 앞으로 집필 계획은.

“인터넷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에 대해 깊이 천착할 생각이다. 지하철 좌석에 나란히 앉아서도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는 연인들의 모습을 보라. 24시간 접속된 상태에서 살아가는 우리, 네트워크화하지 않으면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여기는 우리네 얘기 말이다.”

4월 10일 KISA는 3·20 사이버테러가 북한 인민무력부 정찰총국의 소행으로 밝혀졌다고 공식 발표했다. 또한 어나니머스는 4월 16일 ‘민족닷컴’과 ‘백두한라닷컴’ 등 북한 사이트 2곳을 추가 해킹한 후 회원 정보를 공개했다. 어나니머스는 6월 25일 북한에 대한 대대적인 사이버공격을 감행할 것이라고도 예고한 바 있다.

그래서일까.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스크린에 홀린 것처럼 몰입하는 디지털 인류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부쩍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최 위원은 덧붙인다.

“해킹은 곧 우리 인터넷사회를 지배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주간동아 2013.04.22 884호 (p42~43)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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