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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정 폭발사고로 드러난 정보사 vs 해군 주도권 싸움

‘범고래’냐 ‘장보고-1’이냐…해묵은 영역 논쟁 대신 작전 실효성 검토해야

잠수정 폭발사고로 드러난 정보사 vs 해군 주도권 싸움

잠수정 폭발사고로 드러난 정보사 vs 해군 주도권 싸움

8월 16일 경남 진해 해군부대에서 수리 도중 폭발한 코스모스급 잠수정(일명 갈매기)과 같은 종류의 잠수정. 배수량 70t급인 이 잠수정은 시속 13km로 수심 150m까지 잠수해 작전을 펼칠 수 있다. [사진 출처 · 오픈소스인텔리전스]

사고로 드러난 군사 기밀, 그리고 새로운 진실. 8월 16일 진해 해군부대에서 일어난 코스모스급 잠수정 폭발사고로 3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와 함께 해군이 아닌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가 운영해온 비밀 장비의 실체가 드러났다.

군용함정은 통상 500t을 기준으로 그보다 크면 함(艦), 작으면 정(艇)이라 한다. 1970년대 이탈리아 코스모스사로부터 도입한 70여t의 코스모스급은 한국군이 보유한 최초의 잠수정이다. 목적은 침투용. 그러나 너무 작아서 한국 해군기지에서 바로 북한 해안으로 잠입하지 못하고 모선(母船)을 써야 했다. 코스모스급은 모선이 북한 인근 공해(公海)를 항해할 때 조용히 빠져나와 북한으로 침투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잠수정의 임무는 공작원 침투, 잠망경 등을 이용한 북한 해군기지 정탐, 유사시 적 항구에서 나오는 함정을 폭침할 기뢰 부설 훈련 등 다양하다. 이렇게 잠수정은 임무를 마치면 다시 공해상으로 빠져나와 대기하고 있던 모선에 승선, 국내 기지로 복귀한다. 코스모스급 잠수정은 주로 UDU라 부르는, ‘전설적’인 정보사 예하의 해군 침투부대가 이용했다. 우리 군은 코스모스급을 ‘비둘기’라고 부르다 4~5년 전부터 ‘갈매기’로 고쳐 부르고 있다. 전두환 정부 시절 코리아타코마라는 회사가 독일 기술을 도입해 150t의 ‘돌고래’급 잠수정을 건조, 침투작전용으로 사용했다.



모선 이용한 잠수정, 침투 효과 떨어져

우리의 ‘갈매기’ ‘돌고래’에 비교되는 북한 잠수정이 연어급, 상어급이다. 연어급은 2010년 천안함 사건으로, 상어급은 1996년 강릉 침투 사건으로 알려진 바 있다. 연어급을 생산하기 전까지 북한은 유고급 잠수정을 건조해 사용했고, 지금은 연어급 후속으로 꽁치급을 건조하고 있다. ‘유고-연어-꽁치-상어’는 북한이 아니라 우리 군이 붙인 별명이다. 유고급은 유고슬라비아에서 최초 제작한 것을 북한이 모방, 생산했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북한은 연어급을 이란 등에 수출했지만(이란에서는 가르디급이라 부른다), 우리는 돌고래급을 수출한 적이 없다.

돌고래급 건조에서 세계 최고로 꼽히는 독일 잠수함 업계와 접촉한 한국은 독일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에서는 ‘209급’이라 하고, 우리는 ‘장보고-1급’이라 하는 1200t 잠수함을 독일과 합작으로 제작했다.

9척이 생산된 장보고-1은 정보사가 아닌 해군이 운용했다. 그때부터 정보사와 해군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코스모스급이나 돌고래급으로 하는 침투작전을 장보고-1로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보고-1은 한국 해군기지에서 슬그머니 빠져나와 북한 해안으로 바로 침투할 수 있으니 모선이 필요 없다. 이것이 1990년대 상황인데, 그 시기 인공위성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해 모선을 활용한 잠수정 작전이 제약을 받기 시작했다. 즉 미국을 비롯한 군사강국이 적국의 은밀한 침투를 막고자 정찰위성을 통해 적국이 운영해온 침투용 모선을 추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선+잠수정’식 침투가 시들해지고, 자군(自軍)기지에서 출항과 동시에 잠항(潛航)을 해 적의 해안으로 침투할 수 있는 잠수함 작전이 주목을 끌었다. 규모가 큰 장보고-1은 갈매기급, 돌고래급보다 성능이 훨씬 뛰어난 잠망경을 싣는다. 한밤중에도 적 해군기지를 정밀하게 촬영할 수 있다. UDU나 UDT 같은 침투요원들도 장보고-1을 이용하면 상대에게 꼬리가 잡힐 우려가 있는 모선을 활용할 필요가 없으니 임무 수행이 수월하다.  

그러나 한 번 만들어진 조직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정보사는 잠수정 운용 조직을 유지하고자 했다. 그래서 정보사는 돌고래급을 먼저 퇴역시키고, 후속으로 2배 이상 큰 ‘범고래급’ 잠수정을 발주했다. 범고래급은 600t급인 독일의 ‘206’보다 조금 작다. 이 때문에 해군에서는 “장보고-1을 더 생산해 정보사에서 운용하면 되지, 왜 따로 범고래급을 만드느냐”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해군이 해안 침투작전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그러나 정보사는 범고래 사업을 중단할 뜻이 없었다. 정보사는 범고래급이 실전배치될 때까지 2척만 남은 갈매기급을 운영 중인데 그중 한 척이 이번 사고를 일으켰다. 원인은 수소 폭발로 추정된다. 이 잠수정은 잠항을 위해 배터리를 충전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를 충전하면 화학 작용으로 수소가 발생하는데, 수소는 무색·무취인 데다 산소를 줄이는 것도 아니어서 잠수정 안에 있는 이들은 수소가 늘어난 것을 감지하지 못한다. 그런 상태에서 해치를 여는 등 작은 스파크라도 일어나면 수소가 폭발한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원전) 사고의 원인이 바로 수소폭발이다. 그때는 스파크가 없었기에 수소 양이 10% 정도까지 급증한 다음 폭발했다. 이 폭발로 원전을 지켜야 하는 격납용기가 깨져 방사성 물질이 유출됐다. 이번 잠수정 사고는 후쿠시마 원전 때보다 수소 농도가 낮은 상태에서 스파크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폭발력이 워낙 강해 잠수정에서 떨어져 있던 장병 1명도 사망했다.



정보사는 범고래, 해군은 장보고-1

잠수정 폭발사고로 드러난 정보사 vs 해군 주도권 싸움

1996년 동해안에 침투했던 북한 상어급 잠수정. [동아일보]

해군은 정규 잠수함전을 의식해 9척을 목표로 1800t급인 장보고-2를 도입하고 있고, 이와 별도로 3000t급의 장보고-3을 설계 중이다(9척 목표). 북한 해군은 로미오급이라는 잠수함을 보유해왔는데 너무 낡아 최근 ‘신포급’을 건조하고 있다. 그리고 ‘북극성’이라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극성은 신포급보다 덩치가 큰, 비밀리에 개발하는 신포급 후속함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군은 각 잠수함 사업을 다시 3단계로 나눠 추진한다. 해군과 국방과학연구소는 2차로 추진하는 장보고-3 잠수함에 우리가 독자 개발한 SLBM을 탑재하고자 연구개발에 들어갔다. 일본은 잠수함 강국임에도 SLBM을 탑재한 잠수함을 아직 설계하지 못하고 있는데, 남북 대치라는 특수 상황 때문에 일본보다 작은 잠수함을 만드는 남북한이 SLBM을 탑재한 잠수함 건조에 돌입한 것이다.

장보고-1을 독일과 합작 생산했던 우리는 그동안 기술을 축적한 덕에 장보고-3을 독자 설계하게 됐다. 독일 기술을 토대로 장보고-1을 국내에서 건조했던 대우조선해양은 별도로 1400t급인 DSME-1400 잠수함을 설계, 건조해 인도네시아에 수출하고 있다. 범고래급은 국내 또 다른 조선회사가 설계, 건조하고 있다. 1000t 내외의 침투용 잠수함은 국내에서 얼마든 건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기술적으로 안전성이 검증됐고 기술 국산화도 이룬 장보고-1 시리즈를 추가 생산해 침투용 잠수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는 적 해안 침투는 정보사가 아니라 해군이 주도해야 한다는 뜻인데, 잠수함 운용 요원은 해군이 양성할 수밖에 없으니 정당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보사와 해군의 해묵은 영역 논쟁은 작전 실효성 측면에서 검토, 정리해야 한다. 그동안 이러한 논의와 정리가 없었기에 정보사가 범고래급 생산을 기다리는 동안 작전 효율성이 떨어지고 낡을 대로 낡아버린 갈매기급으로 훈련하려다 사고를 당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16.08.24 1052호 (p18~19)

  • 이정훈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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