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의 장인인 이상달 정강중기·건설 회장이 사망한 후 네 딸이 상속받은 1300억 원대 서울 강남 부동산을 팔려고 내놓았지만 2년 넘게 팔리지 않아 거액의 상속세로 고민하던 중 넥슨코리아가 이 땅을 매입했다는 게 우 수석을 둘러싼 의혹의 핵심 내용이다. 특히 넥슨은 진경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에게 특혜 주식 매입으로 120억 원 이상 부당 이득을 제공했다는 파문에 휩싸인 상태다. 즉 김정주 NXC 대표와 절친한 사이였던 진 검사장의 주선으로 우 수석 처가의 부동산 거래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 우 수석은 7월 20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간담회에서 “김정주 NXC 대표와 알지 못한다”며 진 검사장 주선으로 부동산 거래가 이뤄졌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우 수석과 진 검사장이 검찰 내에서 걸어온 이력은 우병우-진경준 두 사람 사이가 단순 선후배 이상일 수 있음을 짐작게 한다. 서울대 법대 84학번인 우 수석은 대학 4학년인 1987년 2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같은 과 후배인 86학번 진 검사장은 대학 3학년이던 88년 30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데 이어 이듬해 33회 행정고시에도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검찰에서 각자의 길을 걸어오던 두 사람이 본격적인 검연(檢然·검찰 내 인연)을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다. 우 수석은 2005년 4월부터 2년간 법무부 법무실 법조인력정책과장으로 재직했는데, 진 검사장도 2005년 4월부터 약 1년간 법무부 검찰국 검사로, 2006년 2월부터 법무부 검찰과 검사로 재직한 것. 법무실과 검찰국으로 실국이 달라 두 사람이 한 사무실에서 근무한 것은 아니지만 법무부 근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2000여 명의 검사 가운데 법무부에서 일하는 검사는 수십 명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법무부 검사들은 지방검찰청을 돌며 근무하는 검사들보다 상대적으로 안면을 익히기 쉽다.
우 수석은 법무부 근무 이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옮겨 2008년 3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금융조세조사2부 부장으로 근무했고, 2009년 1월 대검찰청 중수1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때 우 수석은 주임검사로 박연차 사건과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사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우 수석이 금융조세조사2부를 떠난 지 7개월 뒤인 2009년 8월 진 검사장이 그 자리로 옮긴다.
우 수석은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 수사기획관 등 요직을 거친 뒤 2011년 9월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번번이 검사장 승진에 실패했고, 2013년 4월 검찰을 떠나 변호사로 개업했다.
우 수석이 부천지청장 재임 때 검사장 승진에 실패한 것과 달리, 진 검사장은 2014년 1월부터 부천지정창으로 재임하던 중 2015년 2월 검사장으로 승진해 법무부 핵심 보직인 기획조정실장으로 영전했다.
진 검사장 승진 때 민정수석이 우병우 수석. 우 수석은 2014년 5월 민정비서관으로 발탁됐고, 2015년 1월에는 사법시험 기수를 여럿 건너뛰는 파격 인사로 민정수석에 올랐다. 진 검사장의 검사장 승진 시점에 우 수석이 ‘실세 민정수석’이었다는 점에서 진 검사장의 승진에 우 수석의 보이지 않는 손길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대검찰청 중수1과장, 수사기획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승승장구한 우 수석이 부천지청장 때 검사장 승진이 좌절된 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부천지청장은 검사장 승진 확률이 30%도 안 되는 자리”라며 “그런 점에서 진 검사장이 부천지청장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한 것은 오히려 이례적인 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