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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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녕의 golf around the world

떨어지는 낙엽처럼 마지막이 중요하다

골프장의 오색단풍

  • | 골프칼럼니스트 26567088@naver.com

    입력2018-11-12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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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 김맹녕]

    [사진 제공 · 김맹녕]

    지금 골프장에는 형형색색의 단풍이 짙게 물들어 있다. 노란 은행나무 잎을 배경으로 빨간 단풍이 어우러진 자태는 아름답기 그지없다. 나무 아래는 떨어진 낙엽이 만들어낸 울긋불긋한 모자이크가 눈을 현란하게 만든다. 가을 단풍 풍경에 대해 법륜스님이 ‘봄꽃보다 아름답다’고 한 것이 기억난다. 

    봄꽃은 떨어지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지만 가을 단풍은 떨어지면 우리를 사색하게 만든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드라이브 샷을 날리면 하얀 공이 코발트색 하늘을 향해 솟구쳐 오른 뒤 붉은 단풍나무를 지나 황금빛으로 변한 잔디에 안착한다. 

    억새풀이 높이 자란 샛길을 지나 코스를 향해 걸어가는데, 갑자기 장끼가 푸드덕 날아올라 소스라치게 놀란다. 페어웨이를 가로지르는 큰 연못에서는 오리 등이 한가롭게 유영을 하고 있다. 

    여름철 그렇게 억세던 러프도, 싱싱하던 페어웨이 잔디도 서리를 맞아서인지 매가리가 없다. 페어웨이 양편에 늘어선 감나무는 잎이 다 떨어지고 주황색 감이 열려 가을 정취를 물씬 풍긴다. 산 경사면에 산재한 들국화는 더욱 청초하다.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다. 16번 홀에 당도하니 이제 2개 홀밖에 남지 않아 아쉽기만 하다. 누구나 늙고, 흐르는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가을에는 더욱 감상적이 된다. 



    골프장에서 만나는 많은 명사와 비즈니스 맨, 그리고 지인과 라운드를 하다 보면 금방 그 사람의 인격과 성격이 드러난다. 스코틀랜드 골프 명언에 “18홀 라운드를 같이 돌면 그 사람의 진면목이 나온다”는 표현이 있다. 

    곱게 물든 단풍처럼 인성 좋고 신사도가 넘치는 골퍼가 있는가 하면, 뭉개진 낙엽처럼 추한 사람도 만나게 된다. 공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고 함부로 욕하고, 화를 참지 못해 클럽을 내동댕이치는 골퍼를 보면 안쓰럽기 그지없다. 한번 왔다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떨어지는 단풍처럼 골프장에서나, 인생에서나 존경받으며 고운 빛을 발하고 떠나는 사람이 돼야 한다. 

    가을 골프의 묘미는 18홀을 마치고 19번 홀에서 맛보는 각종 요리다. 쇠고기버섯탕에 검은 콩이 박힌 햅쌀밥을 말아 먹으니 이 또한 별미다. 단풍의 현란함과 유혹하는 자태 때문이었을까. 스코어가 평소보다 나쁘게 나왔다. 가슴을 파고드는 가을 풍경 앞에서 스코어가 뭐 그리 중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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