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낙태시술을 불법으로 규정하나 여성단체들은 신체에 대한 자유와 권리 개선을 위해 여성의 낙태 결정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간호대학을 졸업한 A는 2009년 2월경부터 부산에서 조산원을 운영해오다 2010년 1월 28일 임부 B의 요청을 받고 6주 된 태아를 낙태했다. 당시 B와 동행한 애인 C가 고소해 낙태죄로 기소, 부산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던 A는 처벌 근거가 되는 형법 제270조 제1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했다. 그런데 이 신청이 기각되자 2010년 10월 17일 형법 제270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형법상 모자보건법 제14조 제1항에서 허용하는 경우(유전학적 질환이나 전염성 질환,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한 임신,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경우, 임부의 건강 등) 외의 낙태는 낙태죄로 처벌받는다. 임부 스스로 낙태하거나(자기낙태죄, 제269조 제1항), 의사 또는 조산사 등이 낙태하는 경우(업무상낙태죄, 제270조 제1항)로 구분한다. 이 사건에서 A는 조산사이므로 업무상낙태죄에 해당한다.
헌재는 자기낙태죄와 관련해 ‘태아’(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고부터 임부가 출산을 위한 진통을 하기 전까지)가 비록 그 생명의 유지를 위해 모(母)에 의존해야 하지만, 그 자체로 모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태아에게도 생명권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봤다. 또한 불가피한 사정에 대비해 이미 모자보건법으로 태아의 생명권을 제한하고 있는데 사회적, 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까지 허용 범위를 넓힌다면 자기낙태죄 조항이 사문화하고 낙태가 공공연하게 이뤄져 인간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며, 자기낙태죄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의 쟁점인 업무상낙태죄에 대해서는 자기낙태죄와 달리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그 법정형의 상한이 2년 이하 징역이므로 죄질이 가벼운 경우 선고유예 또는 집행유예가 가능하기 때문에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벌금형이 없는 것에 대해서도 의사, 조산사 등은 영리행위에 종사하는 만큼 동의낙태죄(제270조 제1항에 규정된 자 외의 자가 임부에게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는 경우)와 비교해도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위헌 결정에 필요한 정족수(6명)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과 동수를 이룬 위헌 의견도 살펴볼 만하다. 헌법재판관 4명은 “임신 초기(12주까지)에 태아는 신경생리학적 구조나 기능을 갖추지 못해 고통을 느끼지 않고 낙태시술 방법이 간단해 낙태로 인한 합병증이나 모성사망률이 현저히 낮아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낙태를 허용해줄 여지가 큰 데도, 자기낙태죄 조항이 임부의 임신 초기 낙태까지 일률적으로 처벌한다는 점에서 위헌”이라고 봤다. 같은 맥락에서 “임신 초기 임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시술을 한 조산사를 형사처벌하는 법률조항도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형법상 낙태죄 규정은 태아 생명권을 보호한다. 불가피한 사정에 한해 모자보건법에서 임신중절수술을 허용하고 있으니 사회적, 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까지 허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서 낙태죄 규정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임신 초기에 낙태를 원하는 사람이 있고, 실제로 낙태를 시술해주는 곳을 찾기도 어렵지 않아 형법상 낙태죄 규정은 사실상 낙태 근절에 별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낙태죄 처벌조항에 대한 헌재재판관의 반대 의견도 수렴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