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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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가 도대체 뭐기에 부부관계까지 이용했나

S교단 아내 살해사건 자녀들 “엄마는 평소 이혼해달라, 교회 안 가면 죽는다 말해”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12-04-23 1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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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도’가 도대체 뭐기에 부부관계까지 이용했나

    한 S교단 피해자가 교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3월 10일 서울 중구 한 가정집에서 남편이 아내를 죽이는 사건이 벌어졌다. 살해 동기는 아내의 지나친 교회 전도. 검찰에 따르면 10년 넘게 S교단 소속 교회를 다닌 아내 전모(50) 씨는 남편 허모(54) 씨와 두 딸에게 오랫동안 교회에 나갈 것을 강요했다. 그리고 이 문제로 다투던 중 남편이 아내를 목 졸라 죽였다. 검찰은 같은 달 22일 허씨를 구속기소했다.

    그런데 최근 이 사건이 다시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살인사건이 벌어진 지 한 달여 만인 4월 17일, 허씨와 죽은 전씨의 두 딸이 서울 송파구 한 교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들 앞에 선 두 딸은 “사이비종교인 S교단 때문에 우리 가족은 너무 많은 고통을 겪었다. 엄마를 죽인 죄인이지만, 우리 사회가 사이비종교 때문에 말로 다 할 수 없는 피해를 본 우리 아빠를 이해하고 용서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두 딸의 증언과 수사기록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했다.

    시한부 종말론 강조하는 교회

    죽은 전씨는 12년 전부터 S교단 소속 교회에 다녔고, 2005년 집사가 됐다. S교단은 총회장 이모(81) 씨가 1984년 3월 14일 창설한 신흥종교로, 경기 과천시에 총회 본부를 두고 있다. 시한부 종말론을 강조하는 교리, 전도 방식의 문제점이 사회적으로 문제화되면서 오랫동안 기성 기독교계와 갈등을 빚었다. 전국에 170여 개 교회를 갖고 있으며 지난해 말 현재 신도 수는 8만5000명 정도다. 한때 S교단 신자였던 한 사업가의 설명이다.



    “S교단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전도다. 전도 실적에 따라 교인을 평가했다. ‘전도를 못한 사람은 만고에 창피한 일’이라고 공개적으로 얘기한다. 신도 수가 14만4000명이 되면 14만4000명의 순교한 영혼과 신도가 하나가 돼 영원히 죽지 않고 영생한다는 것이 S교단의 핵심 교리다.”

    집사였던 전씨도 전도 실적 문제로 고민 해왔다고 두 딸은 증언한다. 남편과 두 딸을 전도하지 못하면서 교회에서 무능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었다는 것이다. 전씨가 가족 전도에 열을 올린 까닭이 여기에 있다. 전씨의 작은딸은 “엄마는 S교단을 다닌 뒤로 입버릇처럼 ‘교회에 안 나갈 거면 이혼해달라’며 아빠를 힘들게 했다. 교회에 안 나가면 죽는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교회에 안 나가겠다고 계속 엄마를 설득하던 아빠는 교회 근처에 집을 얻어주겠다고 타협안을 내놓기도 했다. 엄마는 교회에 돈도 많이 갖다 바쳤다. 돈 문제로 부모님이 자주 다퉜다”고 말했다.

    전씨의 가족 전도는 2년여 전부터 정도가 심해졌다. 그즈음 두 딸은 집을 떠나 따로 살았다. S교단 문제로 어머니와 갈등을 빚었던 것도 집을 떠난 이유 중 하나였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가족이 모여 밥을 먹었는데 대부분 대화가 “교회에 나가자”는 얘기였다. 모녀 사이에 점점 대화가 줄어들었다.

    “부모님은 오랫동안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중국음식점을 운영했다. 엄마가 교회에 간 시간을 제외하곤 두 분이 하루 종일 함께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부모님을 만나는 저희도 힘들었는데, 하루 종일 교회 얘기를 들어야 하는 아빠의 고통은 어땠을지 상상이 간다.”(큰딸)

    전씨 혼자 힘으로 남편을 전도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올 초부터는 S교단 관계자들이 직접 나섰다. S교단 관계자들은 거의 매일 전씨의 집과 식당을 찾아와 허씨에게 교리를 설명하면서 전도에 열을 올렸다. 허씨는 이들을 피해 다녔다. 전씨는 심지어 자기 집 2층을 교회 신도들에게 세를 내줘 허씨를 더 힘들게 했다.

    사건이 벌어지기 전날인 3월 9일에도 S교단 관계자들은 허씨 집을 찾아와 전도를 시도했다. 교회 문제로 전씨와 다투다 다리를 다쳐 거동이 불편했던 허씨가 방문을 걸어 잠근 채 대화를 거부했지만, 전씨와 S교단 관계자들은 한 시간이 넘도록 방문을 두드리며 허씨를 괴롭혔다. 결국 허씨는 방에서 끌려 나와 한 시간이 넘게 설교를 들어야 했다. 주로 “때가 왔다. 교회에 나오지 않으면 곧 죽는다”는 내용이었다. 허씨는 이들이 돌아간 뒤 혼자서 많은 양의 술을 마셨다.

    지난 1월에는 허씨가 전씨의 요구로 각서를 쓰기도 했다. 그런데 각서 내용이 특이했다. 두 딸이 공개한 각서에는 이런 내용이 담겼다.

    “전·#52059;·#52059;가 어느 날 갑자기 변화가 되면 본인 허·#52059;·#52059;은 미련 없이 이유 없이 전·#52059;·#52059;를 보내드리오리다. 2012년 1월 22일.”

    도대체 이 각서는 어떤 내용일까. 신현욱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 소장은 각서 내용을 이렇게 설명했다.

    “오랫동안 엄마 방치” 두 딸의 눈물

    “S교단은 신도 수가 14만4000명이 되면 교인들이 하늘에 있는 순교자의 영혼과 하나가 돼 왕의 모습을 한 제사장으로 변하고 부귀영화를 누린다는 것을 핵심 교리로 삼는다. 두 딸에 따르면, 죽은 전씨는 평소 ‘내가 제사장의 모습으로 변하면 가족이 나의 모습을 못 알아본다’고 말해왔다고 한다. 허씨가 쓴 각서는 제사장이 된 이후 아내를 미련 없이 놓아준다는 내용이다. 황당한 소리로 들리지만 S교단을 아는 사람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얘기다.”

    허씨는 변호인을 통해 전씨가 부부관계까지 전도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주장한다. 허씨의 변호인이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혔다.

    “피고인(허씨)은 사실 전날 저녁에 전씨와 다투기 전 전씨가 부부관계를 갖자고 하여 기쁜 마음으로 부부관계를 가질 만큼 처인 전씨에게 애틋한 마음을 갖고 있던 자입니다. 그러나 전씨는 부부관계를 가진 직후 바로 기다렸다는 듯이 피고인에게 ‘내 말대로 교회 나가서 구원받자’고 설교를 늘어놓자 피고인은 ‘이제 부부관계조차도 전도 목적으로 이용한다’는 극심한 배신감이 들어 전씨와 또 다툴 수밖에 없었고 너무도 괴로워 밤새 술을 마셨던 것입니다.”

    3월 10일 오전 8시 30분경, 사건이 벌어질 당시 허씨는 밤새 마신 술로 만취한 상태였다. 전씨를 살해한 뒤 허씨는 자신이 아내를 죽인 사실을 깨닫자마자 기절했고, 10분 정도 뒤에 깨어나 경찰에 자수했다. 연락을 받고 경찰서를 찾아온 딸들에게 허씨는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 너희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법원은 이 사건을 일반재판이 아닌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피의자인 허씨가 그동안 종교 문제로 받아온 고통을 참작해 배심원단의 판단을 들어보자고 판사가 직접 제안했다. 두 딸은 기자회견 내내 어머니를 돌보지 못한 자신들의 잘못이 크다며 눈물을 흘렸다.

    “저희가 엄마를 오랫동안 방치해 생긴 일이다. 아빠는 엄마가 이단종교에 빠졌다는 사실을 동네사람들이 알까봐 늘 조마조마해하던 속 깊은 분이다. 그러나 아빠는 엄마가 결국 S교단에서 나오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사건이 난 이후 아빠는 ‘너희 엄마와 함께 세상을 떠날 생각을 해왔다. 혼자 떠나고 싶은데 너희 엄마가 불쌍해 혼자서는 차마 떠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이번 기자회견을 준비한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 이덕술 목사는 “이번 사건은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다. 이단종교로 고통 받는 가정이 우리 사회에는 너무 많다. 왜 사랑하는 아내를 죽일 수밖에 없었는지, 그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인지 배심원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도’가 도대체 뭐기에 부부관계까지 이용했나

    4월 17일 아내 살해사건의 피의자 자녀들이 기자회견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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