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발생한 수원 20대 여성 살인사건으로 경찰의 위치정보 추적 권한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경찰은 119와 달리 자동 위치정보 추적 권한이 없어 이번 사건에서 즉각적으로 위치추적을 할 수 없었고, 그 결과 피해자를 구할 결정적 기회를 놓쳤다고 주장한다. 이참에 인권보호 문제로 보류됐던 경찰의 위치정보 추적 권한을 입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사생활 관련 기본권을 제한하려면 원칙적으로 대상자에게 동의를 얻거나 법관에게서 영장을 받아야 한다.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15조는 “누구든지 개인 또는 소유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 당해 개인 또는 이동성이 있는 물건의 위치정보를 수집·이용 또는 제공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이를 근거로 112신고센터에 전화를 걸어 범죄로부터 긴급구조를 요청하는 사람에게 경찰이 “위치추적에 동의하십니까?”라고 묻고 “네”라는 대답을 얻어야만 위치추적이 가능한 것처럼 보도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이번 사건 피해자의 112 신고 통화내용을 보자. “모르는 아저씨에게 성폭행당하고 있어요. 아저씨가 나간 사이 문을 잠그고 전화하는 거예요. 집은 지동초등학교 지나서 못골놀이터 가는 길쯤이에요. 잘못했어요. 아저씨,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악, 악….” 이 정도면 법률적으로도 명백히 위치추적에 동의한 것이다. 범죄 피해를 당하는 상황에서 긴급구조 요청 자체가 위치추적에 동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112 신고전화상에서 비명소리만 들린다고 가정해보자. 충분히 범죄가 예측되는 상황이라 경찰이 신고자의 위치를 추적해도 정당행위나 정당방위로 법리가 구성될 수 있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선(先)조치 후(後)영장신청의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지난해 3월 신설된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는 경찰과 같은 공공기관에서 필요 시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권한을 명기하고 있다. ‘정보주체가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상태에 있거나, 정보주체의 급박한 생명, 신체, 재산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에는 목적에 맞게 개인정보를 제공,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문제는 경찰의 법률적 권한 부족이 아니라, 경찰이 급박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신의 권한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사퇴 의사를 밝힌 조현오 경찰청장도 피해자 유족에게 “112에 신고가 접수되면 위치추적을 한다”면서 “112신고센터 팀장이 너무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지금의 법으로도 위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 신고하면 경찰이 위치추적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다만 신고를 받은 경찰이 위치정보 추적 권한을 제대로 알지 못했을 뿐이다. 조 청장 말대로 “굉장히 무성의, 무능한 경찰이 참혹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여성이 구조요청을 한 다음 날, 위치추적을 요구하는 유가족에게 경찰은 어처구니없게도 “경찰은 위치추적 못 한다”며 “119로 가라”고 돌려세웠다고 한다.
법적으로 위치정보 추적 권한이 인정되는데도 이를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경찰의 부실한 장비도 문제다. 현재 112신고센터 자체적으로 즉각 위치추적이 가능한 곳은 경기지방경찰청뿐이라고 한다.
긴급상황에서조차 법률에 막혀 경찰이 피해자의 위치추적을 못 한다고 얘기하는 것은 위험하다. 경찰에게 119 같은 전면적인 자동 위치정보 추적 권한을 부여하느냐는 그것과 별개의 문제다. 119는 신고 자체가 신고자의 위치파악이 필요한 긴급상황일 수밖에 없다는 특수한 측면이 있다. 경찰이 자신들의 과오를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권한 확대로 연결하려는 것은 아닌지 씁쓸하다.
사생활 관련 기본권을 제한하려면 원칙적으로 대상자에게 동의를 얻거나 법관에게서 영장을 받아야 한다.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15조는 “누구든지 개인 또는 소유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 당해 개인 또는 이동성이 있는 물건의 위치정보를 수집·이용 또는 제공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이를 근거로 112신고센터에 전화를 걸어 범죄로부터 긴급구조를 요청하는 사람에게 경찰이 “위치추적에 동의하십니까?”라고 묻고 “네”라는 대답을 얻어야만 위치추적이 가능한 것처럼 보도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이번 사건 피해자의 112 신고 통화내용을 보자. “모르는 아저씨에게 성폭행당하고 있어요. 아저씨가 나간 사이 문을 잠그고 전화하는 거예요. 집은 지동초등학교 지나서 못골놀이터 가는 길쯤이에요. 잘못했어요. 아저씨,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악, 악….” 이 정도면 법률적으로도 명백히 위치추적에 동의한 것이다. 범죄 피해를 당하는 상황에서 긴급구조 요청 자체가 위치추적에 동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112 신고전화상에서 비명소리만 들린다고 가정해보자. 충분히 범죄가 예측되는 상황이라 경찰이 신고자의 위치를 추적해도 정당행위나 정당방위로 법리가 구성될 수 있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선(先)조치 후(後)영장신청의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지난해 3월 신설된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는 경찰과 같은 공공기관에서 필요 시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권한을 명기하고 있다. ‘정보주체가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상태에 있거나, 정보주체의 급박한 생명, 신체, 재산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에는 목적에 맞게 개인정보를 제공,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문제는 경찰의 법률적 권한 부족이 아니라, 경찰이 급박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신의 권한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사퇴 의사를 밝힌 조현오 경찰청장도 피해자 유족에게 “112에 신고가 접수되면 위치추적을 한다”면서 “112신고센터 팀장이 너무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지금의 법으로도 위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 신고하면 경찰이 위치추적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다만 신고를 받은 경찰이 위치정보 추적 권한을 제대로 알지 못했을 뿐이다. 조 청장 말대로 “굉장히 무성의, 무능한 경찰이 참혹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여성이 구조요청을 한 다음 날, 위치추적을 요구하는 유가족에게 경찰은 어처구니없게도 “경찰은 위치추적 못 한다”며 “119로 가라”고 돌려세웠다고 한다.
4월 9일 조현오 경찰청장이 수원 20대 여성 살해사건 피해자 유족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긴급상황에서조차 법률에 막혀 경찰이 피해자의 위치추적을 못 한다고 얘기하는 것은 위험하다. 경찰에게 119 같은 전면적인 자동 위치정보 추적 권한을 부여하느냐는 그것과 별개의 문제다. 119는 신고 자체가 신고자의 위치파악이 필요한 긴급상황일 수밖에 없다는 특수한 측면이 있다. 경찰이 자신들의 과오를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권한 확대로 연결하려는 것은 아닌지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