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0일 ‘임시 연세대 고학번 졸업생 모임’(cafe.daum.net/tempyonsei)이라는 카페가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Daum)에 만들어졌다. 친목을 도모하는 여느 카페 같지만, 만들어진 사연이 특이하다. 이 카페는 초기 화면에서 “프리챌 폐쇄에 따른 기존 ‘연정공’(연세대정보공유)의 대체 커뮤니티 논의를 위한 임시 공간입니다. 현재 프리챌 사이트 접속이 극도로 불안정한 만큼 이곳에서 활발한 논의를 부탁드립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연전공’은 연세대 재학생 및 졸업생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로, 회원 수만 3만4000여 명에 달한다. 프리챌 최고의 커뮤니티조차 이전을 준비할 정도로 현재 프리챌 커뮤니티가 동요하고 있다.
발단은 3월 10일 서울중앙지법 제12파산부가 선고한 프리챌 파산 결정. 1999년 4월 설립된 프리챌은 한때 ‘100만 개 커뮤니티, 1000만 회원’을 보유하며 전성기를 누린 인터넷 포털사이트지만, 2002년 커뮤니티 유료화 정책 실패 이후 어려움을 겪어왔다. 2003년에는 뉴미디어, 온라인 등 다양한 사업군을 지닌 솔본(구 새롬기술)이 프리챌을 인수했지만, 이후 무리한 사업 확장 등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결국 솔본이 지난해 12월 28일 서울중앙지법에 파산신청을 내면서 프리챌 역시 창립 12년 만에 파산했다.
언제 서비스 끊길지 모르는 불안감
파산 선고로 직원 160여 명이 해고되면서 프리챌은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태다. 이에 따라 커뮤니티 접속마저 불안정해졌다. 이후 커뮤니티 접속이 다시 가능해졌지만 ‘언제 서비스가 끊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커뮤니티 이탈에 속도가 붙은 상황이다.
비록 전성기 때보다 엄청나게 쪼그라들었지만, 프리챌에는 여전히 2만여 개에 가까운 커뮤니티가 존재한다. 이곳의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스스로를 ‘나라 잃은 백성’이라고 칭하며 새로운 곳에 둥지를 틀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연정공처럼 커뮤니티 회원이 나서서 다른 포털사이트에 새롭게 커뮤니티를 만들 구상을 하는 곳도 있고, ‘호아저씨와 함께하는’처럼 이미 다른 곳으로 이전을 시작한 곳도 있다.
하지만 지난 세월 축적해온 데이터베이스(DB)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침몰하는 난파선에 그대로 몸을 맡긴 곳도 적지 않다. 대형 커뮤니티 중에는 길게는 10년 이상 커뮤니티를 운영해온 곳도 많다. 프리챌에서 10년째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 조성수(34) 씨는 “그냥 다른 곳에 옮기면 되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고 말했다.
“커뮤니티는 하루아침에 활성화되지 않습니다. 오랜 세월 많은 사람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죠. 지금 다른 곳으로 옮기면 이 모든 것이 사라집니다. 가재도구를 다 놔두고 집에서 쫓겨나는 꼴입니다.”
그러다 보니 커뮤니티 마스터나 회원이 직접 다른 포털사이트에 DB 이전과 관련해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도 부쩍 늘었다. 하지만 뾰족한 해답이 없는 실정이다. 먼저 저작권 문제가 걸린다.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의 저작권은 커뮤니티 마스터가 아닌, 게시글을 작성한 개별 회원에게 있다. 따라서 커뮤니티에 있는 글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면 개별 회원의 동의를 일일이 받아야 한다.
마지막까지 무책임 무대책
설령 커뮤니티 마스터가 공지를 통해 다 동의를 받는다고 해도 중요한 기술적 문제가 남는다. 예를 들어, 프리챌 커뮤니티에 있는 DB를 다음 카페로 한 번에 옮기려면 다음이 프리챌 서버에 접근해야 한다. 다음커뮤니케이션 기업커뮤니케이션팀 이용욱 매니저는 “프리챌에서 서버에 접근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이상 무단으로 DB를 가져올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프리챌이나 대주주인 솔본, 심지어 법원이 선임한 파산 관재인 그 누구도 프리챌 커뮤니티의 향후 운영 방안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 현재 프리챌 홈페이지에는 앞으로 서비스 운영이 어떻게 될 것이며, 파산 이후 무엇이 달라지는지에 대한 공지가 단 한 개도 올라와 있지 않다. 대주주인 솔본 측도 “현재 파산 절차가 진행 중이라 프리챌 운영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프리챌 측과 연락마저 두절된 상태다. 며칠간 프리챌 홈페이지에 접속이 되지 않자 프리챌 커뮤니티 운영자 김성흔(28) 씨는 프리챌 대표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상대방이 통화 중입니다. 다시 연락바랍니다”라는 안내 멘트가 나오자, 일단 전화를 끊고 10분 뒤 다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같은 안내 멘트만 나올 뿐 회사 측과 직접 통화할 수는 없었다. 이후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마찬가지였다. 이용자들의 항의를 피하려고 회사 측이 얕은수를 부린 것으로 보인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최소한 언제까지 서비스가 유지되는지는 알려줘야 이전 준비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2만50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시네마인’의 마스터는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추억이 담겨 있는 곳을 공지 하나 없이 문을 닫는 것은 프리챌 경영진 및 대주주 솔본이 어떤 변명을 내놓더라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대규모 회원을 거느린 커뮤니티들이 해당 포털사이트의 파산으로 자의 반 타의 반 떠나야 하는 유례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최소한의 가재도구도 챙기지 못한 채 떠나야 하는 원조 커뮤니티의 몰락이 우리를 더욱 서글프게 만든다.
발단은 3월 10일 서울중앙지법 제12파산부가 선고한 프리챌 파산 결정. 1999년 4월 설립된 프리챌은 한때 ‘100만 개 커뮤니티, 1000만 회원’을 보유하며 전성기를 누린 인터넷 포털사이트지만, 2002년 커뮤니티 유료화 정책 실패 이후 어려움을 겪어왔다. 2003년에는 뉴미디어, 온라인 등 다양한 사업군을 지닌 솔본(구 새롬기술)이 프리챌을 인수했지만, 이후 무리한 사업 확장 등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결국 솔본이 지난해 12월 28일 서울중앙지법에 파산신청을 내면서 프리챌 역시 창립 12년 만에 파산했다.
언제 서비스 끊길지 모르는 불안감
파산 선고로 직원 160여 명이 해고되면서 프리챌은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태다. 이에 따라 커뮤니티 접속마저 불안정해졌다. 이후 커뮤니티 접속이 다시 가능해졌지만 ‘언제 서비스가 끊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커뮤니티 이탈에 속도가 붙은 상황이다.
비록 전성기 때보다 엄청나게 쪼그라들었지만, 프리챌에는 여전히 2만여 개에 가까운 커뮤니티가 존재한다. 이곳의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스스로를 ‘나라 잃은 백성’이라고 칭하며 새로운 곳에 둥지를 틀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연정공처럼 커뮤니티 회원이 나서서 다른 포털사이트에 새롭게 커뮤니티를 만들 구상을 하는 곳도 있고, ‘호아저씨와 함께하는’처럼 이미 다른 곳으로 이전을 시작한 곳도 있다.
하지만 지난 세월 축적해온 데이터베이스(DB)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침몰하는 난파선에 그대로 몸을 맡긴 곳도 적지 않다. 대형 커뮤니티 중에는 길게는 10년 이상 커뮤니티를 운영해온 곳도 많다. 프리챌에서 10년째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 조성수(34) 씨는 “그냥 다른 곳에 옮기면 되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고 말했다.
“커뮤니티는 하루아침에 활성화되지 않습니다. 오랜 세월 많은 사람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죠. 지금 다른 곳으로 옮기면 이 모든 것이 사라집니다. 가재도구를 다 놔두고 집에서 쫓겨나는 꼴입니다.”
그러다 보니 커뮤니티 마스터나 회원이 직접 다른 포털사이트에 DB 이전과 관련해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도 부쩍 늘었다. 하지만 뾰족한 해답이 없는 실정이다. 먼저 저작권 문제가 걸린다.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의 저작권은 커뮤니티 마스터가 아닌, 게시글을 작성한 개별 회원에게 있다. 따라서 커뮤니티에 있는 글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면 개별 회원의 동의를 일일이 받아야 한다.
마지막까지 무책임 무대책
프리챌이 파산하자 커뮤니티들의 이전이 가시화되고 있다. 포털 사이트 다음(Daum)에 만들어진 ‘임시 연세대 고학번 졸업생 모임’(오른쪽).
그럼에도 프리챌이나 대주주인 솔본, 심지어 법원이 선임한 파산 관재인 그 누구도 프리챌 커뮤니티의 향후 운영 방안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 현재 프리챌 홈페이지에는 앞으로 서비스 운영이 어떻게 될 것이며, 파산 이후 무엇이 달라지는지에 대한 공지가 단 한 개도 올라와 있지 않다. 대주주인 솔본 측도 “현재 파산 절차가 진행 중이라 프리챌 운영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프리챌 측과 연락마저 두절된 상태다. 며칠간 프리챌 홈페이지에 접속이 되지 않자 프리챌 커뮤니티 운영자 김성흔(28) 씨는 프리챌 대표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상대방이 통화 중입니다. 다시 연락바랍니다”라는 안내 멘트가 나오자, 일단 전화를 끊고 10분 뒤 다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같은 안내 멘트만 나올 뿐 회사 측과 직접 통화할 수는 없었다. 이후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마찬가지였다. 이용자들의 항의를 피하려고 회사 측이 얕은수를 부린 것으로 보인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최소한 언제까지 서비스가 유지되는지는 알려줘야 이전 준비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2만50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시네마인’의 마스터는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추억이 담겨 있는 곳을 공지 하나 없이 문을 닫는 것은 프리챌 경영진 및 대주주 솔본이 어떤 변명을 내놓더라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대규모 회원을 거느린 커뮤니티들이 해당 포털사이트의 파산으로 자의 반 타의 반 떠나야 하는 유례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최소한의 가재도구도 챙기지 못한 채 떠나야 하는 원조 커뮤니티의 몰락이 우리를 더욱 서글프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