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굶주리지 않으려고 밥 짓는 법을 익히듯이 노후 빈곤을 막으려면 투자를 배워야 한다. GETTYIMAGES
이 치열한 요리 전쟁을 지켜보면서 나는 문득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투자시장’을 떠올렸다. 셰프들이 최상의 맛을 내려고 재료를 고르고 불을 조절하듯이, 우리 역시 자산이라는 요리를 완성하고자 시장이라는 거대한 주방에서 분투하고 있다. 투자 세계와 요리 세계는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오늘은 흑백요리사의 세계관을 빌려와 당신의 자산관리 레시피를 점검해보고자 한다.
‘맛의 균형’만큼 중요한 자산배분
이 프로그램에서 ‘백요리사’는 미쉐린 스타나 경연 우승으로 검증된 화려한 이력의 전문가들이다. 반면 ‘흑요리사’는 학교 급식 조리사, 반찬 가게 사장처럼 실력 하나로 승부하는 재야 고수들이다. 투자시장도 이와 비슷하다. 금융권의 백요리사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대형 은행, 보험사, 증권사, 그리고 자산운용사다. 이들은 막대한 자금력과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다.반면 투자계 흑요리사도 있다. 규모는 작지만 날카로운 안목을 가진 소형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사, 그리고 스마트한 개인투자자다. 이들은 대중적 인지도는 낮을지 몰라도, 특정 분야에 대한 이해도나 실행력 면에서는 백요리사를 압도하기도 한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명확하다. 명성보다 중요한 건 ‘결과를 만들어내는 구조’라는 점이다.
요리와 투자는 ‘생존 문제’라는 점에서도 닮았다. 요리할 줄 모르면 남이 해주는 비싼 음식을 사 먹거나 굶어야 한다. 투자도 그렇다. 내 투자수익률이 물가상승률을 밑돈다면 통장에 찍힌 숫자가 그대로일지라도 실제 돈의 가치는 녹아내리고 있는 셈이다. 물가가 연 3%씩 상승할 경우 24년 뒤 당신의 돈 가치는 정확히 절반이 된다. 굶주리지 않으려고 밥 짓는 법을 익히듯이 노후의 빈곤을 막고자 투자를 배워야 한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의 ‘흑수저’ 셰프들이 미션 통과를 위해 함께 요리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투자라는 요리를 할 때 잊지 말아야 할 단어가 있다. 흑백요리사에서 백종원·안성재 심사위원이 입이 닳도록 강조하는 ‘균형’이다. 두 심사위원은 어느 한 맛이 유독 튀거나 재료의 영양 균형이 맞지 않는 요리에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투자에서도 특정 종목이나 특정 섹터에 모든 돈을 거는 ‘몰빵 투자’는 독이 든 성배와 같다. 주식, 채권, 금, 달러 등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을 적절히 섞어 특정 자산이 하락할 때 다른 자산이 이를 보완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나이·소득·성향에 맞는 시그니처 레시피 만들기
같은 재료라도 레시피에 따라 맛은 천차만별이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투자자의 나이, 소득 수준, 성향에 따라 최적의 레시피가 달라진다. 은퇴를 앞둔 투자자가 공격적인 기술주 위주 레시피를 고집하거나, 사회초년생이 방어적인 예금 레시피만 고집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자신의 상황에 맞는 ‘포트폴리오 레시피’를 구성해야 한다.요리에서 ‘조리 시간’도 맛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다. 뭉근한 불에서 오래 끓여 진하게 우려낸 육수는 시간을 들인 만큼 깊은 맛을 낸다. 투자에서 이에 비유할 수 있는 것이 복리다. 복리는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힘을 갖고 있다. 많은 사람이 단기 수익을 노리고 센 불로 요리를 완성하려다가 태워버리곤 한다. 진정한 고수는 다르다. 그들은 좋은 투자가 지루한 기다림 끝에 완성된다는 사실을 안다. 충분한 시간 동안 돈이 스스로 일하게 두는 인내심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조리법이다.
흑백요리사 미션 중에는 제한된 식재료로만 요리하는 것도 있다. 투자시장에서는 연금저축, 개인형 퇴직연금(IRP),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각종 절세 계좌가 이와 비슷하다. 투자 상품에 제한이 있거나 조건이 붙는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어야 한다”는 말처럼 제한된 조건에서 최적의 상품 조합을 찾아내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주방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통제되지 않는 불과 칼이다. 요리사가 재료 신선도를 체크하고 조리 시간을 엄수하며 불을 조절하듯이, 투자자는 시장의 위험을 상시 관리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이라는 열기, 변동성이라는 칼날, 그리고 은퇴 시점에 시장이 하락하는 ‘수익률 순서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아무리 맛있는 요리라도 서빙 직전에 태우거나 상한 재료가 섞인다면 실패작이 된다. 수익률이라는 ‘맛’에만 집착하다가 위험관리라는 ‘기본’을 놓쳐선 안 된다. 손실을 확정지어야 할 때의 결단력과 시장 과열을 경계하는 태도가 당신의 계좌를 끝까지 지켜줄 것이다.
흑백요리사 셰프들은 단 한 접시의 요리를 위해 칼질과 간 보기를 수만 번 반복한다. 자산 역시 그만큼 정성과 고민이 들어가야 결실을 맺는다. 오늘 밤 당신의 포트폴리오를 다시 한 번 ‘테이스팅’ 해보길 권한다. 특정 재료에 치우쳐 있거나 조급함에 센 불로 겉만 태우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내가 가장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시그니처 투자 레시피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을 찾아가는 것이 바로 성공 투자의 시작이다.

















